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종 개체수 감소는 생태계 경고"
매년 처마 밑에 집을 짓고 봄을 알리던 제비 수가 18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95%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세계자연기금(WWF)의 지구생명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전날 서울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1987년 10㏊(헥타르)당 2289마리씩 발견되던 제비가 2005년 들어 동일 면적에 22마리씩밖에 보이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제비가 감소했다는 건 이들의 주식이자 생태계 기반을 구성하는 곤충이 그만큼 감소했음을 보여준다"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의 변화를 살피면 생태계 전체의 변화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 등 연구진이 지난 2020년 5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70년대 연구 목적으로 4만6826마리씩 포획되던 꼬까참새는 2010년을 전후해 포획량이 94.8% 줄어 2422마리밖에 잡히지 않았다. 꼬까참새와 같은 참새목 되새과 조류인 쑥새도 같은 기간 포획량이 95.8% 줄어 국내에 서식하는 일부 조류의 개체 수 급감이 확인된다.
연구진은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 '생태와 진화의 최전선'(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개재한 논문에서도 지난 20년 동안 한국서 번식하는 가장 흔한 조류 52종 가운데 20종의 개체 수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환경부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개정해 발표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에 따르면, 한국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은 2007년 221종에서 2022년 282종으로 15년 만에 61종 늘었다.
최 교수는 "생물종 다양성 감소는 희귀종에서만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개체 수가 많아 실질적으로 생태계를 지탱하는 흔한 종의 개체 수 감소는 생태계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물들은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그런 노력에 실패할 가능성이 명백해지고 있다"며 "(변하는) 환경에 견딜 수 있는 일부 종만 번영하면 생물종 다양성이 주는 혜택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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