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방지 기대...SKT와 협업중
국내 연구진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용대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연구팀은 21일 이동통신사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심박스(SIM box)를 식별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심박스'는 인터넷전화(VoIP)를 이동전화(VoLTE·3G)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장비로, 해외전화가 마치 국내에서 걸려온 것처럼 수신자의 휴대폰에 070번호가 아닌 010 번호가 뜨도록 해준다.
지금도 발신자·통화시간·통화위치 등 통화정보를 이용해 심박스를 탐지할 수 있지만 범죄가 일어난 후에야 탐지할 수 있는데다 사용자의 개인정보(통화기록 등)가 필요하다.
이에 비해 김용대 교수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사용자 개인정보없이, 범죄발생 전에 심박스를 탐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퀄컴이나 삼성전자같은 기업에서 제조된 이동통신 칩셋과 전화 기능 위주의 저사양 심박스 칩은 구현하는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이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단말기 모델을 식별하고 나아가 일반 휴대폰과 심박스도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단말기 구분 및 식별을 위해 모든 단말에 부여된 고유한 15자리 숫자인 단말기고유식별번호(IMEI)를 사용한다. IMEI는 이동통신망에서 단말 기종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8자리 숫자인 타입 할당 코드(TAC)를 포함한다.
그런데 이동통신망에는 단말이 보고하는 IMEI를 검증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심박스가 IMEI를 변조해 보고해도 이를 알아챌 수 없다.
연구팀은 단말이 이동통신망에 접속할 때 필수적으로 주고받는 '제어 평면 메시지'를 주목했다. 휴대폰 단말은 제조사·칩셋 모델에 따라 지원하는 기능들이 다른데, 제어 평면 메시지에 이 내용이 포함돼 있어 단말 기종을 식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연구팀은 1000여개의 단말 기능 정보를 기기별 고유정보로 활용해 기종을 분류한 결과, 100여종의 휴대폰 모델들이 구분되는 것을 확인했다. 즉 단말의 기능에 따라 구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순한 기능만 지원하는 심박스도 구별해낼 수 있는 것이다.
김용대 교수는 "이동통신사가 심박스를 탐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중 불법적으로 이용되는 심박스를 골라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 기술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려면 심박스 등록제가 필요한데, 보이스피싱 목적이 아닌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심박스는 사업 목적에 대해 등록하면 되고 그렇지 않은 심박스는 미등록 심박스이므로 적발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보안학회인 'NDSS 심포지움 2023'에 채택됐다. 연구팀은 실제 고객 피해 방지로 이어질 수 있도록 SK텔레콤과 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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