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도 살리고 피부도 살린다'...20년 뚝심이 일궈낸 '아로마티카'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5-02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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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업] '환경경영과 생명존중' 앞장
천연성분과 재활용 용기 그리고 수거까지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는 "생명존중과 환경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newstree

'지구도 살리고 피부도 살린다.'

'천연향'에 매료돼 20년째 인체와 환경에 안전한 성분으로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등을 만들고 있는 김영균(53) 아로마티카 대표는 '그린워싱' 기업이 만연한 현실에서 뚝심있게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가다. 

그는 화학성분이 아닌 천연성분으로 화장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아로마티카를 창업했지만, 지금은 화장품 성분뿐만 아니라 기업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제품의 용기와 공장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공병수거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성'을 핵심가치로 두고 있다. 국내 업계 최초로 100% 재활용 투명페트로 화장품 용기를 만들게 된 것도 이런 그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아로마티카는 원료의 재배와 생산, 거래까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원료를 구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김 대표는 "일례로 라벤더오일은 프랑스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원료를 공급받는데, 이곳은 원료를 추출하고 남은 라벤더 찌꺼기를 다시 라벤더 밭에 뿌리는 방식으로 재배한다"면서 "원료의 투명성과 제조방식을 파악하기 어려운 OEM 제조방식은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유해원료를 안쓰고 내 가족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표본을 제시하고자 아로마티카를 창업했다"고 말하는 김영균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아로마티카의 로즈마리 헤어케어 제품 (사진=아로마티카)


◇ "안전한 천연 화장품 만들고 싶었다"

김영균 대표는 학창시절 호주에 거주하는 누나와 왕래하며 자연스럽게 아로마테라피 문화를 알게 됐다. 한방을 제외하면 대부분 양약에 의존하던 우리나라와 달리, 호주에서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아로마테라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고 한다. 약품에서 식품에 이르기까지 천연 유기농 허브 제품이나 아로마테라피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알고보니 아로마테라피의 치유 역사는 무려 6000년이 넘는다고.

김 대표는 당시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항생제 남용 문제를 아로마테라피와 허벌레미디의 대체의학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국내에 아로마테라피를 전파하고자 사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대체의학을 공부하면서 식품과 화장품, 생활용품에 첨가되는 모든 향이 화학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화학물질로 합성된 향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호르몬 교란물질인데 우리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다"며 한탄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천연향을 보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천연향은 합성향에 비해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내 굴지의 화장품업체에게 천연향에 대해 어필했지만 결국 가격문제로 쉽게 선택하지 못하더라"라면서 "그래서 핸드메이드 공방으로 눈길을 돌려 아로마테라피를 교육하고 원료를 납품하다가 결국 2004년에 화장품을 직접 제조하기로 마음먹고 창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때 화장품 제조사들이 김 대표의 권유에 따라 천연향 화장품을 도입했더라면 현재 '아로마티카' 화장품 브랜드는 없었을 수도 있었다.

아로마티카에서 만드는 화장품은 합성향 대신 천연 에센셜오일만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하나둘씩 만들기 시작한 제품은 현재 화장품부터 주방세제, 생활용품, 음료로까지 확장되면서 제품이 160가지로 늘어나게 됐다. 김 대표는 미국 환경연구단체 EWG(환경워킹그룹)의 화장품 제품인증제를 국내에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환경호르몬이 플라스틱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며 "화장품 원료 자체가 석유화학물질에서 유래해 환경호르몬 범벅"이라며 "화학물질의 안전성 문제를 꾸준히 알리는데 일조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영균 대표는 "유해원료를 쓰지않고도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표본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newstree
 

◇ 용기 재활용에도 진심···공병수거하려 트럭 샀다

아로마티카는 천연성분으로 제품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제품의 용기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다가, 제품의 용기를 신재 플라스틱에서 재생원료 플라스틱으로 과감하게 대체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공부하면서 재활용 가능한 용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부터 아로마티카가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제품의 용기를 재생페트(PET) 100%를 사용한 기업이 된 것도 김 대표의 바로 이런 '뚝심' 덕분이다. 용기뿐만 아니라 제품의 뚜껑을 만드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있다. 유리용기도 폐유리 비중을 90%까지 사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유리는 재활용할 경우 모래에서 가공하는 것보다 녹는점이 1200℃로 절반이나 낮아, 에너지도 그만큼 절반할 수 있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활용 유리는 용기의 강도까지 높여준다. 물에 쉽게 떨어지는 수분리 라벨을 부착하고 있는 것도 아로마티카 제품의 장점이다.

김 대표는 "지금도 고품질 재생원료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2020년 당시 국내에서 재생페트 100%를 사용해 제품의 용기를 만든다는 것은 원료수급이 어려워 정말 힘들었다"면서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직원들조차 '왜 이렇게 어려운 방법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며 만류하는 의견이 적지않았는데 그래도 제가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다"며 웃었다. 주변이 만류하는 까닭에는 신재 플라스틱보다 재생원료 플라스틱의 가격이 더 높은 이유도 있었다.

"재활용도 좋지만 재사용 비중을 높이는 것이 더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김 대표는 "그래서 2016년부터 리필팩 제품을 출시해 현재 17종으로 늘린 상태"라고 밝혔다. 아로마티카는 올 3월까지 리필팩을 약 61만개가량 판매했다. 이는 플라스틱을 약 20.5톤 줄인 셈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2020년부터는 국내 최초로 리필용 벌크 제품도 출시했다. 뿐만 아니라 아로마티카는 용기를 아예 사용할 필요가 없는 리필스테이션도 운영하고 있다. 

▲오산 스마트팩토리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좌), '조인더서클' 전기트럭(우) (사진=아로마티카)

아로마티카는 제품의 제조공정에 필요한 전기도 재생에너지도 충당하기 위해 지난 2021년 경기도 오산공장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덮었다. 현재 태양광 에너지 사용비중은 26%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또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부터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용기, 사용한 종이박스까지 재사용·재활용하고 있다. 이미 7년 전 공장을 지을 때부터 태양광, 폐수처리 등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그 결과 아로마티카는 2023년 국제표준화기구인 ISO에서 평가하는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을 취득했다.

김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직접 공병을 수거하기 위해 전기트럭까지 사들였다. 전기트럭으로 공병을 수거하기 위해 아로마티카는 지난 2021년부터 투명페트 자원순환 캠페인 '조인더서클'(JOIN THE CIRCLE)을 펼치고 있다.

각 가정에서 분리배출된 공병들이 다른 플라스틱과 혼합수거되는 과정에서 오염되면서 재활용률이 떨어지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이다. 직접 수거한 공병은 선별장을 거치지 않고 재활용 공장으로 바로 보내진다. 이렇게 해서 2024년 3월 기준 약 12톤의 투명페트(500ml 생수병 약 56만개)를 수거했다.

현재 아로마티카는 국내 최초 SBTI(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인증 선점을 목표하고 있다. SBTI는 파리기후변화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기 위한 자발적 기업 이니셔티브다.

김영균 대표는 "생명존중과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면서 "2013년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선언문을 작성하고 이를 회사에 비치하는 것도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기업이 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천연원료도 그렇지만 재활용 용기 역시 현재 단가가 높다보니 수익성은 좋지 않다"면서 "그러나 지속가능성을 이루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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