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도심에서 구조된 분홍색 비둘기가 희귀종인 '분홍비둘기'가 아닌 사람에 의해 염색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 비영리 동물보호단체 야생조류기금(Wild Bird Fund)은 뉴욕 맨해튼 메디슨스퀘어공원에서 온몸이 분홍색인 왕비둘기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단체는 "비둘기는 다양한 색상과 깃털을 가지고 있지만 이 개체는 누군가에게 인위적으로 염색된 것 같다"며 "밝고 특이한 색 때문에 천적의 눈에 띄는 등 야생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둘기는 구조 당시 장기간 굶어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였다.
실제로 비둘기는 전세계 300여 종이 서식중이며 분홍색이나 붉은색 깃털을 가진 희귀종도 있다.
단체는 구조된 비둘기가 분홍색 깃털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태아 성별을 알리는 '젠더리빌 파티'(Gender Reveal Party)에 사용하기 위해 염색된 것으로 추정했다.
젠더리빌 파티는 예비 부모가 친척, 지인들과 함께 아직 태어나지 않은 2세의 성별을 색깔을 통해 공개하는 파티다. 최근 미국, 브라질 등에서 유행처럼 확산하고 있으며 파란색은 아들, 분홍색을 딸을 의미해 풍선, 케이크, 폭죽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태아 성별을 공개하는 파티에서 딸임을 보여주기 위한 소품으로 활용된 것이다.
인위적으로 염색된 비둘기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뉴저지의 한 동물보호단체에서도 분홍색으로 염색된 흰비둘기를 구조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서울 이태원에서 분홍색으로 염색된 비둘기가 발견된 적이 있다.
야생조류기금은 SNS를 통해 "살아있는 새를 결혼식과 미술 프로젝트 같은 행사를 위해 사용하지마라. '염색 금지'는 말할 것도 없다"며 "비둘기는 축제 후 (방치돼) 굶주리거나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될 것"이라 당부했다.
한편 젠더리빌 파티는 최근 다양한 환경문제를 일으키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브라질의 한 부부는 젠더리빌 파티를 위해 식수로 사용하는 폭포를 파란색 형광 염료로 물들여 비난을 샀고, 2017년과 2020년 미국에서는 파란색과 분홍색 연기를 일으키는 불꽃놀이로 대형 산불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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