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펠]"농업폐기물로 친환경 비료 만들었죠"...말레이시아 스타트업의 도전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11-07 08:01:02
  • -
  • +
  • 인쇄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 '글로벌체라'
말레이시아서 농업폐기물로 친환경 비료생산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일상생활 속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혁신리더를 선발해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편집자주]

▲농업폐기물로 단백질을 만드는 말레이시아 스타트업 '글로벌체라'의 윌리 응 대표가 뉴스트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newstree

국토의 26.3%가 농경지일 정도로 농업 비중이 높은 말레이시아는 그만큼 농업폐기물이 많이 발생한다. 농업폐기물이 전체 폐기물의 절반에 육박하는 44.5%에 이르다보니 그야말로 '골칫거리'다. 게다가 농가에서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화학비료를 무분별하게 남용하면서 환경오염도 심각해졌다.

말레이시아 사회적기업 '글로벌체라'(Global Cerah)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인 '농업폐기물과 화학비료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의 윌리 응(Willie Ng) 대표는 "말레이시아 농가들은 대부분 화학비료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매년 약 2조4000억원에 달하는 화학비료가 땅에 뿌려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학비료는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생태계를 교란시키는데 우리 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폐기물을 이용해 천연비료를 생산하는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아름다운가게가 아시아 뷰티풀펠로우 2기로 선정해 지원한 '글로벌체라'. 전세계적으로 밝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다는 뜻에서 회사명도 말레이시아어로 '밝게 만들다'라는 의미의 '체라'(cerah)라고 지었다는 윌리 응 대표를 뉴스트리가 직접 만나봤다.

◇ 농가의 골칫거리 해결 위해 '순환경제' 구축

글로벌기업에서 재무담당자로 일했던 윌리 응 대표가 농업의 '순환경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자신의 고향인 말레이시아 사바 지역에서 소작농들의 현실을 직면하면서부터다.

말레이시아 소작농들은 비싼 비료값과 요동치는 농작물 값으로 인해 일한만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기후위기까지 봉착하면서 그들의 삶은 더 척박해지고 있다. 이 사람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나왔지만 어느것 하나 제대로 유지되지 못했고, 효과도 미미했다.

윌리 응 대표는 "고향에서 NGO 등을 통해 다양한 친환경 프로젝트에 참여해봤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몇 개월만 하다가 사라졌다"면서 "이런 프로젝트들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속가능하고 효과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마음먹고 '글로벌체라'를 사회적기업으로 설립했다는 것이다.

2021년 창업한 윌리 응 대표는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에 주목했다. 해마다 어마어마한 양의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과 전략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농업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골칫거리인 농업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 폐기물로 친환경 비료를 만들기로 했다.

윌리 응 대표는 "단지 기술만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서 "농민들이 직접 참여해야 지속가능한 프로젝트가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에 농민들과 함께하는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폐기물로 친환경 비료를 생산하는 과정 (자료=글로벌체라)

◇ 폐기물도 수거하고 비료도 싸게 공급하고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100여개 농장들과 계약을 맺고 농업폐기물을 직접 수거하고 있다. 수거량은 한달에 약 100톤에 이른다. 농업폐기물 수거와 운송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의논해 처리구역을 지정했다. 개인 농가의 농업폐기물은 무료로 수거해주고 있다. 이렇게 수거한 농업폐기물은 처리과정을 통해 70~80톤의 친환경 유기농 비료로 재탄생한다.

농업폐기물은 일반적으로 박테리아를 제거하기 위해 화학처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기물 속 영양분까지 함께 분해돼 버린다. 그러다보니 유기농 비료가 가격만 비싸고 품질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글로벌체라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학처리 대신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탈수기로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있다. 윌리 응 대표는 "탈수기로 박테리아는 제거하면서 영양분은 그대로 남겨 친환경 비료를 생산한다"면서 "탈수 후 건조하는 과정도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으로 전기를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에서 생산한 유기농 비료는 농업폐기물을 제공한 농장에게 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농장 입장에선 폐기물 처리 비용도 아끼고 품질 좋은 유기농 비료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40%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료를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은 수출에서 충당한다. 현재 글로벌체라는 미국·영국·유럽 등으로 유기농 비료를 자국보다 비싼값에 수출하고 있다. 윌리는 "최근 선진국들은 영양분이 높은 유기농 비료를 선호하고 있어 수요가 충분하다"면서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영양 함유율이 70% 이상이라는 것이 SGS 인증기관을 통해 보증된 제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글로벌체라는 필리핀,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에도 자사 기술을 공유해 농업폐기물 처리를 지원하고 있으며, 태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글로벌체라에서 생산한 유기농 비료(좌)와 농업폐기물 처리시스템(사진=글로벌체라)

◇ "음식물 쓰레기로 사업영역 확장중"

글로벌체라의 유기농 비료 생산시스템은 음식물 쓰레기에도 적용 가능하다. 글로벌체라는 창업초기에 농업폐기물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까지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별도 분리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물량을 확보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윌리 대표는 "현재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배출하지 않아 수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한국이나 대만처럼 음식물을 별도로 수거하는 나라라면 우리 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2022년 기준 10억5000만톤에 이른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340조원이다. 이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의 재활용 문제는 전세계적인 과제다. 윌리 대표는 "글로벌체라는 앞으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도 비료 생산기술을 적용해볼 계획"이라며 "대만에서 이미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윌리 대표는 "우리는 아직 농업과 음식물 분야의 쓰레기를 활용하는데만 집중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일부분일뿐"이라며 "향후 플라스틱 문제, 생활폐기물 문제 등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기술개발을 이어나갈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SK이노, 독자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국제학술지 등재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성과가 국제학술지에 등재됐다.SK이노베이션은 자사가 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화학공학

KCC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 11년 연속 수상

KCC가 '2025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 제조 부문 우수보고서로 선정되며 11년 연속 수상했다고 4일 밝혔다.대한민국 지속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기후/환경

+

희토류 독식하는 美국방부..."군사장비 아닌 탈탄소화에 쓰여야"

지속가능한 기술개발에 쓰여야 할 희토류가 군사기술 개발에 사용되면서 기후행동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4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의 공동연

'아프리카펭귄' 멸종 직면...먹이부족에 8년새 '95% 급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서식하는 아프리카펭귄이 멸종위기에 직면해있다.5일(현지시간) 영국 엑서터대학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산림·어

기습폭설에 '빙판길'...서울 발빠른 대처, 경기 '늑장 대처'

지난 4일 오후 6시 퇴근길에 딱 맞춰 쏟아지기 시작한 폭설의 여파는 5일 출근길까지 큰 혼잡과 불편을 초래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은 밤샘 제설작업으

[주말날씨] 중부지방 또 비나 눈...동해안은 건조하고 강풍

폭설과 강추위가 지나고 오는 주말에는 온화한 서풍이 유입되면서 기온이 올라 포근하겠다. 다만 겨울에 접어든 12월인만큼 아침 기온은 0℃ 안팎에 머

'쓰레기 대란' 막는다...위탁업체 못구한 지자체 '종량제 직매립' 허용

내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는 가운데 폐기물을 처리할 민간 위탁업체를 구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에 한해 예외적으로 직매립이 허

폭설에 발묶였던 수도권...서울 도로는 5일 통제 해제

올해 첫눈이 10cm 안팎으로 펑펑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지만 퇴근길에 딱 맞춰 내린 폭설로 도로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갑자기 내린 눈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