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호주 등 "우리 이익 반하는 문구 삭제해달라"…IPCC에 로비

나명진 기자 / 기사승인 : 2021-10-22 16:58:36
  • -
  • +
  • 인쇄
호주, 로비로 인한 퇴보 경과 분석도 삭제 요구
과학자들 "로비가 보고서 신뢰성 훼손 못할 것"

일본, 호주, 이란 등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이 기후보고서를 조작하기 위해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에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조사단은 IPCC에 제시된 의견서와 유엔 문서 등을 입수해 몇몇 국가들이 유엔의 기후위기 대응을 방해하기 위해 로비를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입수된 유엔 문서들에 따르면 영국 글래스고에서 11월1일 개막 예정인 국제 기후 변화 협상 COP26을 앞두고 이들 국가들은 전세계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줄이기 위한 유엔의 권고안을 없애기 위해 정부간 기후 변화 위원회(IPCC)에 로비, 문구 수정과 삭제 등을 요청해왔다. IPCC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세계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인 관련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다.

IPCC에 따르면 사우디측은 보고서에서 "모든 규모에서 (기후위기의 영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시급히 행동할 필요성"이라는 문구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유엔 과학자들에게 "에너지 시스템 분야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으로의 빠른 대체와 화석연료 적극 폐기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결론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라크, 쿠웨이트, 리비아, 나이지리아, 아랍에미리트, 베네수엘라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화석연료에 대한 보고서의 권고사항 약화를 지지했다. 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임에도 호주의 한 정부 관계자는 지구 온난화의 진행을 막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 같은 내용이 드러나면서 IPCC 보고서의 정당성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보고서 작성 과정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강한 정치적 압력을 견딜 수 있다고 평가한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그랜텀 연구소(Grantham Institute)의 공동 소장인 마틴 시거트(Martin Siegert) 교수는 "해당 보고서는 탈탄소화를 저지하려는 국가들의 행동을 폭로했으며, 로비는 IPCC 보고서의 과학적 신뢰성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며 "IPCC는 강력한 기득권 앞에서도 과학을 지탱하고 있고, 압력에 굴하지 않은 과학자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화석연료 사업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는 이들은 위험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탈탄소화에 반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University College London)의 마크 매슬린(Mark Maslin) 지구 시스템 과학 교수는 "국가들에게 IPCC 기후 변화 보고서에 대해 논평하도록 권장해왔던 점이 보고서 결론을 바꾸도록 로비할 기회로 여겨졌다"며 "그럼에도 과학자들, 사회과학자들과 보고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증거를 중시하고 전세계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보고서가 로비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화석연료와 관련된 로비는 계속해서 문제가 돼 왔다. 게다가 로비를 한 국가들이 로비를 했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또다시 로비를 하는 상황도 일어나고 있다. 호주는 화석연료 업체들의 로비로 인해 호주와 미국의 기후행동이 퇴보한 경과의 분석을 삭제해달라고 IPCC에 요구한 바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IPCC 보고서가 정책 입안자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최근의 과학적 평가를 제공하고, COP26와 같은 국제 기후협상을 위해 합의된 틀을 제공하는 중요한 목적을 가진만큼 로비 문제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ING은행의 경고..."파리협정 이행경로 벗어나면 금융조달 중단"

네덜란드 ING은행이 오는 2026년부터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부합하는 목표를 갖추지 못한 기업에 대해 자금조달을 중단하는 등 금융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공공기관 ESG평가 1위는 '한국전력기술'-서스틴베스트

서스틴베스트가 실시한 국내 공공기관 ESG평가에서 한국전력기술이 1위, 한국수력원자력이 2위를 차지했다. 서스틴베스트는 20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

S-OIL, 티웨이항공에 지속가능항공유(SAF) 공급한다

에쓰오일(S-OIL)과 티웨이항공이 19일 지속가능항공유(SAF) 상용운항 공급 및 공동마케팅 업무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에쓰오일은 티웨

KB금융 '2023 ESG 보고서' 발간..."사회적가치 5.7조 창출"

KB금융이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가치가 5조698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산출됐다.18일 KB금융은 ESG 경영활동을 담은 '2023년 사회적가치 성과보고서'를 통해

서스틴베스트·한국지역경영원, 20일 '공공기관 ESG평가' 세미나

ESG평가 및 리서치 전문기관 서스틴베스트가 공공기관 ESG 경영평가 결과를 오는 20일 '대한민국 공공기관을 위한 ESG 평가' 세미나에서 공개한다고 13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사회문제 1석多조 해결책 필요"

기후위기, 저출생, 지역소멸 등 복잡다단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파괴적 혁신'과 '협력'을 강조했다.최태원 대한상의

기후/환경

+

트럭 2대가 '푹'...200㎜ 폭우에 부산서 대형 '싱크홀'

21일 부산에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 한복판에 대형 싱크홀 현상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졌다.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5분쯤

남극 스웨이츠 빙하 23세기에 몽땅 녹는다..."해수면 3.3m 상승"

세계 최대규모의 빙하인 남극 스웨이츠 빙하의 녹는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웨이츠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65㎝가

ING은행의 경고..."파리협정 이행경로 벗어나면 금융조달 중단"

네덜란드 ING은행이 오는 2026년부터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부합하는 목표를 갖추지 못한 기업에 대해 자금조달을 중단하는 등 금융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5억년간 지구온도 변화시킨 원인은 '이산화탄소'

4억8500만년동안 지구 온도가 급변했던 주된 원인이 대기중 이산화탄소(CO₂)인 것으로 밝혀졌다.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대학·스미스소니언

국내 연구진, 이산화탄소 바닷물에 포집하는 기술 개발

국내 연구진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를 바닷물에 효율적으로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포항공대(포스텍) 생명과학과 황인

"세상에 종말이 온듯"...동유럽 삼키고 이탈리아까지 물바다

지난주부터 중동부 유럽을 휩쓸며 최소 24명의 사상자를 낸 열대성저기압 '보리스'가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를 강타했다.이탈리아 당국에 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