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흡수하는 심해어종 '랜턴피쉬'....미래식량원으로 주목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10-05 08:10:01
  • -
  • +
  • 인쇄
10~20기가톤 서식 추정…양식사료·기능식품 활용
탄소흡수원 역할…개체수 감소시 기후재앙 우려도
▲심해에 서식하는 랜턴피쉬. 2014년 스페인 말라스피나탐험대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개체군 질량이 10~20기가톤인 것으로 추정된다.(사진=언스플래시)


심해어종인 랜턴피쉬가 식량원이자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약 250종에 달하는 랜턴피쉬(샛비늘치과)는 해양 약광층(twilight zone;빛이 도달하는 바닷속의 가장 깊은 층)에서 가장 흔한 어종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척추동물이다. 이들은 심해에 숨어 있다 해가 지면 해수면에서 먹이활동을 하기 위해 수천 미터를 헤엄쳐 올라가며 제2차 세계대전 중 해군 음파탐지기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됐다.

2010년 이전 저인망어업 조사에 근거한 연구는 약광층에 해당 어종이 약 1기가톤(10억 톤)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했으나 과소평가된 것으로 밝혀졌다. 2014년 스페인 말라스피나(Malaspina)탐험대의 음향조사 결과 무려 10~20기가톤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랜턴피쉬 어업의 블루오션과 함께 인류 미래식량원의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랜턴피쉬는 기름과 뼈로만 구성돼있어 식탁 위에 직접 올라올 일은 없을 것이나 높은 기름 함량 덕분에 양식사료로 쓰일 수 있다. 이론상 추정 어류질량의 절반(5기가톤)만 잡혀도 양식해산물 1.25기가톤어치의 어분을 생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이는 현재 연간 어획량 0.1기가톤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이전에도 러시아, 아이슬란드 등에서 랜턴피쉬 어업을 시도했지만 심해어업 비용 대비 어분이 훨씬 저렴해 상업적 실패로 돌아간 전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랜턴피쉬 개체군의 추정치에 힘입어 약광층 어업의 수익성 향상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EU는 관련 5년 연구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으며 노르웨이는 2017년 46개의 약광층 탐사어업허가증을 발급했다. 이렇게 어획되는 랜턴피쉬는 오메가-3 보충제 및 어유알약 등 기능식품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랜턴피쉬가 식량원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완화에도 일조한다는 점이다. 랜턴피쉬가 탄소흡수원으로서 갖는 역할도 두드러지면서 어획으로 개체수가 감소할 경우 기후재앙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랜턴피쉬는 해수면에서 먹이를 먹고 심해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심해까지 옮긴다. 이렇게 탄소입자가 1000m 아래까지 가라앉으면 다시 해수면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최대 1000년간 바닷속에 저장된다. 아일랜드 서부 대륙경사면을 조사한 결과 깊은 곳에 서식하는 어류가 연간 1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획하고 저장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랜턴피쉬는 극도로 느리게 성장하는 여타 심해 종과 달리 어획이 진행돼도 개체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약광층 어업이 이 생물학적 탄소펌프를 손상시킬 위험성 또한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따라서 랜턴피쉬를 지구기후시스템의 일부로서 내버려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랜턴피쉬 개체수 추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말라스피나 연구에서도 불확실성과 사용된 방법의 한계를 언급했다. 말라스피나 연구에서는 약광층에서 감지된 후방산란(깊은 곳에서 반사돼 음파탐지기가 수신하는 소리)이 전적으로 물고기에서 나온 것으로 가정했지만 후방산란은 관해파리 등 다른 생물들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약광층 물고기는 부레가 없어 음파로 탐지되지 않는다.

2019년 이러한 불확실성을 고려해 말라스피나 음향데이터를 재해석한 결과 약광층 어종 추정치는 1.8~16기가톤 범위였다. 현재로서는 이 넓은 범위 안에서 정확한 수치를 특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즉 20기가톤이 서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위험한 전제만 믿고 랜턴피쉬를 잡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해 약광층에 서식하는 어류가 이전 추정치보다 최소 10배라는 헤드라인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최근의 역사를 살피면 산업어업이 새로운 어획종을 개척할 때마다 파괴적인 환경영향이 발생했다. 심해어업에서는 같은 실수를 피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한국거래소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 1년 연장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가 1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정부의 녹색채권 활성화 정책 지원을 위해 '한

셀트리온제약 'ESG위원회' 신설..."위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

셀트리온제약은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돌입했다고 11일 밝혔다.ESG위원회는 ESG 경영을 총괄하는

kt ds '2025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 종합대상 수상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한국HRD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에서 최고등급인 '종합대상'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대한민국

SPC, 음성에 '안전 스마트공장' 짓는다..."인명사고 근절"

SPC그룹은 생산시설에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3000억원을 들여 충청북도 음성군에 '안전 스마트 신공장'을 짓는다고 11일 밝혔다.'안전 스마트 신공

LG U+, CDP평가 기후대응부문에서 최고등급 ‘리더십 A’ 획득

LG유플러스가 2025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로부터 기후변화 대응부문 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최고등급인 '리더십 A'를 획득했다

네이버, 종이보증서 대신 '디지털보증서' 발급..."탄소저감 기대"

네이버가 제품 구매일지와 보증기간 등의 정보가 입력된 디지털 보증서 '네이버 컬렉션'을 출시했다고 11일 밝혔다. 종이 보증서를 대체하는 이 디지털

기후/환경

+

북극곰 온난화로 위협받자…생존 위해 'DNA' 바꾼다

지구온난화로 생존이 위협받는 북극곰의 유전자에서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됐다.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팀은 기온이 오를수록 그

동남아 해상풍력 중심지로 급부상...글로벌 기업들 몰린다

동남아시아가 해상풍력 개발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환경 정책

日 아오모리 앞바다 또 6.7 지진...불안감 커지는 열도

일본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또다시 규모 6.7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현지매체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12일 오전 11시44분쯤 규모 6.7로 추정되는 지진이

탄소감축해도 경제성장...세계 각국 '탈탄소 성장' 가시화 뚜렷

경제규모가 커졌지만 탄소배출은 오히려 감소하는 이른바 '탈탄소 성장'이 몇몇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탄소배출이 비례적으로 늘

[주말날씨] 눈구름대가 몰려온다...토요일 전국에 '눈비'

북쪽에서 찬공기가 유입되면서 12일 아침기온이 뚝 떨어진 가운데 동해안을 중심으로 내리던 눈이 13일부터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이번 주말에는 많은

[날씨] 무거운 눈이 '펑펑'...이번에 '습설'이 닥친다

첫눈에 폭설로 시작한데 이어, 이번 주말에는 많은 양의 '습설'이 내릴 것으로 예보돼 있다. 습설은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무거운 눈이어서 많은 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