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60년만에 원자력 자금지원 '빗장' 풀었다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6-12 11:13:08
  • -
  • +
  • 인쇄

세계은행이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을 지원한다. 6년만에 금지가 풀렸다. 이번 결정으로 개도국의 산업화와 탈탄소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11일(현지시간) 앞으로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에도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이 마지막으로 원자력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1959년 이탈리아 사례였으며, 이후 주요 후원국인 독일 등의 반대로 60여 년간 사실상 지원이 중단돼 있었다.

원자력 지지자들은 특히 동남아 국가들의 석탄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에너지포그로스허브의 토드 모스 대표는 "세계가 석탄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이 결정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다"고 밝혔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이미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를 위해 세계은행에 대체 에너지원 구축을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해온 바 있다.

세계은행은 2017년부터 유전 및 가스 시추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으며, 현재는 일부 가스 인프라 사업만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제이 방가 총재는 "향후 석유·가스 시추 프로젝트 지원 금지 조항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도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올해 한 인터뷰에서 "나는 기후 운동가는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원자력 기술과 금융을 모두 갖춘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이 대표적이다. 두 국가는 국영 기업 중심으로 원전 건설부터 연료 공급, 금융까지 원스톱으로 지원 가능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개도국 상당수는 러시아·중국을 통해 원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30~40년에 달하는 연료공급 계약이 함께 체결되고 있다. 모스 대표는 "2030년까지 자체 건설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국가는 20여 곳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정책 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2022년 유엔기후변화총회(COP27)에서는 미국, 프랑스, 가나 등 20여 개국이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규모를 3배 확대하겠다는 공동서약을 채택했다. 미국도 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 중이며,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올해 4월 세계은행에 "에너지 혁신을 위한 획기적 변화"를 촉구하며 원자력 프로젝트 지원 재개를 요구한 바 있다.

특히 가나는 세계은행의 이번 결정을 수년간 기다려온 대표적 국가다. 1960년대부터 원전 도입을 추진해왔지만, 국제 정치적 제약 속에 사업이 지연돼왔다. 가나 에너지부 기술고문 이쉬마엘 아카는 "우리는 24시간 산업 생산이 가능한 경제를 원한다"며 "그동안 제도 구축과 부지 선정 등 준비는 해왔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경기도 "기후행동 실천하면 방화복 재활용한 의류·가방 드려요"

일상에서 기후행동을 실천하면 폐방화복을 재활용한 의류와 가방을 받을 수 있다.경기도는 기후행동 이벤트 '방화복의 두 번째 이야기'를 오는 11월 19

글로벌 은행들 말로만 '화석연료 중단'...실제 투자중단한 곳은 'O'

글로벌 대형은행 가운데 신규 화석연료 생산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22일 영국 정치경제대학(LSE) 글로벌기

서울우유 멸균팩 '알루미늄 뺐다'...재활용 분리배출 가능

멸균팩은 음료를 장기간 보존하기는 좋지만 속지로 사용한 알루미늄 때문에 재활용으로 분리배출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처음으

KGC인삼공사 '사내 발명데이' 개최...27건 아이디어 접수

KGC인삼공사가 지난 14일 과천에 있는 R&D센터에서 임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장려하기 위한 '정관장 발명왕·발명데이' 행사를 개최했다고 2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상반기 ESG평가 S등급 '싹쓸이'

신한금융, 네이버,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KT 등 6개사가 한국ESG평가원에서 실시하는 올 상반기 ESG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한국ESG평가원은 지

“CO₂감축만으로 부족해”...구글 '슈퍼 온실가스'까지 감축한다

구글이 이산화탄소를 넘어 메탄과 냉매가스 등 '슈퍼오염물질(super-pollutants)' 감축에 나섰다.2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구글은 단기

기후/환경

+

열대야가 부른 '수면 위기'…기후변화로 수면패턴 깨진다

열대야가 길어지면서 기후위기가 인간의 수면 패턴까지 흔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여름에 발생하는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스티로폼 미세플라스틱 흡입하면 '폐조직 손상' 유발

스티로폼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유입되면 폐를 손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국가독성과학연구소 이규홍·우종환 박사와 전북대

뉴스트리, 세명대 '기후위기 팩트체킹 취재 지원사업'에 선정

뉴스트리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이 주최한 '2025년도 2차 기후위기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사업'에 선정됐다.언론의 기후위기 대응 보도를 장려

WTO "보건정책 핵심의제는 기후위기"...아태지역 국가에 변화 촉구

세계보건기구(WHO)가 기후위기를 건강의 문제로 규정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보건정책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WHO는 20일(현지시간) 발표한 '기후·

글로벌 은행들 말로만 '화석연료 중단'...실제 투자중단한 곳은 'O'

글로벌 대형은행 가운데 신규 화석연료 생산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22일 영국 정치경제대학(LSE) 글로벌기

멸종위기 담수어 '어름치와 감돌고기' 5000마리 방류

멸종위기종인 어름치와 감돌고기가 금강에 방류됐다.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는 21일 충남 금산군 금강 상류지역에서 멸종위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