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페트병으로 투명페트 재생원료와 수소를 동시에 만든다고?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1 10: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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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트 연구진 '다기능성 촉매기술' 개발
기존 화학적 재활용보다 최소 46% 저렴해
▲논문이 게재된 그린 케미스트 저널 표지 이미지

폐페트병을 고품질 재생원료로 되돌리는 동시에 수소까지 생산할 수 있는 촉매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류정기 교수와 오태훈 교수팀은 저온에서 페트(PET) 폐기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하고 청정 수소나 전기를 생산하는 다기능성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폐페트병 재활용은 폐페트병을 잘게 부순 뒤 녹여서 재생원료로 만든다. 그러나 이 방식은 투명 페트병 원료를 만들어낼 수 없어 결국 한 단계 품질이 낮은 섬유나 충전재로 쓰인 뒤 폐기된다. 페트병은 가장 재활용이 잘 되는 플라스틱으로 알려졌지만 실상 다시 페트병 원료로 사용되는 비율은 20% 안팎이다. 화학분해 공정이 있긴 하지만 200℃ 이상의 고온과 복잡한 정제 공정이 필요한 탓에 신제 플라스틱보다 비싸다.

이에 비해 연구팀이 개발한 공정은 100℃에서 이뤄지며, 분리정제도 간단하다. 분쇄시킨 페트병을 물과 용매(DMSO), 폴리옥소메탈레이트 촉매와 섞어 가열하는 방식이다. 촉매가 페트 플라스틱을 고체 형태의 테레프탈산과 액체 형태의 에틸렌글리콜로 분해하게 된다. 여과기 필터로 에틸렌글리콜을 걸러내면 고품질 페트병 원료인 테레프탈산만 남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공정은 고부가가치 포름산도 함께 생산되며, 사용된 촉매를 수소나 전력 생산에 다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촉매가 페트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전자를 저장하는 '건전지' 기능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틸렌글리콜이 촉매와 반응해 포름산으로 바뀌고, 이때 촉매가 에틸렌글리콜에서 전자를 추출해 저장하는 원리다. 전자를 품은 촉매를 수소 생산 장치로 보내면 일반적인 물 전기분해보다 낮은 전압에서 수소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레독스 연료전지의 연료로 활용하면 저장된 전자를 뽑아내 전기를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실험에서도 물 전기분해 전압보다 최대 25% 낮은 1.2볼트(V)의 전압에서 수소를 만들어냈으며, 연료전지는 전극 1cm²당 12.5 밀리와트(mW)의 전력을 생산했다.

▲촉매에 저장된 전자를 활용해 친환경 수소와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상단) 및 실증 데이터 (자료=유니스트)

경제성 평가결과, 개발된 공정을 통해 생산된 재생 테레프탈산의 최소 판매 가격은 1kg당 0.81달러로 추산됐다. 기존 화학분해 재활용 기술과 비교해 최대 46% 저렴한 수준이며, 원유에서 뽑아낸 테레프탈산 원료의 시장가격과 비교해도 더 낮다. 저온 공정과 단순 여과 분리로 생산비용을 줄이고 포름산과 수소생산을 통해 수익성을 높인 덕분이다.

류정기 교수는 "폐페트병에서 고품질의 플라스틱 원료를 얻어내고 동시에 수소 생산까지 이어지는 공정 개발을 통해 원유에서 뽑아낸 원료에 버금가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플라스틱 순환 경제를 구축하고 친환경 수소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그린 케미스트리(Green Chemistry)' 2026년 8호 후면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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