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의 ESG풍향계]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통합 논의' 필요

최남수 서정대 교수 / 기사승인 : 2025-05-15 08: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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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환경이슈 가운데 가장 중요도가 높은 사안을 고르라면 역시 '기후변화'다. 지구 기온의 상승폭이 저지선인 1.5℃를 이미 돌파했을 정도로 지구 온난화는 점점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변화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는 생물다양성 손실이다. 자연이 무너지고 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훼손되고 있고 이게 부메랑이 돼 경제와 기업 경영의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 만큼 글로벌 무대에서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문제를 다루기 위한 논의가 별도의 회의체를 통해 이뤄져 왔다. 논의의 시발점은 1992년에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 정상회의. 지구의 환경보전 방안을 논의한 리우회의에서 185개국 정부 대표단은 3개의 새로운 회의체를 론칭하기로 합의했다. 그 회의체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생물다양성협약(CBD) 그리고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다.

리우회의를 계기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논의는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회의체의 틀은 각국 정부와 비정부기구들이 참여하는 당사국총회(COP)였고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이슈가 각각의 개별적인 COP을 통해 토의돼 왔다.

먼저 유엔기후변화협약 1차 당사국총회(COP1)는 리우회의 3년 뒤인 1995년에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됐다. 기후변화 COP은 매년 열리고 있으며 올해는 11월 브라질에서 COP30의 막이 오른다. 지금까지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총회 중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이 내려진 자리는 지난 2015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OP21이다. 이 회의에서는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자는 합의가 나왔다. 이른바 파리기후변화협정이다. 이 협정을 지키기 위해 나온 목표가 각국이 특정 시기까지 달성하기로 공표한 탄소중립(NDC)이다.

생물다양성 문제 또한 별도의 COP을 통해 논의가 이어져 왔다. 1차 회의는 기후변화 COP보다 1년 이른 1994년에 바하마에서 열렸다. 생물다양성 COP은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으며 가장 최근 회의는 콜롬비아에서 열린 COP16이다. COP17은 2026년에 아르메니아에서 열릴 예정이다. 생물다양성 COP 중 이정표가 된 회의는 2022년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COP15이다. 이 회의에서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가 채택됐다. GBF는 2030년까지 육지와 해상의 각각 30% 이상을 보호지역 등으로 지정해 보전·관리하고 훼손된 육지와 해양생태계를 최소한 30% 복원하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생물다양성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생물다양성에도 기후변화의 탄소중립과 같은 목표가 있다. 자연을 이전보다 더 나은 상태로 회복시키자는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이다.

이처럼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문제는 서로 분리된 장(場)에서 논의의 심도를 더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독립된 별개의 논의가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5월에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생물다양성 관련 국제회의에서 참가자들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COP간의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두 이슈 논의의 통합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생물다양성 손실이 악화되면서 자연에 저장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돼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가뭄, 폭염은 더 많은 생물다양성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자연의 보호·관리·회복이 없이는 파리협정과 GBF 목표를 달성하는 게 어려다는 지적이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목표 달성이 모두 자연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은 자연을 보호·보전·복원하는 ‘자연기반 해법’을 활용할 경우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가장 확실한 탄소제거 방법이 자연 활용이라는 것이다. 또 2018년에 나온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탄소를 흡수하기 위한 8가지 기술을 제시했는데 여기에 신규조림과 재조림(목축을 위해 파괴된 열대 우림에 다시 나무를 심는 것), 토지 복원 같은 자연기반 해법이 포함돼 있다. 결국 자연을 되살려 생물다양성을 회복시키는 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본질적인 해결책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문제가 '이인삼각(二人三脚)'처럼 맞물려있는 만큼 논의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서로 분리돼 진행돼온 별도의 COP을 통합해 '슈퍼 COP'을 출범시키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유엔 스스로도 두 이슈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슈퍼 COP’이 가시화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의제의 비대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서로 다른 회원국과 재원 조달 메커니즘도 조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은 서로 떼놓고 얘기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최대치로는 양 COP의 통합, 최소한으로는 두 COP 간의 협력 강화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COP이 서로 겹치는 이슈를 다루고 있는데도 왜 분리돼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는 KPMG 전문가의 지적은 이같은 필요성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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