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유럽연합(EU) 탄소배출 규제와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와의 경쟁을 위해 내년부터 중저가 전기차(EV)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유럽 완성차 브랜드들은 14일(현지시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24 파리 모터쇼'에 앞서 가격대를 대폭 낮춘 전기차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는 통상 자사 차량보다 판매가를 대폭 낮춘 약 3700만원대의 전기차 모델 'R5'에 대한 주문 접수를 시작했다. 다국적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 산하 리프모터는 파리모터쇼에서 약 2960만원 이하 차량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중저가 전기차 모델 출시에 힘이 쏟는 이유는 내년부터 발효되는 유럽연합(EU)의 새 탄소배출 목표에 맞추고 '박리다매' 전략으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EU는 내년부터 신차의 탄소배출 목표를 주행거리 1㎞당 93.6g으로 규제한다. 현재 1㎞당 118g에서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것이다. 이 규제에 대응하려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하이브리드 차량 비율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유럽에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미국 내 전기차 재고 증가, 보조금 삭감 등으로 전기·하이브리드 차량 비율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업체들은 가성비 높은 모델을 출시해 전기차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또 중저가의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도 유럽 완성차 업계에겐 큰 부담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는 약 1280만원짜리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고, 창간자동차는 1000만원 이하의 저가제품을 팔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이처럼 값싼 전기차 제품들을 앞세워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약 66%를 점령했다.
다만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중저가 모델을 내놓더라도,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내년 유럽 전기차 시장은 한파가 닥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 헨닝 코스만은 전세계 자동차 제조업체가 유럽에서 170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추정하면서 "현명한 소비자라면 오늘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주행거리와 기술 측면에서 더 나은 전기차를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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