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반도체 입주하는 삼성과 하이닉스...재생에너지 '어쩌나'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8-05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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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전력망 포화상태로 재생에너지 조달 '빨간불'
석탄발전 폐쇄나 농지법 개정으로 해결책 찾아야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가 전력망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입주할 예정인 용인 첨단반도체 산업단지 재생에너지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용인 남사읍 728만1000㎡ 규모 국가산업단지 부지에 2026년~2042년까지 총 36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공장 6개를 세우고, 2036년부터 완공되는 공장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원삼면 416㎡ 일반산업단지 부지에 총 122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 4개를 짓고, 2027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두 회사가 용인 반도체 산단에서 공장을 가동하는데 필요한 전력량은 모두 16기가와트(GW)다. 삼성전자가 10GW의 전력이 필요하고, SK하이닉스가 6GW의 전력이 있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용량이 1GW임을 감안하면 원전 16기가 생산하는 전력이 용인 반도체 산단에 공급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전력망 구조로는 이 지역에 방대한 양의 전기를 공급할 수 없다. 송배전망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이상 추가전력을 받아들일 수 없어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된 변전소가 전국적으로 205개에 달하는 데다, 수도권 지역도 부족한 전력을 다른 지역에서 끌어다쓰는 형편이어서 전력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2030~2036년 필요한 1차 전력수요인 3GW를 LNG발전소 6기로 충당하고, 나머지 7GW는 2027년 준공 예정인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2036년 준공 예정인 서해안 HVDC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1차 전력수요인 2.83GW를 경기남부 신안성변전소에서 직접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2차 계획은 미정이다.

이같은 두 회사의 전력수급 계획은 재생에너지 확충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동해안 HVDC는 신한울원전과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전송하기 위해 건설하고 있다. 서해안 HVDC는 수명연장된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1·2호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실어나르기 위한 목적이다. 또 수명이 2038년까지 연장된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와 영흥화력발전소, 태안화력발전소 등에서 생산된 전력도 서해안 HVDC를 통해 전송될 예정이다. 신안성변전소 역시 충남 당진과 태안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받아온다. 대부분 화석연료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RE100을 선언했기 때문에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실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3월 발간된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두 회사의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용비중은 30% 정도지만, 반도체 공장이 몰려있는 국내만 놓고 보면 10% 수준이다. 국내 전력망 상황으로는 현재 전력수요만으로도 재생에너지 100% 실현이 벅찬 상황인데, 용인 반도체 공장에서 소요되는 전력까지 재생에너지로 확충해야 하는 부담이 추가로 생긴 것이다.

반도체 수요회사들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30년까지 공급사가 RE100을 달성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구글도 스코프 1·2·3 배출량을 2030년까지 5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공급사인 인텔도 RE100 목표연도를 2030년으로 앞당겼고, 대만의 TSMC도 RE100 달성시점을 2040년으로 앞당겼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용인 반도체 산단 내 재생에너지 공급책은 70MW 규모 태양광 설비를 제외하고는 없는 실정이다. 직접 발전 외에도 RE100 이행수단인 녹색프리미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등의 신규물량도 줄어들 전망으로 RE100 달성은 더 요원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60%를 차지하는 전남과 전북 그리고 강원·경북 지역은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된 변전소가 많아 송배전망이 확충되기전까지 추가로 발전소를 늘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포화상태에 이른 송배전망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최소 6~7년이 걸린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당장 송배전 확충공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2030년이나 돼야 전력계통의 여유가 풀린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족한 전력계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동중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에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전력망이 포화상태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송배전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가 그 비중을 채울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그래야 2030년까지 부족한 전력계통에서도 추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수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가 차원의 전력망 문제에 대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고 기술·인재 탈취 우려도 커 RE100 달성이 용이한 국가로 해외이전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중장기 목표이니만큼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한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임 사무처장은 "경기도에 있는 농지 10%만 태양광 발전으로 활용해도 8GW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며 "농지를 태양광 부지로 활용하려면 농지법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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