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로마의 명물인 '바르카치아 분수대'에 먹물 테러를 가했던 극성 환경단체가 이번에 유명 관광지인 '트레비 분수'를 검게 물들였다.
21일(현지시간) AFP·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마지막 세대) 활동가 7명은 "우리는 화석(연료)에 돈을 내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우리나라가 죽어가고 있다" 외치며 트레비 분수에 들어가 숯으로 만든 먹물을 부었다.
트레비 분수는 영화 '로마의 휴일'과 '달콤한 인생'에 등장한 장소로도 유명한 로마 명소로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분수 주변에 있던 관광객들은 이들의 행동을 촬영했고 곧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활동가들은 끌려나온 뒤 시위 물품을 압수당했다. 구경꾼 일부는 욕설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 단체는 최근 이탈리아 북부를 강타한 홍수 피해를 계기로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려고 이번 시위를 벌였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화석연료 공적 보조금 지급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는 지난 16~17일 이틀간 내린 폭우로 14명이 숨지고 3만6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연간 강수량의 절반이 이틀만에 쏟아지면서 대홍수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이 일대 농경지는 대부분 침수됐다. 이 홍수로 농업 부문의 피해규모는 수십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지난 4월에 로마 스페인광장의 바르카치아분수에 먹물을 뿌린데 이어, 지난 6일에는 로마 나보나광장 피우미 분수에서 '먹물 테러'를 가했다. 또 로마 중심가에서 반나체 상태로 도로 점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이 이런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이유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우려면 평범한 방식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잇단 '과격 시위'에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지난달 문화유산과 예술품을 훼손하거나 파손할 경우 최대 6만유로(약 874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시장은 "우리의 예술 유산에 대한 이런 터무니없는 공격을 그만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시위에 쓰인 먹물이 숯으로 만든 식물성 먹물이기 때문에 분수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환경단체 주장에 대해 "30만ℓ의 물을 버리는데 시간과 노력, 물이 소모된다"며 "관리하는 입장에서 쓸데없는 자원낭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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