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 자제·수도동파 방지해야
북극 찬공기가 미국을 강타한데 이어, 한반도도 느슨해진 제트기류의 틈을 타고 북쪽 찬공기가 덮치면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수도권·강원에 올들어 첫 한파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예년 기온을 밑도는 추위가 26일까지 이어지겠다. 화요일인 23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4℃를 기록하고, 전국 최저기온은 영하 18℃를 기록하는 등 한파가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서해안·남해안·제주 등엔 강풍특보가 발령될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지겠다. 맹추위 속 충청과 호남, 제주에는 24일까지 대설도 예상되고 있다. 강원내륙·산지 일부와 충청, 전라서부, 경북북서내륙, 제주산지 등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상태로 시간당 1㎝ 내외 눈이 오고 있다.
이번 한파는 시점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절기상 가장 추울 때인 대한(大寒)을 지나 추위가 서서히 풀려야 하지만, 되레 대한 당일에는 10℃ 안팎의 초봄처럼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다 지금와서 느닷없이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냉기 고속도로'가 뚫린 탓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몽골 서쪽과 우리나라 북동쪽 상단인 베링해 인근에 고기압 덩어리가 생겼고, 북극의 한기를 막아주던 제트기류의 흐름이 느슨해진 상태다. 느슨해진 틈을 비집고 한기가 물밀듯이 밀려오면서 한반도에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향으로 중국도 한파가 닥쳤다. 헤이룽장과 랴오닝 등 동북3성 대부분의 지역이 영하 20℃를 밑돌고 있고, 헤이룽장성 이춘은 영하 35℃까지 떨어지는 혹한이 닥치고 있다. 중국 기상대는 이번 한파가 최저기온 0℃선인 남방 광시~광둥까지 내려가면서 중국 대부분의 지역이 한파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현재 미국을 덮치고 있는 '살인한파'와 판박이라는 진단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미국 한파에 대해 "베링해와 대서양 부근에 제트기류를 저지하는 굉장히 큰 고기압 덩어리가 생겼고, 그 사잇길로 미국 북부를 중심으로 전국토의 절반을 덮을만한 저기압이 발달하면서 2주간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대규모 정전과 눈길 교통사고, 수도관 동파 등의 사고가 속출하면서 21일(현지시간)까지 91명이 사망했다.
다행히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이번 한파는 제트기류를 막고 있는 고기압 덩어리 크기가 미국을 덮친 고기압 덩어리보다 훨씬 작아 장시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목요일인 25일까지 추위가 맹위를 떨치다가 금요일인 26일부터 아침기온은 영하 11~8℃, 낮 기온은 2~11℃로 예년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겨울철 이상기후 현상이 더 빈번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우드웰기후연구소 선임연구원 제니퍼 프랜시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극은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3~4배 더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고기압 덩어리가 발생하는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면서 제트기류가 더 들쑥날쑥해지고, 한파가 내려오기 더 쉬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상청은 한파에 대비해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와 어린이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도로 살얼음과 빙판길 주의가 필요하다"며 "온실·축사·양식장 등 설비나 수도계량기 보온상태를 점검하는 등 농작물과 가축의 동사와 동파를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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