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4개월째 가뭄인데 서남부는 걸핏하면 '폭우'…날씨 왜 이럴까?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8-26 13:13:41
  • -
  • +
  • 인쇄
▲폭우가 내린 경기 김포(왼쪽)와 가뭄으로 풀이 자란 강릉 오봉저수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반도 서해안은 기록적인 폭우로 물난리가 나는데 태백산맥 너머 동쪽에는 수개월째 비가 오지 않아 마실 물도 부족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서쪽은 극한호우, 동쪽은 극한가뭄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가 지목되고 있다.

올들어 비 피해는 서쪽에만 집중됐다.7월 하순에는 충청권과 남부지역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와 주택뿐 아니라 농경지들도 침수피해를 입었다. 당시 산청군 시천면에는 5일동안 무려 798㎜의 비가 퍼부었다. 8월초 내린 폭우도 남부지방에 집중됐다. 이 시기에 무안에는 1시간에 141㎜의 비가 쏟아졌다. 8월중순 폭우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피해를 낳았다. 인천 옹진군 덕적도에는 1시간에 149.2㎜의 비가 퍼부었다.

하지만 태백산맥 동쪽 강원지역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기후·지형적 특성으로 서쪽보다 동쪽의 강수량이 적긴 하지만 올해는 유독 그 차이가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6개월동안 강릉에 내린 비의 양은 386.9㎜로, 평년의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 한달 강수량은 평년의 16.7%에 그치고 있다. 4개월 넘게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식수를 조달하는 상수원도 바닥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강릉시는 계량기를 50%로 잠그는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이어지면 28일쯤 75%까지 제한급수를 해야 할 상황이 된다. 하지만 9월까지 비소식은 없다는 예보다.

25일과 26일도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비가 내리고 있지만 비가 가장 절실한 강릉은 찔끔 내리고 말았다. 26일 경기와 충청권은 시간당 30~50㎜의 극한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돼 있고, 전북 10개 지역은 최대 80㎜ 폭우 예보에 호우특보까지 발효된 상태다. 그런데 강원 동해안 지역은 고작 5㎜의 가랑비만 내릴 전망이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비구름대가 높은 태백산맥을 넘기 전에 대부분 비를 쏟아버리는 탓이다.

▲비구름대가 남서쪽에 걸려있다. (사진=기상청)

한반도 서쪽과 동쪽의 강우량이 이처럼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은 올해 강세를 보이는 북태평양고기압 때문이다.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은 끊임없이 한반도로 습하고 더운 공기를 유입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여름철 우리나라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진다.

대기가 더운 수증기가 가득차 있을 때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 비가 내린다. 그런데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평년보다 강해서 비가 내릴 기회가 적었다. 실제로 올 6~7월 전국 평균 강수일수는 약 18.4일로 평년의 70%에 불과했다. 

비가 내릴 기회가 적어지면서 한반도 상공의 대기는 마치 공기가 꽉찬 풍선같은 상태가 됐다. 이런 상태에서 남쪽에서 태풍 등 저기압이 몰려오거나 북서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되면서 풍선이 터지듯 극한호우를 퍼붓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비를 쏟고 나면 대기 중 수증기는 줄어든다"면서 "줄어든 수증기가 보충이 되어야 또 비를 내릴 힘이 생기는데 내륙지역과 동해안 지역에서는 이 수증기를 보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순식간에 비를 쏟아내고 건조해진 대기가 강릉으로 향하면서 가뭄이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쪽과 서쪽의 극단적인 날씨 패턴이 발생한 직접적 원인은 북태평양고기압 때문이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이 올해 유독 그 세력이 강한 이유는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해수온이 상승하고, 이 상승한 해수온이 덥고 습한 공기를 북태평양고기압에 계속 공급해주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가마솥더위가 유난히 길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원인에서다.

전 기상청장인 서울대 남재철 교수는 "고기압은 다양한 요인으로 세력히 발달하는데, 특히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대량의 수증기가 대기 상층으로 이동해 고기압 세력 형성을 돕는다"며 "올해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빠르고 강하게 세력을 확장·유지했는데, 해수면 온도 상승이 주된 원인이 아닐까 의심된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기업 자사주 의무 소각'...3차 상법 개정안 법안심사소위 통과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이번 개정안은 기업

정관장 핵심거점 KGC인삼공사 부여공장 '녹색기업'에 선정

국내 최대 홍삼 제조공장인 KGC인삼공사 부여공장이 '녹색기업'으로 인정받았다.KGC인삼공사는 충청남도 부여군에 위치한 부여공장이 금강유역환경청

쿠팡·쿠팡이츠, 진주 전통시장에 친환경 포장용기 11만개 지원

쿠팡과 쿠팡이츠서비스(CES)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경남 진주중앙시장에 친환경 포장용기 11만여개를 지원한다고 13일 밝혔다.이번 지원은 전통시

국내 기업 중 ESG평가 'S등급' 없어...삼성전자가 종합 1위

국내 시가총액 250대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가 ESG 평가 종합 1위를 차지했다.13일 ESG행복경제연구소는 지난해 기업들이 공개한 ESG 관련 정보를 분석한 결

정부 'EU 탄소세' 기업대응 올해 15개 사업 지원한다

올해부터 시행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국내 기업들이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본격 지원에 나선다.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

LG전자 '마린 글라스' 기술로 순천만 생태계 복원 나선다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마린 글라스'로 순천만 갯벌 생태계 복원에 나선다.LG전자는 이를 위해 순천시,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과 '블루카본 생태계

기후/환경

+

메마른 날씨에 곳곳 산불...장비·인력 투입해 초기진화 '안간힘'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20일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이날 오후 3시 13분경 경상남도 통영시 용남면 한 공장 야적장에서 불이 나 인근

북극 적설량 늘고 있다?..."위성기술이 만든 착시"

북극을 포함한 북반구의 적설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기존 관측 결과가 실제로는 '위성 관측 기술의 착시'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후변화로 인해 눈이 줄

트럼프 정부, IEA 향해 탈퇴 협박..."탄소중립 정책 폐기해" 요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에너지기구(IEA)를 향해 탄소중립 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협박했다.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19일

사흘만에 1200㎢ '잿더미'...美 중서부, 산불에 '비상사태'

미국 중서부에서 지난 17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형 산불이 사흘째 확산되면서 오클라호마·텍사스주 일대가 초토화됐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겹

[주말날씨] 온화하다 22일 '쌀쌀'...중부에 돌풍·비

토요일인 21일은 외출하기 좋은 포근한 날씨를 보이겠지만 일요일인 22일은 북쪽의 찬 공기 유입으로 다시 쌀쌀해지겠다. 여기에 돌풍을 동반한 비까지

유럽도 안전지대 아니다...온난화에 북상하는 열대 감염병

열대성 바이러스 감염병 '치쿤구니야'가 유럽에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경고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감염 매개체인 모기가 자꾸 북상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