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잔디밭'...기후위기 극복 위한 이색대회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1-13 12:10:18
  • -
  • +
  • 인쇄
▲제2회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잔디밭 대회'에서 우승한 레이사 엘리엇의 정원 (사진=레이사 엘리엇)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잔디밭 대회'라는 이색대회가 열렸다.

10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2회째를 맞은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잔디밭 대회'의 우승자로 뉴질랜드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 인근에 위치한 버드링스플랫 지역의 잔디밭이 선정됐다. 이 이색대회는 푸른 잔디가 아닌 물을 주지 않아 노랗게 말라붙은 잔디, 고르지 않은 화단을 수상자로 선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수상한 버드링스플랫 지역의 잔디밭은 햇볕에 그을린 모습이 인상적이며 강한 해안바람과 적은 강수량으로 인해 잔디가 짧게 자라나 있다. 푸르고 튼튼한 선인장들이 잔디밭을 둘러싸고 있으며, 더운 날씨에 매우 잘 견디는 것으로 알려졌다.

잔디밭의 소유주 레이사 엘리엇은 잔디밭에 물 주는 일은 자연에 맡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스스로를 가꾸고, 스스로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만들어내는 정원을 목표로 했다"며 "식수는 식수일 뿐 잔디밭에 주는 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냥 독특해보이는 이번 대회는 사실 스웨덴 고틀란드 지자체에서 섬의 물 절약을 촉진하고자 시작됐다. 지난 2022년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던 고틀란드는 주민들이 물을 아끼도록 장려하기 위해 이 대회를 만들었다. 이 사실이 빠르게 알려지면서 전세계적인 대회로 확장한 것이다. 고틀랜드는 첫 대회 이후 매년 물 소비를 5%에서 7%까지 줄였다.

엘리엇은 잔디밭에 물 주는 일을 오로지 자연에게 맡긴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비가 온 후 잔디밭에 생긴 연못에는 온갖 야생동물이 모인다.

그는 "비가 온 후 사막에 나타나는 오아시스의 광경은 놀랍다"며 "종달새, 동박새, 부채꼬리딱새류, 핀치새류, 유라시아대륙검은지빠귀, 찌르레기 등 많은 종류의 새들이 연못에서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한다. 벌과 도마뱀도 이곳을 집으로 삼는다"고 전했다.

엘리엇은 지난해 2월 티비를 보던 중 이 대회를 처음 알게 됐다. 그는 "평년보다 높은 여름 기온을 경험하고 있던 제 잔디는 이 대회에 안성맞춤이었다"고 덧붙였다.

고틀란드 주민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1시간에 걸친 심의 끝에 만장일치로 엘리엇의 잔디밭을 선정했다.

심사위원단은 "그의 잔디밭은 미인대회에서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지속가능성과 적응력에 대한 메시지로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바람에 자연스럽게 말라붙은 땅은 날씨가 조각한 홈과 인간의 간섭없이 번성하는 자연의 차분한 색상으로 장식되어 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대회 주관사인 관광기관 리전고틀랜드(Region Gotland)의 브랜드디렉터 미미 깁슨은 이번 대회 경쟁이 치열했다며 "모든 후보지가 정말 끔찍하게 못생겼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깁슨은 이 대회가 사람들로 하여금 기후위기 시대에 취할 수 있는 작고 의미있는 행동이 무엇일지 계속 생각하게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깁슨은 "처음에는 서서 웃다가 '맙소사,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것이 마냥 재밌는 일이 아니라 실제로 물을 절약하는 의미있는 일임을 깨닫는 것, 사람들은 그런 걸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회는 우리 모두가 직면한 환경문제와 세계 위기에 대한 불안을 기분좋게 해소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U, 헤지펀드와 기업 등의 반발에 'ESG 규제' 완화 움직임

유럽연합(EU)이 헤지펀드와 기업 등의 반발에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을 포함한 환경 규제들을 완화하는 옴니버스 단순화 패키지를 2월 중 발표

트럼프 '플라스틱 빨대' 회귀 선언…韓 환경정책에도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이 빨대' 사용을 중단하고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가겠다고 밝히면서, 우리 정부의 환경 정책도 후퇴할 수 있다는 우

제프 베이조스까지?...'베이조스 지구펀드' SBTi 지원 '중단'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베이조스 지구펀드'가 글로벌 기후단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미국 억만장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

삼성전자·SK, 구매한 해외 탄소크레딧 감축실적은 '0점'

최근 국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구매한 탄소크레딧의 실효성이

KB금융, CDP 평가서 '기후변화 대응부문' 최고등급 획득

KB금융그룹은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의 '2024 기후변화 대응부문'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인 '리더십 A'를 획득했다고 6일 밝혔다.CDP는 각국의 주요 상

네이버 위기마다 '구원투수'...이해진 7년만에 이사회 의장에 복귀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이사회 의장으로 7년만에 복귀한다.5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이사회는 오는 7일 이해진 GIO

기후/환경

+

제프 베이조스까지?...'베이조스 지구펀드' SBTi 지원 '중단'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베이조스 지구펀드'가 글로벌 기후단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미국 억만장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

美 겨울폭풍 또 몰려온다...1억명이 폭설 피해예상

일본뿐 아니라 미국도 눈폭풍이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올 1월 겨울폭풍에 시달린 미국은 6일(현지시간) 22개 주에 또다시 겨울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라니냐인데 1월 '역대급 기온'...지구 1.75℃까지 올랐다

올 1월도 역대 가장 기온이 높은 1월로 기록됐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임계점 1.5℃를 넘어 이미 1.75℃까지 올랐다.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

'지옥의 섬'으로 돌변한 산토리니...6000건 넘는 지진에 '비상사태'

'지상낙원'으로 불리며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꼽혔던 그리스 산토리니섬이 계속되는 지진으로 '지옥의 섬'으로 돌변했다.산토리니섬은 지난 1월말부터

아프리카·중남미 '폭염'에 국내 제과업체 '등골 휜다'

계속해서 오르는 코코아 가격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후폭풍의 단적인 사례라고

퇴근길 차량 '엉금엉금'…수도권 대설주의보 발효

6일 오후 서울 전역을 포함한 수도권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기상청은 6일 오후 3시30분을 기해 서울과 경기도 대부분 지역에 대설주의보를 발효한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