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밑에 2만4000km '탄소폭탄'…미·중·러, 송유관 개발 전쟁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9-29 08:25:02
  • -
  • +
  • 인쇄
지구 지름 2배로 美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의 주도하에 2만4000km 길이의 신규 송유관이 개발되고 있다.

개발 중인 전세계 신규 송유관이 2만4000km 이상에 달해 기후목표를 좌절시킬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국제비영리단체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의 주도하에 2만4000km 이상 길이의 신규 송유관이 개발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지구 지름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거리다.

보고서는 해당 송유관이 완공되면 하루 300억 배럴의 원유를 운반하며 연간 최소 46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오염원인 미국의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계획된 송유관의 약 40%는 이미 시공에 들어갔으며 건설 중인 송유관 길이는 2019년 GEM의 평가와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은 송유관 개발의 선두주자로서 기후위기의 영향이 심각해지면서 기회를 점차 상실하고 있는 업계에게 텍사스·뉴멕시코에서의 원유수출 추진은 사활을 건 프로젝트"라고 덧붙였다.

인도는 2024년 말 가동 예정인 인도 북동부 파라디프 누말리가르(Paradip Numaligarh) 송유관 1630km 건설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석유가스 불매운동에 직면하자 인도와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리고자 2000km에 달하는 신규 송유관을 개발하고 있다. 또 러시아는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는 북해 항로를 따라 석유 수출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안된 보스토크 송유관은 길이가 1600km이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에는 2000km의 송유관이 건설되고 있으며 4500km의 추가 건설이 제안됐다.

이러한 추세는 지구기온상승을 1.5도 또는 2도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전세계 탄소배출량을 50% 줄여야하는 목표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석유업계가 사상 최대 이익을 누렸으며 "혼란과 위기의 순간을 활용해 대규모 송유관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어드 랭겐브루너(Baird Langenbrunner) GEM 조사관은 "신규송유관을 승인하는 정부들은 거의 고의적으로 기후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며 "화석연료 기반시설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기후목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세계 최대 화석연료 소비국은 송유관을 오히려 두 배로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5월 영국 가디언지는 세계 최대 화석연료기업들이 수십 개의 '탄소폭탄' 석유가스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2021년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신규 유전 및 가스전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구온난화 범위 내에 남아 있는 세계와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비공식기후회담에서 "화석연료산업이 우리를 죽이고 있으며, 지도자들은 긴급한 기후행동을 외치는 그들의 국민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행동을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우리은행, 대한적십자사와 '기부신탁' 업무협약 체결

우리은행이 대한적십자사에 적십자회비를 전달하고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우리은행이 성숙한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대한적십자

KB국민은행, 새내기 장애대학생 135명에게 노트북PC 지원

KB국민은행이 새내기 장애대학생 135명에게 최신형 노트북과 학습보조기구를 지원했다고 14일 밝혔다.KB국민은행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금까지 2

하나은행, 지역 상생 '대전 D-도약펀드' 1000억원 출자

하나은행이 지역 상생을 위해 '대전 D-도약펀드'에 1000억원을 출자한다. 하나은행이 대전광역시, 대전투자금융과 함께 지역 스타트업 혁신성장 지원 및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 사업회사 유상증자에 '1조원 출자'

포스코홀딩스가 그룹 이차전지소재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회사 유상증자에 총 9226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포스코

CDP 환경평가 A등급 기업은 2만2777개 중 2%에 그쳐

지난해 전세계 2만2700여개 기업 가운데 환경성과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기업은 2%에 불과했다.국제비영리기구 CDP(옛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지난해

국내 기업 69.6% "탄소중립 경쟁력에 도움"...그러나 현실은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탄소중립 대응이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투자리스크 때문에 선뜻 실행하기 어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

기후/환경

+

훼손된 산림 회복속도 길어진다..."기온상승과 수분부족탓"

나무가 훼손된 산림이 기온상승과 강수량 부족 등으로 회복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베이징대학교와 미국 콜로라도주

탄소만 줄이는 온실가스 정책...'탄소고착' 현상 초래한다

영국 정부의 탈탄소화 정책이 오히려 새로운 기술혁신을 제한하고,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저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아랍에미

곤충도 못 버티는 '열대야'...도시 꿀벌 65% 줄었다

꿀벌을 비롯한 곤충도 열대야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JMU) 연구팀은 독일 바이에른주 전역 179곳에서 곤충 현황을 조사해보니

30년간 전세계 해수면 10cm 상승..."상승속도 점점 빨라져"

해수면 상승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9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위성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93년 이후 지구의 해수면은 약 10c

'EU 기후목표' 환영했던 오스트리아 입장 돌변...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2040 온실가스 90% 감축'을 가장 먼저 환영했던 오스트리아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EU 권고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나서

트럼프, 국가기후평가 직원 400명 해고…美보고서 발간 종료?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기후평가(National Climate Assessment) 보고서 작성을 주도해온 과학자 및 연구자 약 400명을 해고했다. 이들은 지난 4월 28일(현지시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