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은행이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을 지원한다. 6년만에 금지가 풀렸다. 이번 결정으로 개도국의 산업화와 탈탄소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11일(현지시간) 앞으로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에도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이 마지막으로 원자력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1959년 이탈리아 사례였으며, 이후 주요 후원국인 독일 등의 반대로 60여 년간 사실상 지원이 중단돼 있었다.
원자력 지지자들은 특히 동남아 국가들의 석탄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에너지포그로스허브의 토드 모스 대표는 "세계가 석탄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이 결정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다"고 밝혔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이미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를 위해 세계은행에 대체 에너지원 구축을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해온 바 있다.
세계은행은 2017년부터 유전 및 가스 시추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으며, 현재는 일부 가스 인프라 사업만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제이 방가 총재는 "향후 석유·가스 시추 프로젝트 지원 금지 조항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도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올해 한 인터뷰에서 "나는 기후 운동가는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원자력 기술과 금융을 모두 갖춘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이 대표적이다. 두 국가는 국영 기업 중심으로 원전 건설부터 연료 공급, 금융까지 원스톱으로 지원 가능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개도국 상당수는 러시아·중국을 통해 원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30~40년에 달하는 연료공급 계약이 함께 체결되고 있다. 모스 대표는 "2030년까지 자체 건설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국가는 20여 곳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정책 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2022년 유엔기후변화총회(COP27)에서는 미국, 프랑스, 가나 등 20여 개국이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규모를 3배 확대하겠다는 공동서약을 채택했다. 미국도 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 중이며,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올해 4월 세계은행에 "에너지 혁신을 위한 획기적 변화"를 촉구하며 원자력 프로젝트 지원 재개를 요구한 바 있다.
특히 가나는 세계은행의 이번 결정을 수년간 기다려온 대표적 국가다. 1960년대부터 원전 도입을 추진해왔지만, 국제 정치적 제약 속에 사업이 지연돼왔다. 가나 에너지부 기술고문 이쉬마엘 아카는 "우리는 24시간 산업 생산이 가능한 경제를 원한다"며 "그동안 제도 구축과 부지 선정 등 준비는 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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