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기억조절'...트라우마 치료 가능성 열었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7-15 10:38:45
  • -
  • +
  • 인쇄
▲카이스트 연구진은 PLCβ1 결핍 실험쥐에서 증가된 공간 공포 기억과 손상된 기억 소멸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사진=카이스트)

우리 뇌에 과도한 기억이 형성되면 극심한 공포와 관련된 기억이 제대로 소멸되지 않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정신질환이 발병할 수 있는데, 국내 연구진이 빛을 이용해 뇌에서 기억형성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15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연구팀은 세포내 신호전달분자효소인 PLCβ1 단백질이 기억 형성과 소멸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이 단백질을 조절할 수 있는 광유전학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해 PTSD 치료의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PLCβ1 단백질은 다양한 뇌 신경전달물질들에 의해 활성화되는 대표적인 세포내 신호전달분자효소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이 기억 형성과 소멸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 단백질이 해마에서 기억 억제자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알아냈다.

연구팀은 PLCβ1가 결핍된 실험쥐에서 과도한 기억 형성과 공포 반응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반대로 이 단백질이 과도하게 발현하거나 광유전학으로 활성화시키면 과도한 공포 반응이 억제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는 PLCβ1가 기억형성 초기단계에서 적절한 기억형성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빛으로 제어하는 광유전학 기술을 개발해 PLCβ1 기능을 정밀하게 조절했다. 이 기술은 빛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을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할 수 있어, 뇌의 특정 부위에서 일어나는 신경 활동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PLCβ1이 기억형성 초기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는 광유전학 기술이 신경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PTSD와 같은 정신질환 원인 규명 및 치료에도 혁신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PLCβ1 결핍 쥐에서 나타난 과도한 공포 반응은 PTSD 환자의 증상과 유사하다. 연구팀은 단백질 활성화가 쥐의 공포 반응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해당 단백질을 조절하면 과도한 기억형성을 억제해 PTSD의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교신저자인 KAIST 허원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백질(PLCβ1)이 해마에서 기억형성 초기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으며, 이는 PTSD와 같은 정신질환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다"며 "실제 치료에 적용되거나 해당 단백질 신호 억제가 다른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인간에게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임상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KAIST 생명과학과 이진수 박사가 제1저자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s Advances)'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AI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코이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협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리우협약,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합의를 이뤄낸 기후변화대응협의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