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로 쓰는 하수 슬러지가 원인인듯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주식으로 삼는 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돼 우려를 낳고 있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환경보건과학연합 연구팀이 지난 15일 발표한 '상업용 쌀의 플라스틱 오염' 논문에 따르면 제품화된 쌀 100g당 평균 3.7mg의 미세플라스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 Direct)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태국, 인도, 파키스탄, 호주에서 재배된 쌀을 대상으로 했다.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은 생산지와 포장재질에 상관없이 나타났다. 즉 종이포장 제품과 플라스틱포장 제품을 모두 조사한 결과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무게가 비슷했다.
전자레인지용 즉석밥의 경우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13.3mg으로 일반쌀의 4배에 달했다. 이같은 결과는 즉석밥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했다.
쌀에서 검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은 대개 하수 슬러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농장에서 사용하는 비료 대부분이 하수 슬러지로 만든 바이오고형물이다. 하수 슬러지는 세탁물 미세섬유, 도로 위 마모된 타이어 조각 등의 총집합으로 미세플라스틱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처럼 미세플라스틱은 쌀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유입된다. 논문은 호주 국민 한명이 매년 쌀과 함께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1g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간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 유입됐을 때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간과돼 왔다. 사람은 미세플라스틱을 제외하고도 여러 오염원에 노출돼 있고, 미세한 영역에서 장기간 축적에 따라 일어나는 일을 감시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건강상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로 인한 증상이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것으로 특정하는 것 역시 확신하기 힘든 까닭이다.
하지만 최근 관련 동물실험이 진행되면서 미세플라스틱 축적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실험쥐의 대장벽을 뚫고 혈관 벽을 자극해 혈전을 생성하거나, 오염물질을 흡착해 물벼룩의 호르몬계에 영향을 미쳐 생식과 성장을 방해하는 사례도 있었다.
호주 맥쿼리대학교 환경오염 전문가 마크 테일러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직 확답을 내릴 순 없지만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가 되지 않는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고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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