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 '국제 플라스틱 협약' 열흘간 장정에도 또 '빈손'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6 09:57:45
  • -
  • +
  • 인쇄
입장 돌아선 미국이 '결정타'
▲15일 유엔 정부간협상위원회(INC-5.2) 본회의장의 한 참가자 (사진=IISD)

플라스틱을 규제하는 국제협약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또다시 실패했다.

플라스틱 오염종식을 위한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추가 협상회의(INC-5.2)가 끝내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15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지난 5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 180여개국 대표단은 국제협약 성안을 도출하지 위해 협상 종료일을 하루 넘기면서까지 논의를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유엔 회원국들은 2022년 3월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전(全) 주기 관리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2024년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하고 협상위를 5차례 진행했으나 협약을 이루진 못했다. 작년 11월 계획대로면 마지막 협상위였어야 할 5차 협상위(INC-5)가 진행된 곳은 한국 부산이었다.

이번 추가 회의 결렬은 예고된 것이었다. 기후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논의의 기초가 된 '의장 제안문' 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임을 나타내는 '괄호'(bracket)는 한때 약 1500개에 달했다. 이는 5차 협상위 때보다 5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의견 대립이 가장 첨예했던 조항은 플라스틱 생산과 관련된 '6조'로, 조항 전체에 괄호가 씌워져 있었다.

실제 협상을 결렬시킨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과 '플라스틱 생산 시 우려 화학물질' 규제 여부였다. 협약 이행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등도 쟁점이었다.

100여개국이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를 비롯한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지지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러시아·이란·말레이시아 등 산유국들이 이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버텼다.

특히 미국이 플라스틱 생산 규제에 강하게 반대하는 쪽으로 입장을 변경한 점이 결정타였다. 미국은 앞서 플라스틱 생산·공급 제한이나 첨가물 규제에 동의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메모를 수십개국에 보냈다. 미국은 세계 1위 플라스틱 수입국이자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생산국이다.

중화학공업 강국으로 플라스틱 생산·소비량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한국도 이번 협상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받는다. 환경단체들은 "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한국이 제출한 제안문은 2개다. 이 가운데 브라질과 함께 제출한 제안문은 유해 플라스틱 제품에 대해 각국이 상황과 역량에 맞춰 적절히 조치하도록 규정하자는 내용이어서 다른 국가의 제안보다 후퇴한 안으로 평가됐다. 단독으로 제출한 다른 제안문은 구체적인 내용 없이 '재활용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수준이었다.

정부는 "우리 대표단은 이전 협상위 개최국으로서 당사국들의 각기 다른 입장을 좁히기 위해 절충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등 협정이 타결되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해서 수행했다"고 밝혔다.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2020년 기준) 4억3500만톤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플라스틱 생산을 규제하지 않으면 2040년엔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7억3600만톤으로 지금보다 7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플라스틱 대부분은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들어지며 재생원료로 만든 플라스틱 비율은 2040년에도 전체의 6%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스틱 폐기물 15%가 재활용을 위해 수거되지만, 실제 재활용되는 비율은 9%에 불과하다. 거의 절반인 46%는 매립지에 버려지고 17%는 소각되며 나머지 22%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폐기물로 남는다.

각국은 추가 협상 회의를 추후에 열어 협상을 지속하기로만 합의했다. 이로써 플라스틱 협약의 운명은 알 수 없게 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러쉬,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용기 도입...글로벌 뷰티업계 최초

프레쉬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가 글로벌 뷰티업계 최초로 '오션 플라스틱 방지 인증(Prevented Ocean Plastic™, 이하 POP)' 용기 비중을 늘

해킹 피해 안당했다더니...LG유플러스 서버도 뚫렸다

LG유플러스도 서버가 해킹 당한 정황을 사이버 보안당국에 신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이통3사가 모두 사이버침해를 당했다.23일 연합뉴스는 LG유플러스

LG CNS, 난민 돕는다...유엔난민기구에 AI법률지원 서비스 기부

AX전문기업 LG CNS가 유엔난민기구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난민 법률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이를 기부한다고 23일 밝혔다. AI 기술을 통해 법률서비

대한항공, 캐나다 2대 항공사 웨스트젯 지분 10% 확보 완료

대한항공이 캐나다의 2대 항공사인 웨스트젯의 지분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대한항공은 캐나다 웨스트젯의 지배회사인 '케스트렐 탑코'(Kestrel Topco) 및

경기도 "기후행동 실천하면 방화복 재활용한 의류·가방 드려요"

일상에서 기후행동을 실천하면 폐방화복을 재활용한 의류와 가방을 받을 수 있다.경기도는 기후행동 이벤트 '방화복의 두 번째 이야기'를 오는 11월 19

글로벌 은행들 말로만 '화석연료 중단'...실제 투자중단한 곳은 'O'

글로벌 대형은행 가운데 신규 화석연료 생산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22일 영국 정치경제대학(LSE) 글로벌기

기후/환경

+

美, EU에 "기후규제 철회해라" 압박...LNG 더 많이 팔려고?

미국과 카타르가 유럽연합(EU)의 기후규제를 비난하며 철회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늘리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22

전세계 석탄 사용비중 감소세?...전력수요 늘어 사용량은 '사상 최고치'

올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재생에너지가 석탄 발전량을 추월했지만 지난해 전세계 석탄 사용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증가시

트럼프는 '사기' 라는데...올 상반기 美 기후재해 피해액 '145조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고 몰아치고 있지만 올 상반기 미국이 기상재해로 입은 피해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드

모유로 흡수된 미세플라스틱, 자녀 면역체계 교란시킨다

모유를 통해 전달된 미세플라스틱이 자녀의 면역체계까지 교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다용 박사 연구팀은 컵, 포장지, 비닐봉

역대급 폭염에 강풍까지...10월에 '악천후' 시달리는 호주

심각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호주에 시속 130km에 달하는 강풍까지 불어닥쳤다.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퀸즐랜드주 버즈빌의 낮 최고기온

청계천에 '쉬리'가 산다...복원 20년만에 어종 8배 증가

서울시 한복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청계천에 현재 32종에 달하는 물고기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국립중앙과학관은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