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일 단식끝에 풀려났다"...감옥보다 못한 외국인 보호소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1-11-19 18:06:48
  • -
  • +
  • 인쇄
화성 외국인 보호소 인권침해 피해 잇달아
▲사다르씨가 자신이 보호소에서 겪은 인권침해 사례를 증언하고 있다.


"외국인 보호소 직원들과 마찰을 빚자 손목과 발목에 수갑을 채워 독방에 가뒀다. 감옥은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외국인 보호소는 그런 희망조차 없다."

'새우꺾기' 고문을 비롯해 각종 인권침해로 논란이 된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추가 증언이 나왔다. 1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외국인 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증언대회'에서 난민 사다르씨는 본인이 보호소에서 겪은 각종 인권침해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인도와 파키스탄간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출신의 인권운동가 사다르씨는 정치활동을 하다 신변의 위협을 느껴 고향을 탈출했다. 이후 신분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2013년 1월 인천공항에서 체포돼 화성 외국인 보호소로 이송됐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외국인 보호소는 '인권 사각지대'였다. 그는 수감된 2년 남짓한 기간동안 무려 7번이나 독방 신세를 져야 했다. 대체로 보호외국인의 요청을 거절하는 직원들에게 항의하면 곧바로 독방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외국인보호규칙 시행세칙'에는 '보호근무자는 보호외국인을 특별계호 조치할 때 그 사유를 보호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명해주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지키는 이를 지키는 직원은 거의 없다.

샤다르씨는 "보호소 직원들은 보호외국인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식사시간에 식판을 던지듯 배식해  밥과 반찬에 국물이 흥건해져서 이를 강하게 항의했더니 독방에 가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변호사에게 필요한 서류를 보내야 하는데 직원이 이를 거부해 마찰을 빚은 적이 있었는데 이때 손목과 발목에 수갑이 채우고 독방에 가뒀다"고 주장했다.

보호소에서는 행정 및 의료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보호소에서는 외부인과 개별적으로 만날 수 없어 시민단체 활동가나 변호사와 연락하기 위해서는 직원이 대신 팩스를 보내야 한다"며 "그런데 이를 직원이 정당한 사유없이 거절하거나 누락하는 경우가 부기지수"라고 증언했다. 그는 "보호소에 의사는 1명뿐"이라고 말했다.

화성 외국인 보호소의 인권침해 논란은 지난 9월 모로코 출신의 외국인 A씨가 인권위원회에 피해사실을 진정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보호소에서 난동을 피우면서 두 팔과 다리가 등뒤로 묶이는 일명 '새우꺾기' 고문을 당했다. 당시 묶여있는 A씨의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자, 보호소의 가혹행위는 세간의 비난을 샀다. 비단 A씨뿐만 아니라 2012년에는 한 몽골인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했고, 2019년에는 이란인이 사망하기도 했다. 

중병이 든 보호소 수감자를 '특별보호 일시해제'라는 명분으로 내쫓는 경우도 있었다. 보호소 외국인은 일시적으로 보호해제를 허가받기 위해서는 보증금과 신원보증인, 확실한 거처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보호소는 가슴통증과 혈변, 고열을 호소하는 수감자에게 '특별보호 일시해제'를 해준 것이다. 며칠 후 그는 폐결핵 판정을 받았다.

사다르씨도 57일간의 단식투쟁 끝에 '일시 보호해제'를 받았다. 보호소에 갇힌지 1년 9개월만이었다.

▲18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외국인 보호소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사진=연합뉴스)


화성 외국인 보호소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강제퇴거 시키기전에 머물게 하는 곳이다. 예년에는 약 300명 정도 수용했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항공편이 막혀 수용인원이 현재 1000명으로 늘어났다. 수감자 가운데 간혹 난민으로 인정받아 국내 체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해외로 추방된다. 이들은 추방되기 전까지 외국인보호규칙에 따라 적절한 대우를 받도록 돼 있지만 이들에겐 보호소가 감옥보다 못한 곳이 돼버렸다. 

코로나 이후 보호외국인들은 대략 한달 정도 머물다가 해외로 퇴거된다. 문제는 돌아갈 고국이 없는 난민들이다. 난민들은 한국에 입국해 난민신청을 하면 난민비자(G-1-5)가 나와 체류가 가능하다. 그러나 비자를 제때 연장하지 못하거나 하면 불법체류자가 돼 즉시 보호소에 수감된다. 이 경우 난민으로 인정받아야만 보호소를 나갈 수 있다. 이 난민들이 보호소에 머무는 기간은 작게는 1년에서 많게는 4년이 넘을 때도 있다. 난민인권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난민 1차 심사기간은 평균 10개월이었다. 2차까지 심사받으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린다는 얘기다.

심아정 화성외국인보호소면회활동 '마중' 활동가는 "보호소에 있는 난민들은 불법체류자들과 달리 장기구금자라고 할 수 있다"면서 "말이 보호이지 사실상 구금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2021년 6월 기준 1년 이상 구금된 난민은 12명이나 됐다. 사디르씨는 "감옥은 잘못한 사람들이 가고 형기도 정해져 있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며 "하지만 외국인 보호소는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 무기한 감금되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보호소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아정 활동가는 "구금의 대안은 없다"며 "기만으로 가득찬 외국인보호소는 폐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CJ제일제당, 유럽 인조잔디에 '생분해 플라스틱' 공급

CJ제일제당이 유럽서 생산되는 인조잔디 충전재에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공급한다.CJ제일제당은 스웨덴 바이오소재 컴파운딩 기업 'BIQ머티리얼

남양유업, 포장재 전환 '속도'…42종 ‘지속가능성 A등급’ 달성

남양유업이 주요 제품 포장재 42종에 대해 '지속가능성 A등급' 인증을 받았다.남양유업은 사단법인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으로부터 대표 제품

"한달짜리 계약에 CCTV로 감시까지"...런베뮤 산재 '63건'

직원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오픈 이래 63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근로계약을 매달 작성하고, CCT

현대백화점그룹, 48명 임원인사..."변화보다 안정성에 방점"

현대백화점그룹이 30일 사장 1명, 부사장 2명을 포함해 승진 27명, 전보 21명 등 총 48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2026년 1월 1일부로 단행했다. 인사 폭은

SK AX, 김완종 CCO 사장으로 승진..."AX 이끌 적임자"

SK㈜ AX는 김완종 최고고객책임자(CCO)를 신임 사장으로 승진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국내 산업 전반에서 AX(AI Transformation) 확산이 본격화되고 기업들의

SKT 사령탑 교체...신임 CEO에 정재헌 사장 선임

SK텔레콤은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고 30일 발표했다.정재헌 신임CEO는 법조인 출신으로 2020년 법무그룹장으로 SKT에 합류했다. 2021

기후/환경

+

호주 봄날씨 실화냐?...한낮 기온이 46℃ '지글지글'

호주 북부지역이 봄철인 10월에 40℃를 웃도는 폭염을 겪고 있다.호주 기상청(BoM)은 북부 지역인 퀸즐랜드주와 노던 준주의 일부 지역이 올해 가장 더운

폭염에도 실내온도 6℃ '뚝'…호주에서 옥상용 냉각코팅제 개발

폭염에 실내온도를 낮을 수 있는 옥상 코팅기술이 새로 개발됐다.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진은 폭염시 실내온도를 최대 6℃까지 낮출 수 있는 옥상용

[주말날씨] 단풍 보러갈 수 있을까...'가을비' 내린 후 쌀쌀

11월 첫 주말은 단풍이 물들며 완연한 가을날씨지만, 곳곳에 비가 내린 후 다시 초겨울 날씨가 오겠다.1일은 전국이 오전까지 대체로 흐리다가 오후부

“기후위기 시대, 아이 낳기 두렵다”…출산 기피하는 美 Z세대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이 미국 젊은 세대의 출산 결정까지 흔들고 있다.피유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미시간대 사회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

1분마다 1명씩 열사병으로 사망...온난화로 年54.6만명 목숨잃어

지구온난화로 전세계 인구 가운데 1분에 1명씩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난화에 따른 영향으로 90년대에 비해 23% 증가한 54만6000명의 전

섬나라 쑥대밭 만든 허리케인 '멀리사'...4일만에 괴물로 변한 이유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쑥대밭으로 만든 허리케인 '멀리사'(Melisa)가 짧은 시간에 역대급 초강력 폭풍우로 발달한 것은 '해양온난화'가 원인으로 꼽혔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