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손실 최소화하는 '기후탄력적 개발' 시급
기후위기를 미리 억제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만큼 기후변화로 인해 확정적으로 발생할 피해에 대한 '적응대책'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기후변화포럼, 환경부, 한국환경연구원(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지난 2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합동주최한 '새정부 기후위기 적응대책,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기후변화 영향에 대응하며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후탄력적 개발'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 보고서(WG2)'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감축뿐만 아니라 적응대책을 강화해야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번 세미나에서는 차기 정부가 들어설 때 기후변화 리스크 모니터링·평가를 통해 과학적이고 통합적인 방향으로 기후위기 적응대책의 점검과 강화를 촉진하기 위해 열렸다.
3시간가량 진행된 세미나에서 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의 홍제우 부연구위원과 신지영 센터장이 이번 'IPCC AR6 WG2' 보고서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그리고 기후탄력적 미래 사회를 위한 정책 과제에 관해 발표를 진행했다. 이어지는 패널토론에서는 보건, 물, 농·축산, 해양·수산, 국토·도시, 산림·생태계, 기후정보, 적응정보체계 등, 미래지향적 기후위기 적응대책 구축과 이행을 위한 각 분야별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됐다.
◇ 1차산업 직접피해···'기후탄력적 개발' 중요
발제를 맡은 홍제우 KEI 부연구위원은 기후위기 관리에 필요한 3가지 요소를 소개했다. 기후변화 자체가 가져오는 '위해성', 특정 사회가 가지고 있는 '취약성' 그리고 이 특정한 취약성을 가지고 있는 사회가 기후변화의 위해성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판별하는 '노출도'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IPCC AR6 WG2'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 리스크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분명하다. IPCC 총회는 195개 참여국의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온난화가 이대로 지속돼 지구 평균기온이 2~3°C 오를 경우 전체 생물종의 54%가 멸종위기에 처한다. 이는 1차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면서 농업·임업(4~10%)과 어업(35%)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홍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지리산 구상나무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고, 고랭지 채소의 수확량이 감소하고 있다. 또, 2020년 8월 전남 구례군에 '500년에 한번 올만한' 폭우가 쏟아져 소들이 지붕으로 올라가 대피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1차 산업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직접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홍 연구위원은 "사람만 잘할 수 없고, 기후만 개선할 수도 없고, 생태계만 건강할 수도 없다"며 "어떠한 대응을 하더라도 인간 사회, 기후, 생태계 3개 시스템의 상호의존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들의 연계를 통해 기후변화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후탄력적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잡하고 생소한 기후변화...교육·홍보 중요
신지영 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21세기 후반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 상승범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0~5.7°C로 예측됐다"면서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이고, 한반도만 놓고 본다면 현재보다 2.6~7.0°C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도 체온이 36.5°C에서 37°C로 오르면 굉장한 차이를 느낀다"면서 기후변화 적응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지영 센터장에 따르면 그간 정부는 2050 탄소중립 국가전략, 탄소중립기본법, 2008년부터 5년 주기로 수립된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 등 각종 시책들로 여러 기관들과 함께 노력해왔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응 수준은 초기단계다. 또 미래에 대해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2년 발간한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에서 향후 10년내 인류가 당면할 가장 큰 위협 10가지의 1, 2, 3위가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이었다.
신 센터장은 기후변화라는 문제 자체가 그 특성 때문에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는 "기후변화는 복잡하고, 생소하고, 불확실한 장기적 손실을 예측하는데 단기적인 손실을 감내하라고 이야기를 한다"면서 "근본적으로 기후변화는 편향을 작동시켜 적극적으로 해당 문제를 영구히 뒷전으로 미루도록 한다"며 조지 마셜의 '기후변화의 심리학'을 인용했다.
따라서 신 센터장은 기후위기 감시·예측 인프라 구축을 통해 과학적 근거들을 마련하고, 수용자 중심의 정보를 주기적·지속적으로 공개해 모든 적응 이행주체가 참여하도록 해 사회 전반에서 적응 정책을 주류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발제가 끝난 뒤 토론자로 나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채수미 연구위원은 "기후변화가 급성질환과 연결돼 있고, 기후변화에 따른 정신건강 문제가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건강 분야에서의 적응정책의 필요성 제기되고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 보건분야 전담부서를 마련하고, 기후위기 대응 보건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영국의 경우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어떤 측면에서 탄소배출이 이뤄지는지 평가한다"며 "우리 의료계도 탄소배출 저감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이상훈 국립생태원 기후변화연구팀장은 "지리산 위에 구상나무가 죽어간다고 한들 일반 대중 입장에서 생태계를 체감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며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 특히 교육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호주 미래인류위원회에서 발표한 인류를 위협하는 10가지 가운데 1등이 기후변화였고, 2등이 환경파괴와 멸종, 3등이 핵무기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연구팀장은 기후변화로 이제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문제가 됐다며 초·중·고등학교에 정규과목으로 도입해 최소한 1주일에 1번씩 꾸준히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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