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구상나무 죽어가는데...기후변화 무감각한 우리사회"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3-23 11:54:02
  • -
  • +
  • 인쇄
국회세미나 "새정부 기후위기 적응대책 마련해야"
기후위기 손실 최소화하는 '기후탄력적 개발' 시급


기후위기를 미리 억제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만큼 기후변화로 인해 확정적으로 발생할 피해에 대한 '적응대책'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기후변화포럼, 환경부, 한국환경연구원(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지난 2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합동주최한 '새정부 기후위기 적응대책,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기후변화 영향에 대응하며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후탄력적 개발'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 보고서(WG2)'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감축뿐만 아니라 적응대책을 강화해야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번 세미나에서는 차기 정부가 들어설 때 기후변화 리스크 모니터링·평가를 통해 과학적이고 통합적인 방향으로 기후위기 적응대책의 점검과 강화를 촉진하기 위해 열렸다.

3시간가량 진행된 세미나에서 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의 홍제우 부연구위원과 신지영 센터장이 이번 'IPCC AR6 WG2' 보고서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그리고 기후탄력적 미래 사회를 위한 정책 과제에 관해 발표를 진행했다. 이어지는 패널토론에서는 보건, 물, 농·축산, 해양·수산, 국토·도시, 산림·생태계, 기후정보, 적응정보체계 등, 미래지향적 기후위기 적응대책 구축과 이행을 위한 각 분야별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됐다.


◇ 1차산업 직접피해···'기후탄력적 개발' 중요


발제를 맡은 홍제우 KEI 부연구위원은 기후위기 관리에 필요한 3가지 요소를 소개했다. 기후변화 자체가 가져오는 '위해성', 특정 사회가 가지고 있는 '취약성' 그리고 이 특정한 취약성을 가지고 있는 사회가 기후변화의 위해성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판별하는 '노출도'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IPCC AR6 WG2'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 리스크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분명하다. IPCC 총회는 195개 참여국의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온난화가 이대로 지속돼 지구 평균기온이 2~3°C 오를 경우 전체 생물종의 54%가 멸종위기에 처한다. 이는 1차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면서 농업·임업(4~10%)과 어업(35%)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홍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지리산 구상나무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고, 고랭지 채소의 수확량이 감소하고 있다. 또, 2020년 8월 전남 구례군에 '500년에 한번 올만한' 폭우가 쏟아져 소들이 지붕으로 올라가 대피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1차 산업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직접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홍 연구위원은 "사람만 잘할 수 없고, 기후만 개선할 수도 없고, 생태계만 건강할 수도 없다"며 "어떠한 대응을 하더라도 인간 사회, 기후, 생태계 3개 시스템의 상호의존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들의 연계를 통해 기후변화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후탄력적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잡하고 생소한 기후변화...교육·홍보 중요


신지영 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21세기 후반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 상승범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0~5.7°C로 예측됐다"면서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이고, 한반도만 놓고 본다면 현재보다 2.6~7.0°C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도 체온이 36.5°C에서 37°C로 오르면 굉장한 차이를 느낀다"면서 기후변화 적응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지영 센터장에 따르면 그간 정부는 2050 탄소중립 국가전략, 탄소중립기본법, 2008년부터 5년 주기로 수립된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 등 각종 시책들로 여러 기관들과 함께 노력해왔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응 수준은 초기단계다. 또 미래에 대해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2년 발간한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에서 향후 10년내 인류가 당면할 가장 큰 위협 10가지의 1, 2, 3위가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이었다.

신 센터장은 기후변화라는 문제 자체가 그 특성 때문에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는 "기후변화는 복잡하고, 생소하고, 불확실한 장기적 손실을 예측하는데 단기적인 손실을 감내하라고 이야기를 한다"면서 "근본적으로 기후변화는 편향을 작동시켜 적극적으로 해당 문제를 영구히 뒷전으로 미루도록 한다"며 조지 마셜의 '기후변화의 심리학'을 인용했다.

따라서 신 센터장은 기후위기 감시·예측 인프라 구축을 통해 과학적 근거들을 마련하고, 수용자 중심의 정보를 주기적·지속적으로 공개해 모든 적응 이행주체가 참여하도록 해 사회 전반에서 적응 정책을 주류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발제가 끝난 뒤 토론자로 나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채수미 연구위원은 "기후변화가 급성질환과 연결돼 있고, 기후변화에 따른 정신건강 문제가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건강 분야에서의 적응정책의 필요성 제기되고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 보건분야 전담부서를 마련하고, 기후위기 대응 보건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영국의 경우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어떤 측면에서 탄소배출이 이뤄지는지 평가한다"며 "우리 의료계도 탄소배출 저감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이상훈 국립생태원 기후변화연구팀장은 "지리산 위에 구상나무가 죽어간다고 한들 일반 대중 입장에서 생태계를 체감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며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 특히 교육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호주 미래인류위원회에서 발표한 인류를 위협하는 10가지 가운데 1등이 기후변화였고, 2등이 환경파괴와 멸종, 3등이 핵무기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연구팀장은 기후변화로 이제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문제가 됐다며 초·중·고등학교에 정규과목으로 도입해 최소한 1주일에 1번씩 꾸준히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우리은행 'G.우.주 프로젝트' 시행...경기도 보호아동 위해 6억 지원

우리은행이 'G.우.주 프로젝트'를 통해 보호아동을 위해 4년간 매년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우리은행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전략은...KEMI, 17일 세미나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ESG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3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50억 기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기부한 50억원이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사용된다.서울대는 3일 오후 6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 중강

KCC '2025 ESG 보고서' 발간...온실가스 '스코프3'까지 확장

KCC가 ESG경영 성과와 지속가능 전략을 담은 '2025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올해 11번째로 발간되는 이번 보고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

"중대재해는 기업 ESG평가의 핵심리스크...등급 차감요소로 작용"

'중대재해'가 기업의 가치와 ESG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ESG 평가 및 투자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가 3일 발간한 '중대재해

기후/환경

+

바닐라·유제품 생산량도 감소?...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세

바닐라와 유제품 등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식품과 향신료가 기후변화에 의해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샬럿 와테인

美 캘리포니아 반년만에 또 '대형산불'...폭염과 강풍에 불길 확산

올 1월 로스앤젤레스(LA) 대형산불로 몸살을 앓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산림소방국(Cal Fire)에

"더이상 못 참겠다"…환경부, 계양산 러브버그 직접 방제

인천 계양산에 떼로 나타났던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환경부가 결국 직접 방제에 나섰다.최근 계양산 정상을

때이른 폭염에 '가장 더운 6월'...1년만에 평균기온 또 갈아치웠다

올 6월 우리나라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역대 가장 더웠던 6월'로 기록됐다.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6월 전

'불지옥'으로 변한 유럽...독일과 그리스 산불 계속 확산

역대급 폭염이 덮친 유럽에서 유럽으로 인한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가득이나 뜨거운 대기를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3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주말날씨] 낮 최고 36℃ '찜통더위'...밤에도 28℃ '열대야'

이번 주말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찜통더위가 이어지겠다. 중부지방은 대체로 흐리고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가끔 구름많겠다.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