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비까지 고려해 '사회전환 시나리오' 검토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설정에 앞서 목표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이행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2035 NDC 준비현황과 쟁점'을 주제로 개최한 제15차 국제온실가스 학술회(IGC)에서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김지윤 대표는 "2030 NDC는 산업, 에너지전환, 교통 부문을 중심으로 탈석탄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제시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2035 NDC는 실현가능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정부가 2025년까지 제출해야 하는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수립하기에 앞서 짚어봐야 할 쟁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5년마다 갱신된 NDC를 제출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도 '2030 NDC'보다 강화된 '2035 NDC'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30 NDC' 목표를 온실가스 40% 감축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 목표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지윤 대표는 "산업 부문에서는 탄소배출권의 과잉할당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유럽연합(EU)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거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고, 교통 부문에서도 전동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반적으로 이행목표가 느슨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35 NDC'는 실행력에 우선을 두고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2030 NDC에서 설정한 온실가스 40% 감축목표 달성도 불가능할 수 있는데 목표만 높이는 NDC를 수립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호주의 경우는 NDC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법을 마련중이다. 호주 주정부 경제발전부 차관 정책보좌관을 맡았던 송애나 현 파란클라이밋 대표는 "현재 호주에서는 2035, 2040, 2045 NDC가 지역사회에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는지 검증하는 '어 퓨처 메이드 인 오스트레일리아' 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미 호주는 독립적인 자문기관인 기후변화청(CCA)을 설립하고 각 부처 장관들에게 기후변화와 관련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자문을 받은 장관은 6개월 이내에 자문내용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일본은 탄소배출량 외에 소비패턴이나 생활패턴에서 가져올 변화 등을 담은 '사회적 전환 시나리오'도 마련하고 있다. 순환경제 전환을 통해 제품 수명주기가 더 길어졌을 경우, 도보나 대중교통을 적극 이용할 경우 등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키코 카이누마 국제환경전략연구소(IGES) 선임고문은 "산업계가 의욕을 가지고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변화가 어렵다"면서 "단순히 NDC 목표를 높이는 것만으로 힘들기 때문에 소비부문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3월에 제7차 기본에너지계획을 일본 정부가 최종승인하면 '2035 NDC'도 도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산화탄소를 제외한 나머지 온실가스에 대한 논의도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홍식 기후환경대사는 "과거 NDC보다 더 나아가기 위해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은 2035 NDC 수립시 가급적 모든 온실가스를 포함하고, 절대 배출량 대비 감축목표를 채택하기를 권고하고 있다"며 "화석연료 전환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에너지가 아닌 분야, 즉 메탄, 아산화질소, 불화가스와 같은 비(非) 이산화탄소 가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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