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3.1운동부터 뉴타운까지…박물관 마을 교남동

김민우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8 18:33:41
  • -
  • +
  • 인쇄
한양도성 산책길에서 근현대사를 만나다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 도심 속에도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조용한 마을이 하나 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돈의문(敦義門, 한양도성 서문)을 중심으로 한양 성곽을 둘러싼 마을 교남동이다. 인왕산자락 자연은 물론, 숨겨진 역사 이야기까지 품은 이 조용한 마을을 뉴스;트리가 산책하듯 걸어보았다.

돈의문 터를 등지고 강북삼성병원 방향 언덕을 올라가면 얼마 전 조성된 '오래된 마을' 하나가 나온다. '돈화문 뉴타문'이 조성되면서 교남동 주변 골목이 사라지게 되자, 서울시는 근린공원이 들어설 자리에 일부 건물과 골목을 살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조성했다. 조선 후기 한옥부터 현대식 가옥까지 살린 이 공간은 일종의 야외 박물관으로 계절을 느끼며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길을 따라 더 걸어가면 새로 생긴 아파트 주변으로 길게 이어진 산책로가 나온다. 낙엽을 밟으며 천천히 걷다보면 오른편 언덕에 위치한 한 건물을 볼 수 있다. 1932년 건립돼 1998년까지 기상청 청사로 사용된 기상청 서울관측소다. 100년 가까이 서울 기온의 기준이 되어온 이 관측소는 얼마전 옛 기상청사 리모델링을 거쳐 국립기상박물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기상 관측업무를 유지하는 동시에 한국 기상 역사를 알리는 중요한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교남동의 숨은 이야기는 언덕을 올라가며 계속 이어진다. 일부 복원해놓은 한양도성 성곽 주변을 오르며 가을 햇살을 느끼다보면 언덕 끝에 자리한 한 공간에 이르게 된다. 대한제국 시기 을사늑약을 반대하며 항일활동을 지원한 영국 언론인 어니스트 베델의 집터다. 지금은 공원 일부에 표지석만 남았지만, 암울했던 근대사의 기억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런가하면 옛 모습 그대로 남은 서양식 가옥도 만날 수 있다. 베델의 집터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봉선화', '고향의 봄'을 작곡한 음악가 홍난파의 집이 나온다. 그가 말년에 살았던 이집은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 옛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가옥 내부엔 그의 작곡 기록과 함께 '사상전향서' 등 친일기록도 함께 전시하여 당시 역사를 그대로 알 수 있게 했다.

언덕을 더 올라서면 인왕산자락 한양도성 성곽으로 이어진다. 숲으로 둘러싸인 성곽과 그 곁에 자리한 마을 풍경은 휴식과 여유를 느끼게 한다. 성곽을 따라 오르면 인왕산 등산로로 이어져 서울 도심 전체 풍경까지 즐길 수 있다.

성곽을 다시 따라 내려오면 한 골목 끝에서 또 하나의 박물관을 만난다. 1919년 3.1운동 당시 대한독립선언서를 입수해 세계에 알린 AP통신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의 가옥 '딜쿠샤'다. 힌디어로 '이상향, 기쁨'을 뜻하는 이 가옥은 테일러가 아내를 위해 지은 집으로 이곳에 사는 동안 대한 독립을 위한 활동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그 역사성이 인정돼 복원공사를 거쳐 역사공간으로 재개관을 앞두고 있다.

그 모습은 사라졌지만 이름만은 남은 돈의문처럼 주변마을 교남동은 곳곳에 다양한 사연을 조용히 품어오고 있다. 문화생활이 제한되는 코로나 시대, 이 조용한 '박물관 마을'을 찬찬히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