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알래스카 북부 브룩스 산맥의 하천이 주황빛으로 변하며 새로운 수질 위기가 드러났다.
미국 워싱턴대와 알래스카대 연구진은 9월 16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번 현상의 원인이 산업활동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촉발된 지질 반응이라고 밝혔다. 영구동토층(permafrost)은 2년 이상 연속으로 얼어있는 토양·암석층으로, 북극권 전역에 분포하며 막대한 양의 얼음과 유기물, 금속 성분을 품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동토층이 녹으면서 토양 속 황철석(pyrite) 등이 산소와 반응해 황산성 금속을 방출했고, 그 결과 하천이 산성화되며 철, 카드뮴, 알루미늄 농도가 높아져 강물이 녹슨 듯 주황색으로 변했다.
문제는 이 지역 하천이 북미 대표 연어 산란지라는 점이다. 연구진은 수질 악화가 연어뿐 아니라 북극 회색숭어(Arctic grayling)같은 토착 어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먹이망 교란을 통해 곤충·조류·포유류 등 생태계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류 자원에 의존하는 원주민 공동체에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알래스카에 국한되지 않는다. 북극 전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으며, 기후변화가 지속되는 한 되돌리기 어렵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동토층이 다시 얼어붙지 않는 이상 금속 용출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이번 사례는 기후변화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수질과 생태계에 충격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기후위기의 새로운 경고로 본다. 지금까지 기후 담론은 빙하 해빙, 해수면 상승, 폭염·홍수 같은 기상 재해에 집중돼 왔지만, 수질 오염과 금속 축적 문제는 상대적으로 간과됐다. 알래스카의 붉은 하천은 기후변화가 인류 식량 자원과 직결된 수생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음을 드러내며, 향후 기후 대응 전략에서 수질 관리와 생태계 보전이 핵심 과제가 돼야 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9월 16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