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 그린워싱?...COP16 '생물다양성 크레딧 프레임워크' 공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0-31 16:51:09
  • -
  • +
  • 인쇄
▲지난 28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COP16 회담장 앞에서 '생물다양성 크레딧' 반대 시위를 벌이는 환경운동가 (사진=AFP/연합뉴스)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16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에서 지난 총회에서 도입한 '생물다양성 크레딧'에 대한 프레임워크가 처음 공개됐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개막돼 11월 1일 폐막하는 COP16에서 '고도의 무결성을 갖춘 생물다양성 크레딧 시장 프레임워크'가 지난 28일 공개되면서 '생물다양성 크레딧' 활용범위를 둘러싼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프레임워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프레임워크가 공개된 첫날부터 환경단체들은 회담장 앞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르몽드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생물다양성 크레딧'은 기업활동으로 발생하는 생태계 악영향을 다른 생태계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상쇄시키는 개념으로,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다른 곳에서 탄소저감 사업실적을 구매해 상쇄하는 '탄소 크레딧'과 유사하다. 지난 2022년 캐나다에서 열린 COP15에서 각국은 2030년 육상·해양 생태계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한 '30x30 목표'를 채택했고, 이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의 일환으로 '생물다양성 크레딧' 도입에 합의했다. 

환경단체들은 이 생물다양성 크레딧이 일종의 '그릇된 해결책'이라는 주장이다. 국제환경단체 '지구의 벗'은 "생물다양성 크레딧은 애당초 수요가 적어 시장이 성립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물다양성은 탄소배출량처럼 정량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명확하게 리스크를 정의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업들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생물다양성 크레딧을 굳이 구매하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생물다양성 크레딧에 앞서 이미 탄소크레딧 발급을 위해 선정된 사업부지가 전세계적으로 12억헥타르(ha)에 달한다. 이는 전세계 경작지 면적과 비슷한 크기로, 생물다양성 보전 사업을 추가로 벌일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후위기와 인구증가로 식량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크레딧 발급을 위해 개발도상국의 토지를 묶어두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비판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에서 주의를 돌리려는 재계의 수작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경제활동을 하는데 직접 지원하는 '유해 보조금'이 연간 2조6000억달러(약 3586조7130억원)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생태계 파괴 보조금을 그대로 놔둔 채 다른 해법을 찾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각국 대표단은 생물다양성 크레딧을 통해 생태계 복원 활동을 돈으로 보상해주는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적 자금만으로는 생물다양성을 보전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려면 크레딧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마련된 재원은 1020억달러(약 141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30x30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추가로 7000억달러(약 965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WEF는 내다봤다. 특히 생태계 보호를 위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이 많아 COP16 개막전에 국가생물다양성전략(NBSAP)을 제출한 국가는 196개국 가운데 26개국에 그쳤다.

이번 COP16에서 제시된 '고도의 무결성을 갖춘 생물다양성 크레딧 시장 프레임워크'는 환경단체들의 우려를 적극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프레임워크는 생태계는 지역마다 특수성이 있어서 다른 지역에서 복원한 실적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기업의 공급망 안에서 지역사회와 원주민 합의를 거친 생물다양성 크레딧 사업만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향후 '자연관련 재무공시 협의체'(TNFD)의 자연자본 공시가 고도화되고, 생물다양성 크레딧에 대한 엄격한 품질보증 절차가 수립되면 생물다양성 크레딧 시장은 현재 100만달러(약 14억원) 미만 수준에서 2050년 690억달러(약 95조2386억원) 규모로 성장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프레임워크를 작성한 '국제 생물다양성 크레딧 자문 패널'(IAPB)의 아멜리아 포셋 공동의장은 "생물다양성 크레딧은 기반시설 투자와 비슷한 성격으로 주식시장과 같은 탄소크레딧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TNFD와 '네이처 포지티브' 정책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인증과 관리만 가능하면 생태계 보전을 위한 효율적으로 자금 운용 도구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한항공 기내식 용기 '식물성 소재'로 바꾼다

대한항공이 식물성 원료로 만든 기내식 용기를 도입한다.대한항공은 오는 12월부터 밀짚, 사탕수수, 대나무 등 비목재 식물성 원료로 제작된 기내식 용

"배출권거래제, NDC 53% 맞춰 운영"…정부, 산업계 부담 덜어준다

정부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에 대한 산업계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NDC 하한목표인 53%에 맞춰 운영하기로 했다

'젊어지는 삼성전자'...30대 상무·40대 부사장으로 '세대교체'

삼성전자가 지난해보다 24명 많은 161명에 대한 임원승진을 단행했다. 인공지능(AI)와 로봇, 반도체 분야에서 미래기술을 이끌 리더들을 중용했다는 게

진짜 돈이 들어간 '돈방석·돈지갑' 나왔다

진짜 돈이 들어간 '돈방석'이 나왔다. 한국조폐공사는 진짜 돈이 담긴 화폐 굿즈 신제품 돈방석·돈지갑을 출시하고,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와디

파리크라상 '사업부문'과 '투자·관리부문'으로 물적분할한다

SPC그룹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이 물적분할을 진행한다.SPC그룹은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에 대해 물적 분할을 결정했다고 24일 밝혔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공사장 오폐수 무단방류로 고발

포스코이앤씨가 오폐수 무단방류 혐의로 광명시로부터 고발당했다.경기도 광명시는 서울~광명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원광명지하차도 터파기 과정에

기후/환경

+

땅속에서도 죽지 않는다...북극 동토층 '좀비 산불'로 몸살

땅속으로 파고든 불씨가 죽지않고 타는 '좀비 산불'이 시베리아와 캐나다, 알래스카 등 북극의 새로운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좀비 산불'은 유기토양

기후취약국들 갈수록 '빚더미'..."기후재원 언제까지 대출받아 피해복구?"

기후재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기후취약국들이 기후위기를 촉발시킨 선진국들의 책임있는 자세를 다시한번 촉구하고 나섰다.기후

1만2000년만에 분화한 화산...연기 14km까지 치솟아

에티오피아 북동부에 위치한 하일리 굽비 화산(Hayli Gubbi volcano)이 약 1만2000년 만에 처음으로 분화했다고 24일(현지시간) AFP, 가디언 등 외신들이 보도했

"초미세먼지 줄여라"…정부, 석탄발전소 가동중단에 출력제한 조치

온화한 날씨로 인해 올겨울 초미세먼지(PM2.5)가 지난해보다 더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초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 석탄발전소 최대 17기

탄소배출권 사서 메우자?...배출권 의존기업 탄소감축 '제자리'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확대보다 기업의 직접 감축 노력이 우선이라는 국제보고서가 공개되며 상쇄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25일(현지시간

대한상의 '재생에너지 벤치마킹 연수' 참여기업 모집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 재생에너지 활용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재생에너지 벤치마킹 연수' 참여기업을 모집한다고 25일 밝혔다. 연수는 오는 12월 10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