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잠비크 가스전에 5.6억달러 투자?...가스공사 소송 당했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6 18:18:31
  • -
  • +
  • 인쇄
▲청년세대들이 모잠비크 가스전에 투자하는 한국가스공사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냈다. (사진=기후솔루션) 

청년 기후활동가 7명과 MZ세대 소액주주 3명이 한국가스공사(KOGAS)의 아프리카 모잠비크 가스전 투자에 대해 6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모잠비크 코랄 노스(Coral North) FLNG(부유식 가스 생산 설비) 사업에 5억6200만달러(약 7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이사회에서 결의한 바 있다. 가스공사의 이같은 결정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공기업 책임에 어긋날 뿐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불합리한 투자라고 보고, 집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이다.

신청인들과 비영리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이날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투자 결정은 기후위기가 이미 닥쳐온 현실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신청인인 기후환경단체 '청년기후긴급행동'의 김채원 활동가는 "지난 5년동안 기후위기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켜내야 할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등과 같은 사업을 추진해 왔다"면서 "모잠비크 가스전은 한국의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와 많이 닮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두 사례는 기후위기 시대 행해지는 모든 개발 및 발전 사업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 투자를 멈춰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기후위기 대응이 국가의 책무이며, 기후변화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자연의 최재홍 변호사는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바로 이 환경권 그리고 그에 근거해 미래에 예상되는 환경권 침해에 대한 금지를 청구할 유지청구권이 이 사건의 중요한 피보전권리"라고 말했다.

국제적인 에너지 감시단체인 링고(LINGO)에 의하면, 모잠비크 코랄 노스 FLNG 사업은 운영기간에 온실가스가 약 4억8900만톤(CO₂e)이 배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우리나라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2023년 기준)의 4분의 3에 해당한다. 신청인 김서윤씨(기후솔루션 연구원)는 "신규 가스전 개발은 한 번 시작되면 수십 년 동안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하게 만든다"면서 "그런데 공공기관인 한국가스공사는 이런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새로운 가스전 개발에 투자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국내외 에너지 수급 전망 차원에서도 이번 투자는 경제적으로 실익이 적다는 평가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시한 탄소중립(Net Zero) 시나리오에 따른 에너지 시장 전망을 보면, 전세계 가스(natural gas) 수요는 2030년 3617bcm(10억 입방미터)에서 2050년 882bcm으로 급격히 감소한다. 이에 따라 공급 과잉으로 가스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IEA는 2022년 대비 2050년 천연가스 가격이 미국에서 절반 수준, 유럽에서는 1/8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지역인 모잠비크의 경우, 국가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93.9%에 달하는 등 재정 위기가 심각하며, 신용등급도 CCC(채무불이행 위험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외 분석기관들은 모잠비크의 정치·경제적 불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투자 결정이 집행될 경우, 모잠비크 코랄 노스 FLNG 사업에 대한 채무보증이 이루어지게 되며, 그 대상에는 모잠비크 국유 기업도 포함된다. 이는 극도로 높은 투자 위험을 안는다는 의미다.

한국가스공사가 처한 상황도 이번 투자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을 자아낸다. 한국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430.7%로 추산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이 불투명한 신규 가스전 개발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제기된다. 같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역시 국내외 비판에도 불구하고 해외 석탄 투자를 고집하다 큰 경제적 손실을 보고 뒤늦게 탈석탄 선언을 한 바 있다.

소액주주인 이세윤씨(기후솔루션 영상 PD)는 "한국가스공사는 이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조차 주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빚이 많은 회사가 고위험 투자를 한다면, 주주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그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신유정 변호사는 "한국가스공사의 이번 투자결정은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의무는 물론, 투자위험을 충분히 고려해 경영 판단을 내릴 법적 책임까지 저버린 '배임적 의사결정'"이라며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드는 시장 상황을 무시한다면, 천문학적 나랏돈을 낭비한 '제2의 대왕고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쿠팡·마켓컬리·SSG, 6월 '녹색소비주간'에 친환경 제품 기획전

쿠팡과 마켓컬리, SSG닷컴이 6월 한달동안 환경부가 인증한 녹색제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기획전을 진행한다.이를 위해 환경부는 27일 오후 서울 은평

LG전자, 바다생물 되살리는 해양비료 '마린글라스' 실증사업 진행

LG전자가 해양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유리 소재의 해양비료 '마린 글라스'(Marine Glass) 실증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서울대학교 블루카본

하나금융, 산불 피해지역 나무 기부하는 '걸음 캠페인' 진행

하나금융이 산불 피해지역에 나무를 기부하는 '걸음 기부캠페인'을 6월 30일까지 진행한다고 27일 밝혔다.일상 속 걷기를 생활화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국민 '기업 호감도' 3년째 상승...74%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필수"

기업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호감도가 3년째 상승하고 있다. 기업은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만들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활동을 수

쿠팡, 박대준 단독대표 체재로 전환...AI 물류혁신에 '속도'

쿠팡이 강한승, 박대준 각자대표 체제에서 박대준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된다고 26일 밝혔다. 박대준 대표는 쿠팡(주)의 경영전반을 총괄하게 된다.박

일동제약 청주공장 '스마트생태공장' 된다..."온실가스 220톤 감축 기대"

일동제약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시행하는 '2025년도 스마트생태공장 구축사업'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고 26일 밝혔다.'스마트생태공장 구축사

기후/환경

+

美 역대 최악의 더위 닥친다...기후취약 도시들 '각자도생'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관련 예산과 인력을 대폭 삭감한 올해 전례없는 더위가 닥칠 것이라는 예보다.26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초중고 70% "환경교육 부족"…미래세대가 바라는 환경정책은?

다가오는 기후위기를 직접 마주할 미래세대인 청소년 10명 중 7명은 환경교육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환경재단 산하 어린이환경센터는

기후변화로 '사람 잡아먹는' 곰팡이 퍼진다

매년 수백만명의 사망자를 내는 곰팡이균이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넓어지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24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팀은 컴

플라스틱 조각 얼마나 먹었길래...바닷새 몸속에서 '바스락' 소리

호주에서 플라스틱 조각들이 몸속에 쌓여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는 바닷새들이 또 발견됐다.해양 플라스틱을 연구하는 어드리프트 랩(Adrift Lab)은 23

청계천 복원 20년…'쉬리'가 돌아왔다

서울 청계천에서 2급수 이상의 깨끗한 하천에만 서식하는 '쉬리'가 발견됐다.국립중앙과학관은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실시한 조사에서 총 20종의

대선 후보 '기후공약' 첫 TV토론...탄소감축 방안 '극과극'

대통령선거 TV토론에서 처음으로 기후와 환경을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됐다.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