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금지' 놓고 극과극 입장차...합리적 해법 나올까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11-12 18:09:17
  • -
  • +
  • 인쇄
▲쿠팡 배송차량 (사진=연합뉴스)

최근 발생한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새벽배송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 숨진 노동자는 극심한 업무강도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나 업무환경의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12일 제주 부민장례식장 앞에서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1차 자체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사망한 고인의 노동 조건은 쿠팡 새벽 배송을 하는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최악"이었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제주서 숨진 30대 택배노동자 A씨의 휴대폰에서 쿠팡 택배기사들이 사용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조사한 결과 고인은 평소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30분까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1시간 30분 근무했으며, 주 6일간 평균 노동시간은 69시간(야간근무 30% 할증 시 83.4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A씨가 숨지기 전인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근무한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노조는 A씨의 주 평균 노동시간인 '83.4시간'은 지난해 쿠팡 심야 로켓배송 업무를 해오다 숨져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고(故) 정슬기씨가 숨지기 전 4주 동안의 주 평균 노동시간 '74시간 24분'(야간근무 30% 할증 시간) 보다 많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재 인정 기준상 야간근무의 경우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큰 점을 고려해 업무시간 산출시 30%의 가중치를 둔다.

노조는 "A씨는 하루 2차 반복배송, 고중량의 중량물을 취급하는 육체적 강도가 높은 노동을 했다. 또한 11월 5∼7일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굉장히 힘든 정신적 고통 속에 8일 하루만 휴무하고 9일부터 출근해 사고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오전 2시 10분경 제주시 오라2동 한 도로에서 쿠팡 협력업체 소속 특수고용직노동자 A씨는 1톤 트럭을 몰다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사고는 A씨가 1차 배송을 마치고 2차 배송을 위해 새로운 배송물량을 받으러 물류센터로 복귀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상을 입은 A씨는 결국 당일 오후 3시 10분경 사망했다.

이번 사망사고는 안그래도 들끓던 새벽배송 찬반 여론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새벽배송 논란은 지난달 22일 '택배 사회적대화 기구' 회의에서 "0시∼오전 5시 초(超)심야 배송을 제한해 노동자의 수면시간과 건강권을 최소한으로 보장하자"고 제안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쿠팡노조·소비자단체·소상공인 등이 일할 권리와 소비자 편익을 이유로 새벽배송 금지를 반대한 것이다.

다만 업계와 노동계에선 택배노조의 '초심야배송 제한' 추진이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과 싼 단가 때문에 초래됐음에도 사안이 '새벽배송 찬반으로 논쟁'으로 흘러가 본질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와 택배사는 "쿠팡의 고강도·저단가 노동이 논란의 핵심인데 노동자 건강권 대 소비자 편익·일자리 문제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짚었다.

쿠팡이 다른 새벽배송 업체들과 달리 막대한 물량을 앞세워 배송 단가를 끌어내리는 바람에 근로 강도와 수익구조를 왜곡한다는 것이다. 쿠팡은 새벽 배송 대상 품목과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배송 단가는 개당 1000원에 못 미친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쿠팡 배송기사 노동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배송 건당 수수료 중윗값은 주간이 655원, 야간은 850원이고, 일반 번지는 주간이 730원, 야간이 940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쿠팡 노동자의 배송 물량은 작년 대비 8% 늘었지만, 배송 기사의 실질소득은 오히려 2%가량 줄었다. 캠프와 배송지를 오가는 다회전 횟수도 매해 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는 "주문 후 1∼2시간 안에 배송하는 퀵커머스(즉시배송) 전쟁이 불붙은 상황에서 새벽배송 금지 논의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실익도 없다"며 "쿠팡이 새벽배송 품목 조정과 단가를 현실화하는 등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배노조는 "오전 5시 출근한 택배기사들이 쿠팡 캠프에 도착해 분류작업과 프레시백 반납작업을 하지 않고 물건을 싣고 곧바로 배송에 나간다면 과로 부담은 현격히 줄고 소비자들도 초심야시간 규제로 인한 불편을 없앨 수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새벽배송 금지' 놓고 극과극 입장차...합리적 해법 나올까

최근 발생한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새벽배송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 숨진 노동자는 극심한 업무강도에 시달린 것

"국민연금, ESG 원칙 위반한 키움·흥국증권을 거래사로 선정"

국민연금이 ESG 경영 강화를 내세우며 거래증권사 평가에서 ESG 비중을 확대했지만, 신규 석탄발전소 채권을 주관한 증권사들이 여전히 거래증권사 명

[손기원의 ESG 인사이드] 美캘리포니아 '기후공시 3법'의 위력

최근 글로벌 ESG 공시 지형이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규칙이 무력화됐고,

현대차그룹,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항만' 구축 참여

현대자동차그룹이 평택시 등과 함께 수소 생태계 조성에 앞장선다.현대차그룹은 11일 평택 시청에서 현대차그룹 켄 라미레즈 에너지&수소 사업본부

현대백화점, 업사이클 옷 2000벌 에너지 취약계층에 전달

현대백화점이 업사이클 다운베스트 2000벌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전달했다.현대백화점은 서울 중구 서울시청 8층 간담회장에서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

"에어컨 물도 다시"...LG화학 리사이클 공모전서 초등학생 최우수상

한 초등학생이 에어컨 물을 재활용하는 아이디어로 리사이클 공모전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LG화학은 지난 8월 주최한 '리사이클 사회공헌 임팩트 챌린

기후/환경

+

60℃까지 버틴다...고온에서 오히려 성장하는 식물의 원리

60℃ 기온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의 기전이 밝혀졌다.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립대학 연구팀은 데스밸리에 서식하는 '티데스트로미아 오블롱기폴리

녹을 이용해 독성 황화물 제거하는 미생물 발견

산화철을 이용해 독성 황화물을 제거하는 미생물이 발견됐다.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교의 미생물학자 마크 무스만(Marc Mussmann)과 알렉산더 로이(Alexander

벼농사·태양광발전 동시에 했더니...수익 8배 늘었다

벼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진행한 논의 소득이 벼농사만 지은 것보다 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

북극이 녹색으로..."기후변화로 지구 최북단에 녹지 생겨"

새하얀 북극이 기후변화로 인해 녹색으로 변하고 있다.극지연구소는 지구의 최북단인 북그린란드 북위 82도에서 급격히 진행 중인 녹화 현상과 토양

[COP30] 고함치고 격렬한 몸싸움...원주민 시위대와 경비원 충돌

유엔 기후총회에서 원주민과 비정부기구(NGO)로 구성된 시위대와 경비원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다.12일 AP, AFP,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일 밤(

[COP30] "트럼프는 침입종"...美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직격

차기 미국 민주당 대권주자로 유력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