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의회 '환경허가 완화법' 의결..."환경규제 사실상 붕괴"

장다해 기자 / 기사승인 : 2025-07-18 15:28:58
  • -
  • +
  • 인쇄
▲ 농업 로비 세력이 다수 차지한 브라질 의회에서 환경허가 완화법이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는 브라질에서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환경허가 완화법'이 의회를 통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광산 댐, 농축산 단지, 하수처리장 등 중·저위험 개발사업은 실질적인 환경심사없이 가능해졌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의회가 중·저위험 개발사업에 대해 환경허가 절차를 대폭 축소하고 단순화한 '환경허가 완화법(devastation bill)'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고, 자가신고 체계를 확대하고, 원주민의 협의요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법안 제정이 유력한 상황이다. 브라질은 보수·농업 로비 세력이 다수 차지한 의회에서 재의결하면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전체 개발 사업의 약 80%가 이 법안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광물을 채굴한 뒤 남은 유해 중금속이나 화학물질 등 폐기물을 저장하는 광산 댐과 중형 수력발전소, 대규모 농축산 단지, 하수처리장과 배수시설 등 상하수도 인프라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현장검토없이 온라인 자가신고만으로 자동허가된다.

프로젝트의 타당성과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는 '예비허가', 설계도와 시공계획을 통해 공사 시작 전 허가를 받는 '설치허가', 시설 완공 후 운영 전 최종 승인이 이뤄지는 '운영허가'단계가 모두 축소된다. 자가신고 형식으로 일부 허가는 생략하고 통합된 것이다. 전력, 교통, 통신 등 국가 기반사업의 경우 한번의 행정 심사로 최대 12개월 내 처리된다.

원주민 및 퀼롬볼라(아프리카계 후손 공동체)가 소유한 토지에 대해서는 협의과정이 제한된다. 이제 공식 인정된 토지에 대해서만 협의를 요구할 수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소유권이 부여되지 않은 전체 원주민 거주의 약 30% 이상, 그리고 퀼롬볼라 공동체 지역의 80% 이상이 협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수년째 행정 절차 지연으로 법적 지위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전통 공동체들의 권리가 배제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규제가 사실상 붕괴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브라질 시민단체 사회환경연구소(ISA)는 이 법안으로 인해 원주민과 퀼롬볼라의 토지를 포함한 3000곳 이상의 보호구역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1800만헥타르(ha)의 산림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는 11월 브라질 아마존 도시인 벨렘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환경단체는 위헌을 주장하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법은 브라질 연방헌법 제225조가 보장하는 생태적으로 균형 잡힌 환경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퇴행금지 원칙과 중위험 개발사업에 대한 자가신고 허가(LAC)의 위헌성을 인정한 연방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브라질 기후변화대응연합 기후관측소(Climate Observatory) 술리 아라우조 코디네이터는 "이 법안의 파괴성에 대해서는 전례가 없다"며 "대규모 산림 벌채를 초래하고 기후재난의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발생한 산불로 아마존은 2016년 이후로 가장 많은 원시림을 잃었다. 브라질은 전세계 열대우림의 가장 많은 면적을 보유한 국가로 지난해에만 280만ha의 숲을 잃으며 전세계에서 가장 큰 산림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인위적인 개발까지 허용되면서, 기후재난과 생태계 파괴는 한층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CJ제일제당, 유럽 인조잔디에 '생분해 플라스틱' 공급

CJ제일제당이 유럽서 생산되는 인조잔디 충전재에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공급한다.CJ제일제당은 스웨덴 바이오소재 컴파운딩 기업 'BIQ머티리얼

남양유업, 포장재 전환 '속도'…42종 ‘지속가능성 A등급’ 달성

남양유업이 주요 제품 포장재 42종에 대해 '지속가능성 A등급' 인증을 받았다.남양유업은 사단법인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으로부터 대표 제품

"한달짜리 계약에 CCTV로 감시까지"...런베뮤 산재 '63건'

직원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오픈 이래 63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근로계약을 매달 작성하고, CCT

현대백화점그룹, 48명 임원인사..."변화보다 안정성에 방점"

현대백화점그룹이 30일 사장 1명, 부사장 2명을 포함해 승진 27명, 전보 21명 등 총 48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2026년 1월 1일부로 단행했다. 인사 폭은

SK AX, 김완종 CCO 사장으로 승진..."AX 이끌 적임자"

SK㈜ AX는 김완종 최고고객책임자(CCO)를 신임 사장으로 승진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국내 산업 전반에서 AX(AI Transformation) 확산이 본격화되고 기업들의

SKT 사령탑 교체...신임 CEO에 정재헌 사장 선임

SK텔레콤은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고 30일 발표했다.정재헌 신임CEO는 법조인 출신으로 2020년 법무그룹장으로 SKT에 합류했다. 2021

기후/환경

+

호주 봄날씨 실화냐?...한낮 기온이 46℃ '지글지글'

호주 북부지역이 봄철인 10월에 40℃를 웃도는 폭염을 겪고 있다.호주 기상청(BoM)은 북부 지역인 퀸즐랜드주와 노던 준주의 일부 지역이 올해 가장 더운

폭염에도 실내온도 6℃ '뚝'…호주에서 옥상용 냉각코팅제 개발

폭염에 실내온도를 낮을 수 있는 옥상 코팅기술이 새로 개발됐다.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진은 폭염시 실내온도를 최대 6℃까지 낮출 수 있는 옥상용

[주말날씨] 단풍 보러갈 수 있을까...'가을비' 내린 후 쌀쌀

11월 첫 주말은 단풍이 물들며 완연한 가을날씨지만, 곳곳에 비가 내린 후 다시 초겨울 날씨가 오겠다.1일은 전국이 오전까지 대체로 흐리다가 오후부

“기후위기 시대, 아이 낳기 두렵다”…출산 기피하는 美 Z세대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이 미국 젊은 세대의 출산 결정까지 흔들고 있다.피유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미시간대 사회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

1분마다 1명씩 열사병으로 사망...온난화로 年54.6만명 목숨잃어

지구온난화로 전세계 인구 가운데 1분에 1명씩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난화에 따른 영향으로 90년대에 비해 23% 증가한 54만6000명의 전

섬나라 쑥대밭 만든 허리케인 '멀리사'...4일만에 괴물로 변한 이유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쑥대밭으로 만든 허리케인 '멀리사'(Melisa)가 짧은 시간에 역대급 초강력 폭풍우로 발달한 것은 '해양온난화'가 원인으로 꼽혔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