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에 쏟아진 비난...11만불짜리 'VIP투어' 1인당 6.2톤 탄소배출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7 12: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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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국가 1인당 연간 평균 배출량의 20배
"부유층 배출량만으로 임계치 넘을 수 있어"


디즈니월드의 VIP투어가 1인당 6.2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저소득국가 거주민 1인당 1년치 배출량보다 20배나 많은 수준이다.

디즈니월드는 지난 6월 1인당 약 11만달러에 달하는 VIP투어패키지 '버킷리스트어드벤처(bucket list adventure)'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2023년 7월 9일부터 24일간 보잉757을 타고 3대륙 6개국 12개의 디즈니리조트를 도는 럭셔리 투어프로그램이다. 75명 한정판 패키지로 선보인 이 상품은 이미 예약이 마감됐다.

문제는 이 VIP투어 상품이 엄청난 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이다. 유럽운송환경연합(T&E)은 '버킷리스트어드벤처' 참가자들이 투어를 위해 탑승하는 항공기 연료에서만 총 462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투어참가자 1인당 약 6.2톤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계은행이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은 전세계 평균이 4.5톤, 저소득국가 평균은 0.3톤이다. 단 한번의 투어에서 나오는 배출량이 전세계 평균 1년치를 훨씬 웃돌고, 저소득국가와 비교하면 무려 20배에 달하는 수치다. 더욱이 지구온난화를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지구상 모든 인구의 연간 평균 탄소배출량을 2.3톤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조 다르덴(Jo Dardenne) T&E 항공담당이사는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실제 수치를 충분히 반영하지도 못한 것"이라며 "이번 디즈니투어는 항공여행만큼 불공평한 교통수단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수의 특권층만이 비행기를 타는 것이며, 단 한 번의 휴가로 연간 탄소발자국을 압도한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지적에 디즈니 측은 "투어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모니터링하고 인증된 고품질 자연기후솔루션에 투자해 배출량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디즈니 대변인은 "이러한 투자는 야생동물 서식지 보존, 일자리 창출, 수자원 보호, 홍수 및 토양침식 피해감소와 같은 공동이익 제공을 우선시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후운동가들은 디즈니의 VIP투어가 세계 부유층이 전체 탄소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연구는 2018년 세계인구의 1%가 항공산업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으며, 2020년 연구에서는 북아메리카 사람의 배출량이 아프리카계 사람보다 50배, 아시아태평양계 사람보다 10배 더 크다고 분석한 바 있다.

같은 해 발표된 또다른 연구에서는 북반부가 배출량의 92%를 차지하는 반면, 남반부 배출량은 고작 8%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리고 올 4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15년 전세계 부유가구 10%가 총 배출량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2010년 기준 비율이 34%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세계 빈민인구 50%은 배출량의 15%에 불과했다.

최근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은 세계 부유층 1%의 탄소발자국이 2030년까지 지구기온을 1.5℃ 유지할 수 있는 수준보다 30배 더 커진다는 예측을 내놨다. 샘 나델(Sam Nadel) 옥스팜 정부관계책임자는 "이는 무책임한 배출의 끔찍한 예시"라며 전세계 기업들이 탄소 영향에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세계 부유층 10%의 배출량만으로도 향후 9년 안에 1.5℃ 임계를 넘을 수 있다"며 "이러한 탄소불평등은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이 파괴적인 기후위기에 처하도록 만든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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