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를 물에 담궈요?"…액침냉각 기술에 '주목'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2 1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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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배터리 2026에 전시된 SK온 전기차용 '액침냉각 팩 모형' ⓒnewstree

오는 1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SK온, 에쓰오일(S-OIL) 등이 차세대 열관리 솔루션인 '액침냉각' 기술을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액침냉각이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유전체 냉각액에 배터리 셀을 통째로 담그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이다. 냉각액이 셀 표면과 직접 접촉해 열을 빠르게 흡수·분산시켜 열폭주 발생 확률을 낮추고, 열폭주가 발생해도 공기유입을 차단하기 때문에 화재발생을 원천적으로 방지한다.

액침냉각이 주목받는 이유는 인공지능(AI) 붐에 의해 열관리가 필요한 데이터센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전세계 전력소비량 가운데 데이터센터 비중은 1.5% 정도였지만 AI 확산으로 2030년에 이르면 2배 이상 늘어난다. 또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ESS 수요도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2일 뉴스트리와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 ESS, 전기차(EV) 등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열관리 등 안전성 대책 수요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데이터센터와 ESS는 0.1초라도 가동이 중단되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열폭주, 화재를 원천차단하는 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액침냉각 방식은 안전성뿐 아니라 냉각 효율이 기존 방식보다 우수해 배터리 수명 연장, 운영에너지 절감효과도 얻을 수 있다.

기존 배터리 열관리는 크게 공랭식과 수랭식 두가지로 나뉜다. 공냉식은 외부 찬공기를 내부로 유입시켜 열을 관리하는 방식이고, 수냉식은 배터리팩 사이에 냉매를 순환시켜 열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전력밀도가 비교적 낮아 이런 방식으로 충분히 열관리가 가능했지만 최근 GPU 중심 AI 데이터센터와 ESS 기술 상향으로 전력밀도가 높아지면서 냉각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액침냉각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액침냉각은 공기보다 열전도율과 열용량이 훨씬 큰 액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동일 조건에서 훨씬 안정적인 냉각이 가능하고,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한 별도의 시설도 필요없다. 또 먼지와 습기 차단만으로 배터리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냉각액 덕분에 수냉식의 한계로 꼽히던 누수 등 전기안전관리 부담도 덜었다.

액침냉각 기술개발은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ESS용 액침냉각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는 SK온과 SK엔무브는 '인터배터리 2026' 전시회에서 액침냉각 기술을 적용한 '액침냉각 팩 모형'을 전시하고 2027년 상용화를 예고했다. 배터리팩 전문 제조사인 범한유니솔루션은 지난해 액침냉각 ESS 시스템을 개발하고 상용화까지 완료했다.

정유기업들도 액침냉각용 제품 개발·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정유사들 입장에서는 절연체인 윤활유 기술을 바탕으로 냉각유까지 개발하게 되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2023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S'를 선보였고, 현재 ESS, EV 등 분야별 특화 냉각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에쓰오일(S-OIL)은 2024년 데이터센터, 배터리 용 액침냉각유 '에쓰오일 e-쿨링 솔루션'을 개발하고 지난해 8월부터 시장에 내놨다. LG CNS는 현재 액침냉각 기술 연구과제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수행하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확산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어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던 상황"이라며 "액침냉각유는 줄어드는 윤활유 수요를 충당하고, 오히려 배터리·데이터센터와 같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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