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생식기능 저하와 뇌 회로까지 변화
지구온난화로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커지면서 조류의 번식이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로욜라대학교 사라 립슈츠(Sara Lipshutz) 부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폭염은 조류들의 생식기능을 저하시키고 이성을 유혹하는 노래 기능을 감퇴시켜 장기적으로 조류 개체수 감소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금화조(Zebra finch)를 높은 온도에 4시간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폭염이 이들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는 대부분의 야생 새들이 한여름 낮에 경험하는 폭염과 동일한 강도였다.
연구결과, 폭염은 조류 생식기에 있는 수백개의 유전자 활동을 변화시켰다. 또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의 영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립슈츠 부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폭염이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의 영역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는 꼭 죽음에 이르지 않는 더위라도 새의 생식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폭염은 새들이 번식을 위해 노래를 부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뇌의 회로도 변화시켰다. 이성을 유혹하는 새들의 노래기능이 감퇴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온도가 올라가면 새들은 소리를 잘 내지 못하거나 아예 내지 않는다"며 "이는 수컷들이 암컷들을 유혹하지 못해 번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수십년동안 조류의 개체수는 크게 감소했다. 기후변화 요인 외에도 농업과 살충제 등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수십억 마리의 조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폭염까지 덮치면 조류 개체수는 더 많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실제로 전세계 곳곳에서 살인적인 폭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50℃를 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6월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폭염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립슈츠 부교수는 "폭염이 온도와 관계없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온혈동물인 조류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라며 "하지만 죽음 외에도 조류의 생리학적, 행동적 변화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미국 테네시대학 생태진화생물학과 엘리자베스 데리베리(Elizabeth Derryberry) 부교수는 "우리는 삼중고에 맞딱뜨렸다"며 "폭염은 새들의 뇌뿐만 아니라 정소와 난소에서 생산되는 호르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이성을 유혹할 동기를 감소시키고 스스로를 가꾸는 시간이 많아져 조류의 독립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조류 개체수 감소로 이어진다고 봤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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