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미국 탄소규제로 제조업 비상..."기술개발·이행점검 지원해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8-29 15:00:03
  • -
  • +
  • 인쇄
산업부-상의 '산업부문 탄소중립 정책협의회' 개최
산업배출 39%가 철강..."수소환원제철 지원 필요"


2025년과 2026년 잇단 글로벌 탄소규제를 앞두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개최한 제1차 '산업부문 탄소중립 정책협의회'에서 한 참석자는 "글로벌 탄소규제의 도입과 글로벌 기업 협력사에 대한 탄소배출량 관리 및 감축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철강·알루미늄 분야는 미국 청정경쟁법안(CCA)과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주요 대상 품목이므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CCA는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화학제품·화학비료, 석유정제품, 시멘트, 수소, 에탄올 등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12개 제품에 대해 미국 제품 평균 탄소집약도 기준을 초과하는 배출량에 톤당 55달러(약 7만3446원)의 탄소조정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2년 6월 상원에 발의된 민주당 법안이지만 공화당의 지지를 받는 초당적 법안으로 올해 연말까지 통과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CBAM은 EU에 수출하는 기업에게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철강, 알루미늄, 비료, 수소, 시멘트, 전력 등 6개 품목에 적용된다.

CCA와 CBAM이 차례로 시행되면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사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국내 철강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1억120만 톤으로 국가 전체 탄소배출량의 14%, 산업 부분에서는 가장 많은 39%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4690만톤으로 산업 부분에서 2번째로 높은 18%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산업계는 이날 정책협의회에서 가장 먼저 철강의 수소환원제철 지원을 건의했다. 김희 포스코홀딩스 전무는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개발·상용화되면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제를 석탄에서 수소로 바꿔야하기 때문에 연간 370만톤의 그린수소와 추가적으로 4.5기가와트(GW)의 무탄소 전력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그린수소와 무탄소에너지를 차질 없이 공급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EU와 일본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수소환원제철의 기술개발과 실증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EU는 철강기업의 저탄소 상용설비 전환비용의 40~60%를 정부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4500억엔(약 4조1501억원)의 연구개발(R&D) 지원, 3조엔(약 27조6672억원)의 탈탄소 실증 및 설비전환 지원과 함께 세액공제를 통해 그린스틸 판매량에 톤당 2만엔(약 18만4491원)의 설비 운영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변영만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2022년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예타에서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 과제가 통과되지 못했다"며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알루미늄 업계에서는 폐알루미늄 등 비철스크랩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국내에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줄 것을 건의했다.

아울러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에 기술혁신 속도를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국내 철강산업의 지속 성장과 도약을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과 혁신형 전기로의 상용화가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며 "2035 NDC 수립은 이러한 기술개발 속도와 함께 무탄소 에너지, 철 스크랩 공급 등 제반 여건을 면밀하게 검토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자금지원과 탄소중립 플랫폼 구축을 통한 해결을 제안했다. 이승렬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철강부문의 핵심기술 개발과 세제·융자 지원을 강화하고, 글로벌 탄소규제 대응을 위해 공급망 기업간에 탄소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산업 공급망 탄소중립 플랫폼을 조속히 구축해 철강·알루미늄 산업의 탄소중립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산업부는 산업부는 공급망으로 연결된 기업 간에 탄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산업 공급망 탄소중립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지난달 25일 발표한 바 있다. 최근 글로벌 탄소규제는 개별 기업이 아닌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전체 탄소배출량의 산정과 감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탄소중립을 선도적으로 이행하려는 기업들이 미래의 불확실성과 투자 리스크 때문에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번 철강·알루미늄 업종을 시작으로 앞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석유화학·정유, 배터리·자동차 등 총 11개 주력업종의 탄소중립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과 이승렬 산업부 산업정책실장, 변영만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과 함께 김희 포스코홀딩스 전무, 윤호준 현대제철 상무, 채민석 세아창원특수강 전무, 이서영 노벨리스코리아 이사 등 관련 업계 임원들과 민동준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 등 관련 전문가도 참석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KCC글라스 '2024-25 ESG보고서' 발간...KPI와 연계

KCC글라스가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성장전략을 담은 '2024/25 ESG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올해 다섯번째로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ESG 전략목표와

[최남수의 ESG풍향계] 글로벌 기업들 '지속가능 공시' 적극적인 이유

이재명 정부는 ESG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이는 정책은 지속가능성 공시다. 윤석

SK케미칼 '2024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발간..."5대 과제 평가 담아"

SK케미칼이 1년간의 ESG성과와 향후 전략을 담은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공시 기준으로 통용되는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기후/환경

+

'참치' 늘고 '오징어' 줄고...뜨거워진 동해안 어종 바뀌고 있다

동해안은 전세계 연안에 비해 수온이 3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탓에 어종도 바뀌고 있다.연일 35℃가 넘는 폭염이 한창인 10일 오후 3시 동해안의 수온

"기후에너지부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후재정 혁신해야"

정부가 기후예산을 재설계하지 않고 기후에너지부를 개편하는 것만으로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10일 기후재정포럼

'불판'으로 변한 지구…40℃ 폭염이 일상화 되려나

지구촌 곳곳이 '불판'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아직 한여름이 시작되지 않았는데 유럽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한낮 기온이 40℃를 넘나들고 있다. 지

수백명 희생된 美 텍사스주 대홍수 나흘만에 뉴멕시코도 '홍수'

미국 텍사스주에서 대홍수 참사가 발생한지 나흘만에 이번에 뉴멕시코주에서 홍수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

'온열질환자' 하루새 200명 발생…'살인폭염' 언제까지?

수도권 낮 최고기온이 40℃가 넘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하루 사이에 온열질환자가 200명 넘게 발생했다. 문제는 이같은 더위가 한동안 계

산불 발생한 강 유역 오염도 103배...오염 8년간 지속된다

폭염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산불이 발생한 지역은 산불 재로 인해 수자원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8일(현지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