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개막된 'CES 2021'이 4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지난 14일 폐막했다. 중국기업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지난해보다 참여기업들은 크게 줄었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강한 리더십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영역파괴를 시도한 기업들도 적지않았다.
예년처럼 올해의 주요 테마도 'AI, 클라우드, 드론, 디스플레이, 5G'가 중심이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는 점이 고려된 때문인지 홈코노미 등 홈테크놀로지 기술이 특히 돋보였다. 집안으로 첨단기술이 집약되면서 집이 더 똑똑해졌고, 이로 인해 바뀌는 일상이 조명됐다. CES 2021에서 시선을 끈 기술과 제품을 정리해봤다.
LG전자가 발표한 '55인치 투명 OLED'는 유리창이나 가림막 등에 척 붙일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침대에 수납된 화면을 위로 끌어올려 뉴스나 영화 등을 누워서 볼 수 있고, 초밥집에서 식사를 기다리면서 파티션에 부착된 투명 OLED로 초밥집 장인의 솜씨를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도 있다. 지하철 유리창을 통해 바깥풍경을 보면서 유리창에 나타나는 날씨와 뉴스, 지도 등 생활정보까지 볼 수 있다.
LG는 올 CES에서 돌돌 말리고 펴지는 '롤러블 폰' 맛보기 영상까지 공개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핸디'도 눈길을 끌었다. 핸디는 다양한 집안일을 돕는 미래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다. 핸디는 관절형 팔이 하나 장착돼 있고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돼 있다. 그래서 스스로 물체 위치나 형태를 감지해 옮길 수 있고, 물건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안다. 일례로 와인잔은 살살 들어서 옮기고, 꽃을 꽃병에 꽂을 줄 안다. 테이블 세팅, 식기세척기 정리도 척척 알아서 하는 로봇이다.
게이밍 주변기기 및 노트북PC 제조사 레이저(Razer)는 게이밍 의자와 마스크를 선보였다. 게이밍 의자 '프로젝트 브루클린(Project Brooklyn)'은 게임 몰입감을 높이는 투명OLED로 시야를 감싸고, 촉각 반응을 구현한 가죽시트를 부착했다. '프로젝트 하젤(Project Hazel)'은 N95 등급 마스크다. 음성 증폭기에 UV 살균 케이스까지,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게이밍을 돕는다.
GM은 4개의 회전날개가 달린 하늘을 나는 택시 '캐딜락 eVTOL'을 선보였다. 이 항공택시는 운전자없이 승객 1명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날아간다. 배터리로 작동하고 최대 시속 90km로 운행한다. 항공택시는 지난해 CES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지금은 GM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FCA, 애스턴 마틴까지 가세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도심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를 놓고 자동차 업계의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GM은 또 전동모터가 달린 화물운반대 'EP1'과 택배전용 전기트럭 'EV600'도 선보였다. 이 전기트럭은 택배에 특화된 제품으로, 한번 충전으로 250마일까지 달릴 수 있다. EP1은 사람대신 택배를 물류창고부터 집앞까지 배송해주는 역할을 한다. 목적지를 배정받은 EP1은 전기트럭 EV600에 바로 실린다. EP1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전동모터로 문 앞까지 자동으로 배송한다. GM은 2025년에 이르면 미국의 택배·음식배달·역물류 시장규모가 8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EP1과 EV600을 앞세워 물류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이름하여 '브라이트드롭'(Brightdrop) 사업. 페덱스가 첫 고객으로, 페덱스는 올해말 상용화할 예정이다.
보쉬는 신발상자 크기의 초경량 달탐사 자동차 '큐브로버'(Cuberover)를 선보였다. 모듈러 기반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설계가 가능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대학생들을 비롯해 다양한 의도를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달탐사 접근권한을 부여하는 게 보쉬의 목표다. 2023년 상용화 예정이다.
스마트폰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던 캐논은 자체 제작한 소형 인공위성을 내놨다. 또 인공위성에서 찍은 데이터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 서비스도 선보였다. 지구촌 곳곳을 정밀사진으로 담았기 때문에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해양오염, 산불, 남극 만년설같은 환경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농작물 파종 상황을 파악해서 수확량을 늘리는 것은 덤이다. 캐논은 앞으로 교토 남쪽 와카야마시에 소형 인공위성 발사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CES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디스플레이 경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첨단을 달리면서 당장 상용화될 수 있는 부분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기 마련이다. CES 2021에서 LG는 혁신상 24개를 포함해 총 139개의 상을 수상했고, 삼성은 혁신상 44개를 포함해 총 173개 상을 거머쥐었다.
삼성과 LG 모두 '미니 LED TV'를 선보였다. 미니 LED TV는 OLED와 LCD의 절충이다. 가격이 너무 높아 전광판 정도에 용도가 한정됐던 기존 '마이크로 LED'의 상용화 버전이다. 세부적인 로컬 디밍이 가능해 LCD의 빛샘 현상을 줄였고, 무기질 광원은 오래 지속돼 유기질 OLED에 생기는 번인 현상이 없다.
이번 CES에서 나온 자료를 가지고 양측의 미니 LED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LG QNED는 3만개의 작은 LED로 2500개의 디밍 영역을 구현했다. 하지만 삼성은 LED 개수를 밝히지 않았다. 또 삼성은 Neo QLED에 색 패널로 VA를 썼지만 LG는 아직 패널 종류를 밝히지 않았다. 기존에 써왔던 IPS 패널이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 결국 현장에서 직접 육안으로 비교해 보는 것만한 판별방식이 없지만, 올해 CES는 가상 공간에서 진행됐기에 불가능했다.
이점과 연계돼 CES 2021 참가자들은 여럿 아쉬운 점을 토로했다. CES의 핵심인 제품의 실제적인 경험이 부족했다는 것. 온라인으로 개최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최소한 가상공간에서 '줌인'과 '줌아웃' 기능으로 각각의 부스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사람들은 알파벳 순서로 된 2000여개 회사목록에서 경악했다. 또 라스베이거스 시간대 위주의 일정진행으로 로컬행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제 CES는 규모 면에서나 진행 방식 면에서 '로컬'이 아닌 '유니버설'한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행사였던만큼 배려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이재은 기자 je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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