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기업] 샴푸바의 시작 '러쉬'..."환경파괴해 수확한 원료 안쓰죠"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7-14 08:00:02
  • -
  • +
  • 인쇄
▲박원정 러쉬코리아 이사는 "러쉬가 했던 윤리적 실천들을 많은 기업이 따라한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러쉬의 모든 활동은 브랜드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이다."

러쉬코리아의 박원정 윤리이사(에틱스 디렉터)의 말이다. 에틱스 디렉터는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에서 설정한 윤리적 책임기준을 각국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박원정 이사는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윤리강령을 비즈니스에 융통성있게 녹여내야 하는 일에 대해 "항상 어렵고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대체실험, 공정성, DEI(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 등에 대한 개념을 항상 공부하고 설명해야 하는 데다, 광고와 홍보대사를 일체 활용하지 않고 브랜드를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러쉬가 했던 윤리적 실천들을 많은 기업이 따라한데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는 박원정 이사에게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러쉬의 브랜드 행동주의와 윤리경영을 직접 들어봤다.

◇ 포장재없는 제품에서 공병 수거까지

러쉬는 ESG 경영이 세계적 화두가 되기전에 윤리적 조달, 수작업 제조, 지역과의 연대 등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었다. 지역농산물로 제품을 만들고, 원재료가 노동착취와 환경파괴가 자행되면서 생산된 것은 아닌지 날선 기준으로 검증한다. 이렇게 구입한 원재료는 모두 수작업으로 가공한다. 때문에 러쉬의 제조공장은 '키친(Kitchen)', 직원들은 '쉐프'라고 불린다. 앞치마가 유니폼이다.

제품을 포장하지 않고 판매하기 시작한 것도 러쉬가 시초다. 사실 러쉬가 포장재없는 '네이키드 제품'을 판매한데는 남모를 속사정이 있었다. 당시 자금이 부족했던 러쉬는 포장재 비용을 아끼기 위해 '네이키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러쉬를 대표하는 제품군이 된 것이다.

자원절약이라는 윤리적 가치와도 찰떡처럼 맞아떨어졌다. 고체 샴푸바는 플라스틱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동시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다. 박 이사는 "네이키드 제품은 현재까지 약 6000만개가 판매됐는데 이는 1억8000만개의 플라스틱 용기를 줄인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러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병을 수거해서 재활용하는 '순환경제'로 확대했다. 박 이사는 "한국에서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 공병을 연간 20만개 이상 회수해 자체 공장에서 재활용한다"면서 "공병을 마스크팩 등으로 교환할 수 있는 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소비자 호응도 높다"고 했다. 다만 페트(PET), 유리병 등은 국내 재활용 기반이 부족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박 이사는 "한국에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이 없다보니 공장 유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넷제로 실현을 위해서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러쉬는 원료 조달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자체 측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운 우선 운송, 탄소 인세팅(Carbon Insetting) 등도 실천 중이다. 브라질 통카빈이나 페루의 이차생장 농법, 인도네시아 혼합농업, 포르투갈의 코르크 팟 등은 탄소흡수원이자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코르크 팟은 하나 제작할 때마다 1.2kg의 탄소를 흡수해 '탄소 양성(Carbon Positive) 제품'으로 불린다.

▲제품 광고없이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는 박원정 이사

◇ 광고 대신 캠페인···'말 대신 행동'

러쉬는 제품 광고를 하지 않는다. 광고비가 제품가격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신 인플루언서와 캠페인 중심으로 브랜드를 알리는데 주력한다. 제품홍보 역시 샘플이나 할인없이 체험 중심으로 이뤄진다.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써볼 수 있고, 심지어 머리까지 감을 수 있다. 박 이사는 "매장에서 제품을 설명할 때 '잔향이 좋다'와 같은 단순 서술식 설명은 가급적 지양한다"며 "제품 하나를 소개할 때도 스토리텔링과 고객의 경험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러쉬의 이러한 철학은 '냄새나는 콘서트'에서도 드러난다. 광고 대체수단으로 시작된 이 캠페인은 러쉬코리아가 설립 11년차에 시작돼 큰 호응을 끌어냈다.

박 이사는 "러쉬는 캠페인을 단순 홍보가 아닌 브랜드의 언어이자 철학이라고 본다"면서 "동물실험 반대, 대체실험 법제화, 난민 인권, 기후정의, 자원순환 등 근본적인 사회문제 해결에 힘쓰는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체실험 활성화 캠페인은 브랜드 최대 캠페인 중 하나로, 동물실험 규제 법제화에도 일정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기후·탄소·멸종위기·재야생화(Rewilding) 등 글로벌 과제에 주력하고 있으며, ESG 보고서보다 실천에 집중하고 있다.

끝으로 박 이사는 "러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신념을 실천해온 브랜드"라며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푸르게 만들기 위한 여정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세상을 더 러쉬스럽게'라는 러쉬의 비전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한편 러쉬는 영국 비영리단체 에티컬 컨슈머와 함께 '러쉬 스프링 프라이즈'를 운영하며 도시재생에도 힘쓰고 있다. 러쉬 스프링 프라이즈는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는 개인·단체를 후원하는 글로벌 시상식으로, 올해는 국내 최초로 강원도 영월의 청년마을 '밭멍' 팀이 수상자로 선정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박 이사는 "한국처럼 생계농이 기본이고 인구소멸이 심각한 지역에서, 청년이 환경과 지역을 동시에 살린다는 점이 러쉬의 철학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기후리스크가 경영리스크 될라…기업들 '자발적 탄소시장' 구매확대

기후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7일(현지시간) 글로벌 환경전문매체 ESG뉴스에 따르면

ESG 점수 높을수록 수익성·주가 우수…"지배구조가 핵심변수"

ESG 평가점수가 높은 기업일수록 중장기 수익성과 주가 성과가 경쟁사보다 우수하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서스틴베스트는 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손

경기도, 주택 단열공사비 지원 시행..."온실가스 감축 효과"

경기도가 주택에 단열보강, 고성능 창호 설치 등의 공사비를 지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주택 패시브 리모델링 지원사업'을 지난해에 이어

[ESG;스코어]지자체 ESG평가 S등급 '無'...광역단체 꼴찌는?

우리나라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세종특별자치시와 경상남도가 2025년 ESG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반면 시장이 수개월째 공석인 대구광역시

철강·시멘트 공장에 AI 투입했더니…탄소배출 줄고 비용도 감소

산업 현장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운영 최적화가 탄소감축과 비용절감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5일(현지시간) ESG 전문매체 ESG뉴스에 따

KGC인삼공사 부여공장 사회봉사단 '국무총리표창' 수상

KGC인삼공사 부여공장 사회봉사단이 지난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 15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고 5일 밝혔다.KGC인삼

기후/환경

+

EU, 플라스틱 '재생원료 품질기준' 마련한다

유럽연합(EU)이 플라스틱 재활용 비중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재생원료 품질기준을 마련하고 있다.7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EU는 플라스틱

[날씨] 올겨울 최강 한파 닥친다...주말 '눈폭풍' 예고

올겨울 최강 한파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이번 주말에는 강한 눈폭풍이 몰아치겠다.8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9∼10일 한반도 상공에 영하 40∼35℃의

정부 올해 '녹색펀드' 600억 출자..."1000억 조성해 해외투자"

정부가 올해 녹색인프라 해외수출 지원펀드인 '녹색펀드'에 600억원을 출자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대한민국 녹색전환(K-GX)에 발맞춰 올해 '녹색펀드'

獨 온실가스 감축속도 둔화…'2045 넷제로' 가능할까?

독일의 온실가스 감축 속도가 둔화되면서 2030년 국가 기후목표 달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의 2025년 온실가

닭장 좌석이 탄소감축 해법?..."비즈니스석 없애면 50% 감축"

캐나다의 한 항공사가 닭장처럼 비좁은 좌석 간격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스웨덴의 한 대학에서 항공 편수를 줄이기 않고 탄소배출량을 줄이려

과기부, 올해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에 1511억원 투입

올해 정부가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에 1511억원을 투입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수소에너지,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태양전지, 기후적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