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기행] 서울에서 맛보는 무안산 '뻘낙지'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1-05-31 09:49:00
  • -
  • +
  • 인쇄

낙지는 2종류가 있다. 갯벌낙지와 통발낙지. 갯벌낙지를 뻘낙지라고도 부른다. 갯벌을 뻘이라고도 한다. 뻘낙지는 말 그대로 갯벌에 산다. 뻘낙지를 잡으려면 힘이 든다. 갯벌을 파면서 잡아야 한다. 삽질을 계속해야 한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낙지는 몸놀림이 매우 빠르다. 낙지와 신경전을 펼쳐야 한다. 낙지잡이 전문가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통발낙지는 바다에 산다. 돌 틈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다. 통발에 미끼를 넣어 잡는다. 낙지는 야행성이다. 바닷물이 빠졌을 때 밤에 횃불을 켜서 잡기도 한다. 불빛에 놀란 낙지가 도망을 간다. 도망갈 때 그냥 주우면 된다. 이런 방식을 '해루질'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말한다. 뻘낙지가 맛이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고. 이유가 무얼까. 갯벌은 바닷 속 허파같은 존재다. 바다 생태계를 정화시켜준다. 영양의 보고다. 게르마늄 셀레늄 등이 흘러넘친다. 수많은 무기질이 존재한다. 게 딱총새우 고둥 조개 갯지렁이 짱뚱어 등 다양한 생물이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갯벌의 영양제를 섭취하며 살아간다.

국내에는 천혜의 갯벌이 존재한다. 서해안 갯벌이 세계 3대 갯벌로 손꼽히고 있다. 유럽 북해 연안, 미국동부 조지아 연안 갯벌과 함께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서울 근교에는 강화도 갯벌이 있다. 전남지역의 신안 무안 갯벌도 유명하다. 국내산 뻘낙지는 최고의 환경에서 살아간다. 당연히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아쉬움이 있다. 공급이 소비를 못 따라간다. 부족한 양은 중국산으로 대체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전국에는 많은 낙지집이 있다. 낙지집은 많은데 국내산 뻘낙지를 먹기가 쉽지 않다. 구입하기 어려워서 그렇다. 서울에서 뻘낙지 맛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식도락가에게 알려진 맛집이다. 점심은 밥 손님. 저녁은 술손님으로 가득 찬다. 예약해야 편히 먹을 수 있다. 양재역 부근에 있다. 상호가 '명가 무안 뻘낙지'다. 전남 무안 갯벌의 낙지를 맛볼 수 있다. 무안에서 뻘낙지를 직접 공급받는다. 지인이 매일 올려 보낸다.

주인 임수진(57)씨는 뻘낙지 고유의 맛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한다. 산낙지 낙지볶음 낙지찜 낙지탕탕 낙지초무침이 대표음식이다. 산낙지에서는 낙지의 힘이 느껴진다. 한 점을 먹으면 입천장에 쩍쩍 붙는다. 힘만 좋은 게 아니다. 고소함이 뒤따른다. 씹을수록 쫄깃함이 느껴진다. 싱싱함은 기본이다. 갯벌냄새가 나는 기분이다. 낙지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산낙지볶음도 특유의 맛을 자랑한다. 양배추 단호박 양파 등이 들어간다. 손님의 건강을 위해 신경 쓴다. 일반식당과 다른 점이 있다. 단호박을 넣는다. 단호박으로 단맛을 낸다. 되도록 인공감미료를 쓰지 않으려 한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하다. 주인의 정성이 엿보인다.

낙지초무침은 조리장의 비법이 빛을 낸다. 초장은 40년 경력의 조리장이 직접 만든다. 여러 가지 과일을 갈아 넣어 특유의 맛을 낸다. 새콤하면서도 달콤함으로 입맛을 돋궈준다. 살짝 데친 낙지에 초장과 함께 미나리 등 채소를 듬뿍 넣는다. 낙지의 쫄깃함과 초장의 새콤달콤, 채소의 아삭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산낙지찜은 2가지로 나온다. 살짝 데친 낙지숙회는 담백하다. 콩나물을 넣어 볶아낸 찜은 고소함이 혀를 자극한다.

낙지탕탕은 먹기 편하게 나온다. 잘게 썬 낙지가 참기름 깨소금 달걀노른자와 함께 상에 오른다. 마늘 고추는 식성에 맞춰 먹으라고 접시 한쪽에 자리잡는다. 여러 색깔이 조화를 이룬다. 접시를 보는 순간 식욕이 부쩍 생긴다. 낙지의 꿈틀거림에 입맛이 돋는다.

이곳에서는 하루평균 10~15접의 뻘낙지를 무안에서 공급받는다. 낙지 1접은 20마리다. 하루에 200~300여 마리 낙지가 팔린다. 물건이 모자라 강진과 장흥의 뻘낙지로 보충하는 경우도 있다. 손님상에는 8가지 기본반찬이 깔린다. 전도 나온다. 무전 파래전 등 남도음식을 맛 볼 수 있다. 장흥이 고향인 주인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맛보다 귀한 게 있다. 주인의 친절함이다. 손님이 나갈 때 기분이 좋다. 주인이 최고의 서비스를 한다.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친절함이 몸에 배있다. 모두가 회장 대접을 받는 기분이다. 한번 들르면 계속 찾게 된다. 주인의 친절함에 단골손님이 많다. 요식업 20년 경력의 주인이 손님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퇴근길 술 한 잔 생각날 때 들려봄직 하다. 뻘낙지의 깊은 맛과 주인의 친절함이 하루의 피로를 풀어줄 게다.


글/ 김병윤 작가
   춘천MBC 아나운서
   주간야구 기자
   내외경제(현 헤럴드경제) 기자
   SBS 스포츠국 기자
   저서 <늬들이 서울을 알아>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한숨돌린 삼성전자...이재용 사법리스크 9년만에 털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9년째 이어지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동안 1주일에 두번씩 법정에 출두

"잔반 없으면 탄소포인트 지급"...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에 '잔반제로' 보상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탄소중립포인트' 제도에 신설된 '잔반제로' 항목을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실제 단체급식 사업장에

"노사 칸막이 없는 문화"…LG CNS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

AX전문기업 LG CNS가 상호 존중과 대화, 협력을 바탕으로 한 모범적 노사문화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5년 노사문화 우수기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탄소중립 핵심목표 미루더니...英 HSBC도 '넷제로연합' 탈퇴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가 은행권의 기후목표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잇

기후/환경

+

"10% 불과한 배출권 유상할당 늘려야...늘어난 재원은 기후기금으로"

현재 10%에 불과한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율을 확대하고, 늘어난 재원은 기후대응기금을 통해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17일

[기후테크]공장 굴뚝부터 선박까지...질소산화물 잡는 새 촉매 개발

공장, 자동차, 선박 등 연료를 태우는 곳이면 어디서든 나오는 대기오염물질 '질소산화물'(NO)을 제거할 수 있는 새 촉매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울

대형산불 발생한 그리스 지역...1년 지났는데 지표면 10℃ 상승

지난해 그리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지표면 온도가 최대 10℃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아테네국립천문대 기상청(METEO)이 지난해 7

잠기고 무너지고...역대급 폭우에 주민들 밤새 '뜬눈'

16~17일 밤사이 200∼300㎜가 넘는 폭우가 내려 곳곳이 무너지고 잠기는 일이 벌어졌다. 주민들은 밤새 침수를 피해 대피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100년에 한번 '물폭탄'...1시간에 114.9㎜ 퍼부은 서산 '물바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수증기와 북쪽에서 내려오는 건조한 공기가 부딪히면서 현재 한반도 상공은 구멍이 뚫린 듯 폭우가 퍼붓고 있다. 특히 충청권의 피

[날씨] 구멍 뚫린 하늘...남부지역 300㎜까지 '물폭탄'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퍼붓고 있는 폭우가 18~19일까지 이어진다는 예보다.이번 호우는 좁은 지역에 강하게 내리는 국지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