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 "영구동토층 연구 재개해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러시아 학계에 자금지원을 중단하면서 기후위기 연구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독일 정부자금으로 운영되는 막스플랑크 생물지구화학 연구소가 러시아 북동과학기지에 대한 지원금을 끊었다. 2000년부터 연례 초청행사에 참석하던 세계 과학자들의 발길도 끊겼다.
러시아 북동 시베리아 콜리마강 부근에 위치한 북동과학기지는 북극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를 분석하는 주요 연구기관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세력으로부터 지원받던 연구기금이 동결되면서, 연구소는 기후변화가 북극의 영구동토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장비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극 영구동토층은 사계절 내내 모든 퇴적물과 토양이 얼어있는 땅이다. 해당 지역은 동·식물, 미생물 등 북극의 생명 잔해가 저장된 유기토양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 매장된 탄소량은 대기중에 나와있는 탄소의 2배인 1조5000억톤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로 영구동토층마저 녹아내리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극의 영구동토층은 '기후위기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특히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최대 84배에 달한다. 게다가 전세계 영구동토층의 3분의 2가 러시아 영토에 위치하고 있어 북동과학기지의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 국제 공동연구팀 '영구동토층 탄소 네트워크'(Permafrost Carbon Network) 테드 슈어 생태학자는 "러시아 영구동토층에 대한 정보가 끊어진다면 전세계 영구동토층에 대한 이해를 끊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와 서방 연구기관들은 과학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공조해왔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강제합병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독일만 해도 지난 3년간 300개 이상의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러시아에 1억2200만달러(약 1510억원)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번 러-우 전쟁으로 서방세계가 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이 모든 연구 프로젝트들이 동결되거나 아예 취소될 위기에 처해있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은 이온 입자가속기와 중성자 반응로 등을 포함해 새로운 청정에너지 연료 개발을 목표로 한 러시아 최첨단 연구시설에 대해 지원금 2740만달러(약 340억원)를 회수했다. 또 저탄소 자재나 배터리 기술 등 에너지 전환에 투입되던 1670만달러(약 197억8000만원) 규모의 지원금이 동결됐다.
이에 연구자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기후위기 대응이 지연되고 좌초될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의 러시아인 지리학자 드미트리 스트렐레츠키 연구원은 "EU가 과학자들을 겨냥하고 자금줄을 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과학자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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