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사람의 폐까지 침투했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4-07 11:44:42
  • -
  • +
  • 인쇄
포장재, 플라스틱병, 의류에서 발생한 재질들
"기도 좁은 폐 하부에서도 검출...뜻밖의 결과"


사람의 혈액에서 검출됐던 미세플라스틱이 이번에는 사람의 폐에서도 검출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헐요크 의과대학교(Hull York Medical School) 로라 사도프스키 박사 연구팀이 13명의 폐조직 샘플을 조사한 결과 11명의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살아있는 사람의 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샘플은 모두 외과수술을 받던 환자들로부터 채취한 것으로, 영국 요크셔 동부지방에 위치한 캐슬힐병원 외과전문의들의 협조로 가능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직경 10μm~5mm 사이의 플라스틱 입자로 정의된다. 육안으로 보일듯 말듯 해 연필심 끝에 찍힌 지우개 조각의 크기로 비유되기도 한다. 에베레스트산 꼭대기부터 마리아나 해구 심해 끝자락까지 전세계를 뒤덮고 있는 미세플라스틱이 최근 인체 내에서도 검출된다는 학계보고가 잇따르면서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정황증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총 12종으로 대부분 포장재, 플라스틱병, 의류, 마모 타이어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질이었다. 플라스틱 용기로 많이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 재질이 2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페트(PET) 재질이 18%로 뒤를 이었다.

특히 이번 연구논문의 주요저자 사도프스키 박사는 "예상과 달리 허파의 하부에서 가장 많은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며 "허파의 기도는 하부로 갈수록 좁아들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이 허파의 상부나 중단에서 걸러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아 뜻밖이었다"고 밝혔다.

해마다 전세계적으로 3억톤의 플라스틱 제품이 생산되고, 80%가량이 매립되거나 자연환경에 그대로 버려진다. 앞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 3월 실험실 조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 세포벽 손상 등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의 발암 가능성 여부를 시급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리뷰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 리뷰 논문은 실험없이 다른 논문들의 결과를 종합해 정리하거나 연구방향을 제시하는 논문이다.

사도프스키 박사는 "이번 데이터로 대기오염과 미세플라스틱, 인체건강 연구분야에 중요한 진전을 보일 수 있게 됐다"며 "살아있는 사람의 허파 조직에 대한 정보이니만큼 추후 실험실 조건에서 연구를 진행하더라도 실험 환경을 더욱 실제적으로 구현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했다.

해당 연구논문은 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전쟁 복구에 탄소시장 도입?…우크라 재건에 기후금융 활용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 탄소시장과 기후금융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먹이로 착각하고 '꿀꺽'...바닷새·거북, 소량의 플라스틱에도 폐사

생각보다 적은 양의 플라스틱만으로도 다양한 해양생물이 죽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미국 해양보호단체 '오션 컨저번시'(Ocean Conservancy) 연구팀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