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부진 원인 '정치적 의지 부족' 지목
전세계 기후석학 10명 중 8명은 금세기 지구 평균기온이 2.5℃ 이상 오르는 '기후 디스토피아'를 예견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의 필진으로 참여하거나 심사를 맡았던 기후석학 843명에게 연락을 취해 설문조사를 진행해보니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2100년까지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묻는 이번 설문에는 380명이 응답했다.
전세계 195개국 합의로 채택된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850~1900년 산업화 이전대비 1.5℃ 이내로 유지할 것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응답자의 77%는 '1.5℃ 목표'가 깨져 금세기 안에 지구 평균기온이 2.5℃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구 평균기온이 금세기에 무려 3℃ 이상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석학도 42%에 달했다. '1.5℃ 목표'가 지켜질 것으로 보는 응답자는 고작 6%에 그쳤다.
나이 든 학자보다 젊은 학자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비관적으로 예상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3℃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은 50세 이상에서는 38%였지만 50세 이하에서는 52%나 됐다. 또 여성학자의 49%, 남성학자의 38%가 3℃ 이상 기온 상승을 전망했다.
가디언은 "IPCC 보고서는 자연·사회과학계 전문가들이 작성하고 모든 가입국 정부가 승인하는 기후변화 평가의 최고 기준"이라며 "이번 설문결과는 지구상에서 기후변화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다수가 수십년 안에 기후 대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대응이 부진한 이유(복수응답)로는 응답자의 4분의 3이 '정치적 의지 부족'을 꼽았다. 화석연료 사업을 포함한 기득권 기업의 이권에 대해서도 60%의 응답자가 원인으로 지목했다.
학자들은 기온상승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제공됐음에도 각국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한 행동을 취하지 못한 데에 절망, 분노,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또 기후대응이 지연됨에 따라 폭염, 산불, 홍수, 폭풍 등이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자주 발생해 기근과 분쟁, 대규모 이주로 이어지는 '준 디스토피아적'의 미래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2℃ 이내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한 기후학자도 상황을 그다지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유엔 코펜하겐 기후센터 헨리 뉴펠트 연구원은 "1.5℃ 목표 달성에 필요한 모든 해결책이 갖춰졌고, 앞으로 20년 안에 시행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도 "하지만 실행에 옮겨지는 시점이 너무 늦어지면서 여러 '임계점'(tipping point, 온난화로 변화한 기후시스템이 스스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순간)을 넘어서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그레타 페클 연구원은 "우리는 앞으로 5년 안에 중대한 사회적 혼란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당국은) 연이은 극단적 상황에 압도되고 식량 생산은 붕괴할 것이며, 미래에 이보다 더 절망을 느낄 수 없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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