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천하'로 막내린 AI 챗봇 '이루다'...개발사 "DB와 딥러닝 폐기' 결정

김현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8 19:30:23
  • -
  • +
  • 인쇄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탄생한지 3주여만에 결국 사라지게 됐다.

'이루다'는 20대 여대생을 모델로 만들어진 가상봇으로, 지난해 12월 23일 출시 3주만에 75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화제를 뿌렸다. 그러나 성소수자와 인종차별과 관련된 편향적인 발언과 막말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이 논란은 사생활 침해로까지 이어지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은 논란이 일자 지난 1월 12일 '이루다' 운영 일시중단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더 확대되자 15일 "이루다 데이터베이스(DB)와 딥러닝 대화모델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AI 챗봇 '이루다' 

스캐터랩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합동조사가 종료되는 즉시 이루다 DB와 딥러닝 대화 모델을 폐기하기로 했다. 스캐터랩 측은 "이루다 DB는 비식별화(익명화) 절차를 거쳐 개별적·독립적인 문장으로 이뤄져 있고, 딥러닝 대화 모델은 대화 패턴만 학습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위험은 전혀 없다"면서도 "이용자들 불안감을 고려해 폐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존 '연애의 과학'과 '텍스트앳'에서 이용자 동의를 받고 수집했던 데이터는 데이터 활용을 원하지 않는 이용자들이 신청할 경우 모두 삭제할 것"이라며 "이는 향후 딥러닝 대화 모델에도 이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스캐터랩은 "향후 신규 가입 및 서비스 이용시 개인정보 수집·이용 등의 절차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DB수집 방법에 대해 스캐터랩 관계자는 "강화된 절차와 함께 자발적 공유를 받거나 돈을 주고 DB를 구매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내부적으로 고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캐터랩은 챗봇 이루다를 만드는 과정에 연애 분석 앱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데이터를 가져다 쓰면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어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현장에서 자료를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연애의 과학 앱 이용자와 이용자의 연인에게 개인정보 이용·활용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은 점, 데이터를 이루다 재료로 쓰는 과정에 익명화(비식별화)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등이 핵심이다.

스캐터랩은 연인들 대화 데이터를 사내 메신저에 부적절하게 공유한 직원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했지만, 제대로 익명화하지 않은 데이터를 오픈소스 공유 플랫폼 '깃허브'에 공유한 사실도 확인됐다.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은 "이루다 DB가 아니라 카톡 데이터 전량을 파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스캐터랩 관계자는 "카톡 데이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연애의 과학 앱 이용자들이 올린 대화 데이터를 이용한 것"이라며 "그 데이터는 문자가 될 수도 있고 카톡이 될 수도 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3년 넘게 열심히 개발한 이루다 딥러닝 모델과 DB를 폐기하는건 저희에게도 상당히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이번에 지적된 많은 부분들을 보완해가면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스캐터랩 관계자는 "새로운 딥러닝 모델 개발은 현재 방향만 나와있는 상황이고 구체적인 상황은 논의 중"이라며 "정확한 스케줄은 확답 드리지는 못하지만 새로 개발해야 하는 만큼 빠른 시간 안에 이루다를 다시 만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영상] AI 챗봇 '이루다'… 어쩌다 막말 AI가 됐을까?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