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전고체 전지'(ASSB)의 구조적 손상을 유발하는 원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되면서 상용화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동혁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와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정성균 교수팀, 포스텍 홍지현 교수팀은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기반 전고체 전지의 양극·전해질 계면 안정화 기술을 개발하고, 전지 열화(분해 반응) 원인을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전고체 전지는 기존 리튬이온 전지와 달리 가연성 액체 전해질 대신 불연성 고체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폭발 위험성이 없고, 보다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보니 '꿈이 배터리'로 불린다. 지난 9월 발생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도 노후된 리튬이온 배터리가 원인이었던만큼 전고체 전지가 하루빨리 상용화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고체 전지는 양극과 고체전해질이 직접 맞닿는 경계면에서 화학적 분해와 구조적 손상이 발생해 성능과 수명이 빠르게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튬 디플루오로포스페이트(LiDFP)를 활용해 양극 표면에 얇은 코팅층을 형성한 모델 시스템을 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고체 전지의 열화 거동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코팅층이 적용된 양극에서는 화학적 열화가 크게 억제됨과 동시에 리튬이온 교류가 문제없이 이뤄지는 것이 확인됐다. 또 구조적 손상 역시 특정 부분에 집중되지 않고 전극 전반에 고르게 나타나면서 높은 용량 유지율을 보였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전고체 전지 열화가 단일 요인이 아닌 화학 반응·구조 변화·기계적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규명해냈다. 이같은 분석은 향후 전고체 전지 상용화 설계의 새로운 기준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들과 달리, 코팅층이 단순히 표면을 덮는 보호막에 머무르지 않고 계면에서 발생하는 화학반응을 억제하는 동시에 리튬이온 전달 경로를 유지하는 핵심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데 의의가 있다. 이는 코팅 소재가 전지 수명 연장뿐만 아니라 리튬이온 전도 특성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박찬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코팅층이 단순한 보호막이 아니라 리튬이온 이동을 돕는 통로로써 기능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전고체전지 열화현상 이해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전고체 전지 성능저하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고성능·장수명 전지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함으로써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했다.
유니스트·서울대·포스텍 공동연구진은 향후 다양한 고체전해질 소재와 양극 계면 조합을 검증해 폭발없는 고안정성 배터리 실현을 위한 차세대 전지 설계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다.
한국연구재단 기술혁신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에너지 소재 분야 권위적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0월 3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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