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 구매한 해외 탄소크레딧 감축실적은 '0점'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2-06 18:16:37
  • -
  • +
  • 인쇄

최근 국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구매한 탄소크레딧의 실효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 환경단체 플랜1.5는 최근 발간한 '국내 기업의 자발적 탄소시장 활용사례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영국법인, 대한항공, 한화에너지, SK증권 등 국내 기업들이 구매한 탄소크레딧이 실제 감축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탄소크레딧은 기업이나 국가가 거래할 수 있는 일종의 배출권으로, 탄소감축 활동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 그만큼의 크레딧을 발행하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곳이 구매해 배출량을 상쇄하는 시스템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발적 탄소시장 플랫폼 베라(Verra)에서 삼성전자, GS에너지, 한화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SK증권 등 국내 기업은 총 71만2556톤의 크레딧을 구매했다. 국내 기업이 주로 구매한 크레딧 유형은 재생에너지(57%)와 국외 산림탄소축적증진(REDD+) 프로젝트(43%)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연구논문들에 의하면 국내 기업들이 구매한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크레딧의 감축효과가 미미하거나 없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삼성전자 영국법인이 구매한 브라질 산림보전(REDD+) 프로젝트의 크레딧 가운데 90%는 실제 감축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SK증권이 구매한 캄보디아 REDD+ 크레딧도 감축효과가 11.52%로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크레딧을 사용해 기업 이미지 제고를 꾀하던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구매한 크레딧 목록 (자료=플랜1.5)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크레딧 발생 역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기후환경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사업에 의해 발급되는 탄소크레딧은 '추가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상당부분 가치가 없다고 지적해왔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소가 크레딧 판매수익 없이도 전력판매로 충분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해당 프로젝트는 '경제적 추가성'이 없기 때문에 크레딧의 실제 감축효과가 0인 셈이다.

각국의 탈탄소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업비용이 감소하고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크레딧 발급'이 탄소감축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ICVCM)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따라 발급된 탄소 크레딧은 핵심탄소원칙(CCP) 라벨을 획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영국법인이 지난 2021년 총 31만8266톤의 크레딧을 구매하면서 2021년 영국에서 판매한 모든 세탁기와 건조기의 탄소배출량을 상쇄했다고 밝혔는데, 해당 크레딧의 97%는 인도 태양광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인도 태양광 사업들은 이미 2014년부터 화력발전 비용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같아지는 '그리드패리티'를 달성해 사실상 크레딧의 감축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플랜1.5는 "ICVCM은 지난해 감축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8개 청정개발체계(CDM) 방법론에 대해서 향후 승인을 거부한다고 밝혔다"며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 영국법인이 주장하는 크레딧 구매를 통한 감축 효과는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린워싱을 부추길 수 있는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보다 우선 의무적 배출 규제 강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기후/환경

+

구글 DC 하나가 57만톤 배출?…AI로 英 탄소감축 '빨간불'

영국에 설립될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DC)가 연간 57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자, 환경단체와 기후전문가들이 환경 영향에 대해 강력히

인천 온실가스 49% 비중 영흥화력..."2030년 문 닫아야" 촉구

수도권 내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의 2030년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모였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전국 시민연대체

'2035 NDC' 뜸 들이는 EU...기후 선도그룹 위상 '흔들'

유럽연합(EU)이 올해 유엔(UN)에 제출해야 할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에 대한 감축목표를 기한내에 확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회

태양빛으로 방사능 오염된 토양 정화하는 '인공식물' 개발

태양빛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인공식물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울산과학기술원(DGIST) 화학물리학과 김성균 교수연구팀은 태

강릉 저수율 16.5%까지 상승...수요일 또 강릉에 '반가운 비'

강릉 시민들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6일 오전 6시 기준 16.5%를 기록했다. 주말 전후 오봉저수지 인근에 내린 81㎜의 비가 지

폭염 극심했던 유럽...올해 이상기후로 입은 피해 '70조원'

올해 극한기후로 인해 유럽이 약 430억유로(약 70조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독일 만하임대학과 유럽중앙은행(ECB) 연구팀은 올여름 폭염과 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