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배설물을 이용해 동물을 보존하려는 독특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수잔나 윌리엄스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가 이끄는 '똥 동물원' 프로젝트 연구팀은 동물의 배설물 속에 세포가 남아있다는 점에 착안해, 배설물에서 추출한 세포로 동물을 복원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간단한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배설물에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박테리아, 담즙뿐만 아니라, 동물의 장 내벽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도 들어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 세포 중 일부가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세포를 이용해 동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늘리고 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유전자 구출'(genetic rescue)로 알려진 이 접근방식을 이용하면 세포의 DNA를 분석해 동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보존에 유용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여기서 나아가 배설물에서 추출한 세포를 배양하고 키울 수 있다면, 복제 등 최첨단 보조생식기술을 이용해 완전한 동물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세포를 다른 유형의 세포로 바꾸는 기술도 가능하다. 실험실에서 생식세포를 만들면 동물을 잡아 정자와 난자를 채취하지 않고도 종을 번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일본 규슈대학의 한 연구에서는 쥐의 세포를 정자와 난자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또 이렇게 재프로그래밍된 세포에 유전자편집 기술을 사용해 종을 복원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비영리 보호단체 리바이브 앤 리스토어에서는 멸종된 나그네비둘기 복원을 연구 중이며, 생명공학회사 콜로솔에서는 털매머드를 되살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당장 세포를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훗날 기술이 발전한 후를 기약하며 배양된 세포를 동결 보존하는 방안도 있다. 이렇게 멸종위기종의 세포와 조직을 보존하는 일은 여러 보호단체와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시행 중이다.
배설물에서 세포를 채취하면 동물을 잡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세포 하나를 추출하기 위해 처리해야 하는 배설물의 양이 상당하고, 대변에는 세포와 유기성 폐기물 뿐만 아니라 박테리아가 매우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애로사항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이미 희석을 이용해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세포를 항생제와 항진균제에서 배양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윌리엄스 교수는 "현 연구는 아주 초기단계지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쥐 배설물뿐만 아니라 코끼리 배설물에서도 살아있는 세포를 분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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