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환경파괴 및 기후위기로 지구의 새들이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28일(현지시간) 국제생물보존기구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BirdLife International)은 세계조류현황보고서(State of the World's Birds)를 통해 전세계 조류 종의 49%가 감소하고 8종 중 1종이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농업의 확장이 조류의 73%을 압박하고 있으며 벌목, 침입종, 천연자원개발 및 기후파괴 등도 새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에서는 1970년 이후 29억 마리(전체의 29%)의 개체수가 사라졌고 유럽에서는 1980년 이후 6억 마리(19%)의 새들이 사라졌으며 도요새, 참새 등 과거엔 개체수가 풍부했던 종들까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유럽 농경지에 서식하는 조류는 농업의 기계화, 화학물질 사용증가, 농작물 전환으로 57%가 사라졌다. 호주에서는 2000년~2016년 사이에 바닷새 종의 43%가 감소했다. 증가 중인 조류는 전세계 통틀어 고작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에 따르면 1500년 이후 최소 187종이 멸종된 것으로 확인되었거나 의심되고 있다. 과거 멸종한 종의 대부분은 섬에 서식하는 고유종이었으나 최근에는 열대지방을 중심으로 육지에서 멸종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령 에티오피아에서는 2007년 이후 초원이 농지로 전환되면서 고유종 리벤라크(Liben lark)가 80% 감소했다.
'우아한 사냥꾼'으로 불리는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의 맹금류 뱀잡이수리(Secretarybird)는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2020년 멸종위기종에 등재됐으며 인도 아대륙 고유종인 레서플로리칸(lesser florican)은 초원서식지의 파괴와 야생들개로 인해 20년 만에 무려 90% 감소했다. 레서플로리칸 성체는 현재 1000마리 미만 남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남미에 서식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맹금류 중 하나인 부채머리수리(harpy eagle)는 산림파괴 및 밀렵, 송전선과의 충돌로 60년 만에 50% 감소했다. 해당 종은 2021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됐다.
반려조로 인기가 많은 중앙아메리카 노랑목아마존앵무(yellow-naped Amazon)는 밀렵과 농업확장으로 30년 만에 80% 이상 감소해 2022년 현재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했고 바하마휘파람새(Bahama warbler)는 2019년 허리케인 도리안으로 그랜드바하마 섬에 위치한 서식지의 95%가 파괴돼 2020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새들은 건강한 생태계의 초석이다. 예를 들어 코뿔새는 열대우림에 큰 씨앗을 퍼뜨리고 칠면조독수리는 유기폐기물을 처리하며 바닷새는 바다와 육지 사이의 영양분 순환을 도와 산호초를 건강하게 유지한다. 연구진은 이들이 사라지면 부정적 연쇄반응을 무수히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류의 멸종은 인류의 보건문제와도 직결돼있다. 전문가들은 인수공통전염병의 70%가 야생에서 비롯되며 코로나19 또한 자연을 계속 파괴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올해 영국 바닷새 군락지에서는 병원성 조류독감 변종 발병사례가 300건 이상 보고되며 개체수를 급격히 감소시켰다. 해당 조류독감 또한 집약적 농업이 원인으로 꼽힌다.
스튜어트 부차트(Stuart Butchart)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 수석과학자는 "새들은 우리에게 지구의 상태가 어떤지 알려준다"며 현재 자연은 열악한 상태에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가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버드라이프는 북대서양에 500만 마리 보호가 가능한 대규모 바닷새안식처를 세우는 등 보존작업을 통해 1993년 이후 멸종할뻔한 21종~32종의 조류를 보존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한편 세계조류현황보고서는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에서 4년마다 발표하는 정기보고서로, 2018년 발표된 이전 보고서에서는 전세계 조류 종의 40%가 감소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보고서의 경우 이전 대비 산불에 따른 서식지 피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폭염, 가뭄, 홍수가 계속되면 대규모 멸종으로 이어질 것이며 따라서 자연보존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해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12월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COP15회담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10년에 한 번 찾아오는 생물다양성위기 해결법안을 제정할 기회다. 부차트 박사는 "강력한 국제생물다양성법안을 채택시켜 보호구역을 늘리고 남은 서식지를 보존하며 파괴된 서식지를 복원해야한다"며 이번 조사결과가 몬트리올의 최종성명에 반영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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