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제연, 국회 앞에서 법 제정될 때까지 천막농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차별금지법의 심사기간을 2024년 5월 29일까지로 연장하면서 "사실상 평등을 미루고 차별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와 참여연대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각 정당의 명확한 입장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차제연은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자는 시민들의 발걸음 앞에 국회는 홀로 달아나고 있다"고 국회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등 각 정당을 향해 '차별금지법에 대한 공개입장요구서'를 전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성소수차 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 엠네스티,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 등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차별금지법은 모두를 위한 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은 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미조직 노동자들 비정규직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여성연합 김현수(도구) 활동가는 온라인에서 여성혐오, 면접에서의 성차별 발언 등을 예시로 들어 "여성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며 "여성은 여성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차하고 복합적인 정체성에 대한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수적이다"고 주장했다.
법 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치권에 대한 날선 비판도 터져나왔다. 참여연대 한상희 정책자문위원장은 "나중에라고 말하려면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무엇을 할 건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조차 없이 '나중에'만 반복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한 대선 후보는 기독교 단체에 가서 이들을 달래주고 있고 한 후보는 당론에 따라 차별금지법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대선 후보들을 비판했다. 이어 한상희 위원장은 "차별금지법 '나중에'를 말하는 사람들이 정작 표는 달라고 한다"며 "우리도 똑같이 투표도 '나중에' 지지도 '나중에' 하자"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한국교회총연합회 주요인사를 만나 "차별금지법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일방통행식의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또한 한교총을 방문해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시기상조"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성혼 법제화와 차별금지법은 별개의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한데 묶어 말한 것이다.
윤지현 엠네스티 공동대표는 "11일 엠네스티를 포함 국제법률가위원회 휴먼라이트워치 등 7개 국제인권단체가 차별금지법 지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며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 제정은 한국이 국제인권을 선도하는 국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차제연은 이달 9일부터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차별금지법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차제연은 "더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기에 농성을 시작했다"며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까지 농성장을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별금지법은 20대 국회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과 권인숙 의원 등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차별금지법을 검토할 때가 됐다"는 입장을 밝혀 논의의 물꼬가 트는 듯했다. 그러나 법사위에서 본격적인 논의없이 2024년 5월 29일로 심사기간을 미루면서 법안은 표류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강령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어떠한 차이도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힘 강령에는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서 소외되는 취약계층 및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한다'는 내용이 있다. 정의당 강령에도 '성별・성적 지향과 정체성 에 대한 차별을 없앨 것이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가해지는 어떠한 폭력이나 괴롭힘, 차별과 배제, 낙인과 편견 등을 없앨 것이다'고 돼 있지만 '차별금지법'은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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