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경제 둘 다 놓쳤다…카타르 월드컵은 '탄소 잔치'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2-05 08: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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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항공편 500회…탄소 70% 추가배출
음주금지에 인접국 UAE로 관광객 유출도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 대 브라질 경기가 열리는 974 스타디움 (사진=연합뉴스)

카타르의 미흡한 행정으로 카타르 월드컵이 '첫 탄소중립 월드컵'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탄소 잔치'가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은 우려한 대로 카타르 월드컵의 지속가능성 주장이 '그린워싱'에 불과했다고 질타했다. 카타르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지난 2021년 9월 "FIFA월드컵 역사상 첫 탄소중립 월드컵을 개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가장 집약적이기 때문에 가장 친환경적"이라는 조직위의 홍보가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위에 따르면 카타르는 국토가 좁아 경기장 사이 거리가 짧고, 친환경 이동수단이 구비돼 있다. 또 월드컵 이후에도 낭비되지 않고 사용 가능한 조립식 컨테이너를 활용해 조성한 '팬 빌리지' 관광객 숙소 등 환경을 고려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문제는 월드컵을 보기 위해 최소 120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직위가 준비한 객실은 고작 3만여개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마저도 객실의 80%는 각국 대표팀과 관계자들, 그리고 후원자들을 위해 FIFA 측이 미리 예약된 상태였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실제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카타르 도하가 아닌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두바이를 비롯한 이웃나라들에 숙소를 잡으면서 비행기편이 급증했다. 매일 500여편의 항공기가 날아다니고 있고, 두바이와 도하를 왕복하는 비행기편만 따져도 120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주최측은 카타르 월드컵이 총 36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했고, 이 가운데 교통 부문이 52%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프랑스에 위치한 인공지능 기반 탄소배출량 측정 업체 그린리(Greenly)는 늘어난 항공편으로 매일 6000~8000톤 가량의 추가적인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면서 적어도 주최측 예상치보다 70% 더 많은 양이 나올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상쇄하겠다는 조직위 목표에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운영방침으로 관광객 유출 현상이 더 악화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장 내에서 음주가 금지됐고, 정부의 허가를 받은 소수의 호텔과 카타르 거주민들에 한해 음주가 허용됐다. 더군다나 맥주 한잔에 14달러(약 1만8000원)에 달하는 높은 술값도 한몫 하면서 관광객들은 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찾아 즐기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정작 월드컵 개최로 인한 특수는 카타르가 아닌 인접국 UAE가 누리고 있다. 도하에서 두바이까지 비행 소요시간은 50여분에 불과하다. 지난주 두바이의 2개 공항에서는 맥도날드 햄버거와 하이네켄 맥주가 매진되기도 했다. 두바이 인구의 90%가 국외 이주민이다. 따라서 다양한 인종이 자유롭게 섞여 두바이 도시 곳곳에서 전광판으로 월드컵을 즐기기 위한 '팬 존'이 형성되고 있고, 한 '팬 존'을 빌리기 위한 대여료가 20명당 5500달러(약 715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두바이는 성수기다. 겨울에 햇볕을 쬐기 위해 두바이를 찾는 인파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월드컵 관광객까지 겹치면서 두바이는 팬데믹 이전보다 더 많은 방문객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 방문객 수는 월 6백만명을 넘어섰고, 두바이편 에미레이트 항공은 228% 늘었다.

한편 그린리의 최고경영자(CEO) 알렉시스 노르망(Alexis Normand)은 "탄소중립 월드컵은 환상에 불과하고, 2022년 토너먼트는 가장 탄소배출량이 많은 월드컵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같이 큰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는 탈탄소 투자를 위한 기회로 활용돼야지 그 반대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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