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중남미 '폭염'에 국내 제과업체 '등골 휜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2-06 18:29:39
  • -
  • +
  • 인쇄
'코코아 선물가격' 2년 새 210% '껑충'
원재료 인상에 초콜릿 제품가 '줄인상'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롯데웰푸드 제품들 (사진=연합뉴스)


계속해서 오르는 코코아 가격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후폭풍의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6일 롯데웰푸드는 제품가격을 인상한지 8개월만에 빼빼로, 몽쉘 등 제품 가격을 평균 9.5%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빼빼로와 가나 초콜릿 등 17종 제품 가격을 평균 12% 올린 데 이은 것이다.

앞서 제과업체들은 원재료 비용이 오르면서 지난해 제품가를 줄줄이 올린 바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하고 초코송이와 비쵸비 가격은 20% 올렸다. 초콜릿 '투유' 생산은 중단됐다. 지난해 크라운해태(옛 해태제과)도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인상했다.

오리온 및 크라운해태는 이미 가격을 한번 인상한 바 있는 만큼 현재로선 가격을 더 인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오리온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코코아 가격은 2년전부터 계속 오르고 있고 최근 고환율까지 겹쳐 내부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업체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2023년 2월까지만 해도 1톤당 약 2800달러(ICE 선물거래소)였던 코코아 선물가격은 올 2월 약 8700달러로, 2년 사이에 약 210%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코코아 선물가격이 1톤당 1만2565달러(약 1817만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는 이상기후로 코코아의 원료인 카카오 수확량이 급감한 탓이다. 코코아의 원산지인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면서 열 스트레스와 질병을 견디지 못한 카카오 나무가 제대로 생장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코코아 수출국인 서아프리카는 지난해 2월부터 최고 40℃ 이상, 평균온도 36℃에 이르는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량은 전세계의 60%를 차지한다.

기후연구단체 세계기상특성(WWA)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이 일으킨 온난화로 인해 서아프리카 폭염 빈도가 10배 이상 늘어나 10년에 한번꼴로 극한폭염이 덮치고 있다.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100년에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을 폭염이다. 보고서는 지구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까지 상승한다면 이같은 폭염은 격년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2위 코코아 생산국인 가나도 최근 폭염과 병해로 작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주요 코코아 공장들은 카카오 원두를 구매할 여력이 없어 가공을 중단하거나 줄이면서 생산량이 감소했다.

이 타격은 국내 초콜릿 제과업계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공급은 부족한데 초콜릿 제품 수요는 계속 증가해 코코아 가격은 올연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 정책 중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 가장 시급해"

ESG 정책 가운데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은 지난 17일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한숨돌린 삼성전자...이재용 사법리스크 9년만에 털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9년째 이어지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동안 1주일에 두번씩 법정에 출두

"잔반 없으면 탄소포인트 지급"...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에 '잔반제로' 보상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탄소중립포인트' 제도에 신설된 '잔반제로' 항목을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실제 단체급식 사업장에

"노사 칸막이 없는 문화"…LG CNS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

AX전문기업 LG CNS가 상호 존중과 대화, 협력을 바탕으로 한 모범적 노사문화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5년 노사문화 우수기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기후/환경

+

농경지 1만3000ha 침수 피해…'극한호우'에 밥상물가도 '비상'

한달치 비가 하루에 쏟아지는 '극한호우'로 전국의 농경지 1만3000헥타르(ha)가 침수되면서 농산물 가격폭등이 예상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브라질 의회 '환경허가 완화법' 의결..."환경규제 사실상 붕괴"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는 브라질에서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환경허가 완화법'이 의회를 통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

경기도민 절반 '장마철 피해대처 방법' 모른다...소득별 정보격차 커

경기도민의 절반은 장마철 피해를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저소득층의 재해대응 인지도는 고소득층보다 25.

美 재생에너지 심사는 '깐깐하게' 석탄재 정화규제는 '느슨하게'

미국 정부가 풍력·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는 강화하면서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유독성 석탄재의 정화 시한은 늦추기로 하는 등 재

역대급 '극한호우'...왜 충청과 남부에 비구름대 몰리나?

지난 16일부터 충청권과 남부지역을 강타하고 인명피해까지 낸 폭우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심화된 '대기의 강'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18일 기상

中 흑연에 93.5% 관세 결정…美 전기차 가격인상 불가피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흑연에 9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이번 조치가 미국에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