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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곳곳에 뿌려졌던 분홍색 가루가 독성물질 범벅인 것으로 밝혀졌다.
13일(현지시간) 남캘리포니아대학교(USC) 다니엘 맥커리 박사 연구팀은 LA 산불지역에 발화 지연제로 살포됐던 분홍색 가루의 성분에 카드뮴과 비소, 크롬 등 온갖 종류의 독성 중금속이 다량 함유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부 제품의 중금속 농도는 미국 식수 기준보다 3000배 이상 높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미국 연방정부와 제조업체는 제품의 성분에 대해 함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발화 지연제는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시켜 연소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미국에서 1963년부터 화재진압에 사용됐다. 제품은 13종 정도이며, 대표적인 제품이 '포스첵(Phos check)'이다. 이 가루가 어디에 뿌려졌는지 쉽게 식별하기 위해 붉은색 염료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물과 비료 성분만 공개할 뿐 나머지 성분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영업 비밀'(trade secrets)에 부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보호단체들은 오랫동안 이 물질의 독성 여부를 의심해 왔다. 이번 연구가 처음으로 독성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음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다. 연구진은 제품에 포함돼 있는 중금속이 항공기 탱크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통은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한 용도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초목이나 땅 위에 뿌린다. 하지만 이번 LA 산불은 피해 범위가 워낙 넓어서 주택과 차량 등 마을 곳곳에 뿌려졌다. 하루 최대 25대의 항공기를 통해 공중에 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따르면 2009년~2021년까지 약 44억갤런(약 1665억리터)이 공중에서 살포됐다. 이에 따라 중금속 배출량도 그만큼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2009년~2021년까지 산불 진압제가 살포된 지역과 그곳의 중금속 농도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가루가 살포된 지역의 중금속 농도가 현저히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발화 진연제 자체가 주요 오염원이라는 사실을 데이터가 방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과학저널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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