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인상에 초콜릿 제품가 '줄인상'

계속해서 오르는 코코아 가격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후폭풍의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6일 롯데웰푸드는 제품가격을 인상한지 8개월만에 빼빼로, 몽쉘 등 제품 가격을 평균 9.5%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빼빼로와 가나 초콜릿 등 17종 제품 가격을 평균 12% 올린 데 이은 것이다.
앞서 제과업체들은 원재료 비용이 오르면서 지난해 제품가를 줄줄이 올린 바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하고 초코송이와 비쵸비 가격은 20% 올렸다. 초콜릿 '투유' 생산은 중단됐다. 지난해 크라운해태(옛 해태제과)도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인상했다.
오리온 및 크라운해태는 이미 가격을 한번 인상한 바 있는 만큼 현재로선 가격을 더 인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오리온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코코아 가격은 2년전부터 계속 오르고 있고 최근 고환율까지 겹쳐 내부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업체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2023년 2월까지만 해도 1톤당 약 2800달러(ICE 선물거래소)였던 코코아 선물가격은 올 2월 약 8700달러로, 2년 사이에 약 210%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코코아 선물가격이 1톤당 1만2565달러(약 1817만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는 이상기후로 코코아의 원료인 카카오 수확량이 급감한 탓이다. 코코아의 원산지인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면서 열 스트레스와 질병을 견디지 못한 카카오 나무가 제대로 생장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코코아 수출국인 서아프리카는 지난해 2월부터 최고 40℃ 이상, 평균온도 36℃에 이르는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량은 전세계의 60%를 차지한다.
기후연구단체 세계기상특성(WWA)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이 일으킨 온난화로 인해 서아프리카 폭염 빈도가 10배 이상 늘어나 10년에 한번꼴로 극한폭염이 덮치고 있다.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100년에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을 폭염이다. 보고서는 지구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까지 상승한다면 이같은 폭염은 격년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2위 코코아 생산국인 가나도 최근 폭염과 병해로 작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주요 코코아 공장들은 카카오 원두를 구매할 여력이 없어 가공을 중단하거나 줄이면서 생산량이 감소했다.
이 타격은 국내 초콜릿 제과업계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공급은 부족한데 초콜릿 제품 수요는 계속 증가해 코코아 가격은 올연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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