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기본소득' 포퓰리즘 공약인가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1-07-05 15: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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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벌어진 논쟁 '필요하고 유익'
정쟁 아닌 사회담론으로 공론화시킬 시점

기본소득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기본소득이 대통령 선거의 쟁점이 되고 있는 현상은 필요하고도 유익한 일이다. 이는 기본소득이 단지 주변적 담론에 머물지 않고 경우에 따라 정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소득제는 매우 이상적이고 파격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의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없이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제도와 다른 점은 그 보편성이다. 보통의 복지 정책은 개인의 소득수준에 따라 각 가구를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수혜적 복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모든 개인에게 보편적으로 현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재산이나 소득수준을 심사하지 않고 무조건 지급한다는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즉 기본소득은 보편적 복지의 원리를 담고 있다. 이를 둘러싼 쟁론은 과거 보편복지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잠시 기본소득 반대론에 귀 기울여 보자. 그러면 우리 사회의 복지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나고 앞으로 채워져야 할 각론들의 윤곽이 드러난다.

그 첫째는 기본소득이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즉 기본소득 공약을 포퓰리즘적 발화로 규정하며 그 진정한 의도조차 부정하는 입장이다. 즉 기본소득은 무료급식, 무료의료, 무료보육, 반값등록금 등의 경우처럼 국민들이 좋아하는 정책을 내세워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표심 훔치기'라는 것이다. 즉 실행가능성이나 현실성이 없는데도 무책임하게 정책을 남발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포퓰리즘(populism)은 원래 대중의 견해와 요구를 대변하고자 하는 정치 사상이나 활동을 포괄하는 긍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 용어가 부정적인 의미로 변색됐다. 즉 포퓰리즘 정책이란 다수 대중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는 것에만 몰두해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뜻하게 됐다.

뒤집어서 분석하면, 포퓰리즘을 반대하는 논리에는 대중에 대한 불신과 경멸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란 원래 포퓰리즘 게임이다. 정치인과 선출된 시민의 대표자들은 대중의 요구와 정서에 부합해 정책을 펼쳐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대중의 이름으로 대중이 원하는 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넌센스다. '포퓰리즘'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자칫 스스로를 대중과 분리하고, 자신들은 대중들 위에 있다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포퓰리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주체는 대중이다. 대중의 표심이 포퓰리즘 논란을 종식시킨다.

둘째는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거나 어렵다는 반론이다.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 재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가의 재원이 넉넉하지 않다면 결국 국민들의 세금을 크게 인상하거나 국제은행으로부터 빚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기본소득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커지고 국가의 채무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나아가 부모 세대가 공짜 복지를 좀 더 누리기 위해 자식 세대에게 그 부담을 넘기는 원죄가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즉 우리 경제의 수준에서는 기본소득제는 아직 시기상조이며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이 없는 몽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해외 사례가 없으므로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을 실행하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정책으로 섣불리 도입해 우리 사회를 정치적 실험실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들 반대론들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름의 논리적 맥락이 분명하고, 자신들의 정치철학이나 견해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전문가들의 연구 사례에 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반대론이 결정적으로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정치란 창조적 상상력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비록 이상적인 정책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공론화하고 정책화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도전정신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 법제화 논의는커녕 정책적 연구조차 충분하지 않은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본소득이라는 화두로 보편적 복지의 꿈의 씨앗을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것은 필요하고도 적실하다. 역사 속의 모든 정책들과 이상적인 법안들 역시 소수의 정치적 몽상가들의 상상력과 이어지는 논쟁을 통해 그 씨앗이 발아되어 탄생했다.

기본소득이 얼마나 실현가능성이 있는가를 탐구하는 것은 학자와 관련 공직자들의 몫이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정당은 달라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고 있고 유익한 정책이라면 무엇이든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우리 사회의 콘텍스트 속에서 그것을 현실화할 방법을 궁구해야 하는 법이다. 대선 국면에서 기본소득 논쟁은 단지 사변적인 가치 논쟁이나 복지 논쟁으로만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고차원적 정치 게임이 된다. 이 정치 방정식에서는 유권자인 국민들의 뜻이 기본 상수가 된다.

기본소득의 미래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론자의 논박은 기본소득제의 각론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도록 자극할 것이다. 불발되더라도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기본소득 담론은 보다 활발해질 것이다.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기본소득이 언급된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정치 담론이 적잖이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포퓰리즘적 공약으로 끝나고야 마느냐, 아니면 초보적인 기본소득 정책이 실행되어 진정한 의미에서의 포퓰리즘의 승리가 되느냐는 후보들간의 선거 쟁론에 달려있지 않다. 그것을 좌우하는 것은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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