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전기의 탄소집약도는 전세계 213개국 가운데 104위로 전기의 탄소발자국이 높은 수준이다.
영국 저탄소전환 컨설팅업체 카본풋프린트(Carbon Footprint)가 지난 9월 공개한 2017~2022년 국가별 '전력배출계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전기의 탄소발자국은 1킬로와트시(kWh)당 0.488kg이다.
'전력배출계수'는 1년동안 전력발전소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를 전기발전량으로 나눈 값으로, 에너지믹스에 따라 이 계수는 달라진다. 따라서 국가의 전력배출계수가 높다는 것은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원의 탄소집약도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제품생산에 전기는 중요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전력배출계수'는 탄소규제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의류 탄소배출량의 30% 이상, 건설용 철강 및 가전제품의 탄소배출량 70% 이상이 '전기'가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온실가스 통합 통계체계 구축을 목표로 출범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탄소감축포럼(IFCMA)은 올해말 전력배출계수 산정방식 고도화 논의를 담은 '탄소집약도 작업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일례로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가뭄으로 수력발전이 제한된 연도의 전기 탄소집약도는 그렇지 않은 연도보다 높을 것이기 때문에 기상조건과 발전시설별 사용시간에 따른 집약도를 따질 정도로 정밀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우리나라 국가 전력배출계수는 2017~2022년 전세계 213개 국가 가운데 81~104위를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22년 전세계 국가 전력배출계수 평균값은 0.439kg이였지만 우리나라는 국가 전력배출계수가 이보다 높은 0.488kg을 기록했다.
이는 빠르게 전력배출계수를 낮추고 있는 유럽 선진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리나라 국가 전력배출계수는 2017년 0.561kg에서 2022년 0.488kg으로 13% 줄었다. 반면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6개국의 평균 국가 전력배출계수는 2023년 11월 0.253kg이었다. 이는 지난 2018년 0.330kg보다 23.3%나 줄인 것이다.
유럽의 전력배출계수 감소추세는 앞으로 더 빨라질 전망이다. 유럽 환경청(EEA)은 지난 6월 유럽연합(EU) 역내 국가별 전력배출계수를 공개하면서 회원국 사이의 전력배출계수 간극이 점차 벌어지고 있는 것을 문제삼았다. 2022년 기준 스웨덴 국가 전력배출계수는 0.008kg, 룩셈부르크 0.062kg, 핀란드 0.062kg인 반면 폴란드는 0.681kg, 에스토니아는 0.693kg일 정도로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EEA는 역내 전기요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가별 전력배출계수 간극의 해소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더 빠르게 배치하는 한편 EU 전역의 전기 인프라를 최적화할 수 있는 추가적인 조처를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국가 전력배출계수는 곧 제품별 전력배출계수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업들 역시 제품별 전력배출계수를 낮추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나가고 있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에서 전기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확인될 수 있는 PPA를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력망은 네트워크 방식으로 한전의 관리 하에 전체가 묶여있다보니 어떤 전기를 어디에 사용하는지 꼬리표가 없다"면서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를 PPA로 조달하는 방식으로 명확하게 구분짓지 않는 이상 제품의 전기 탄소집약도를 구할 때 국가 전체 평균값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